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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 전망 | 한국 경제 어디로] 경제성장률 2%도 장담 못한다 

 

나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일로 … 성장 잠재력 확충 지혜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12월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2017년 경제 전망은 잿빛 일색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모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흔히 ‘예측은 틀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러면 한국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르게 된다. 196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6년 11월 말 펴낸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2017년 성장률을 3%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산업연구원도 2.5%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2.8%)·한국개발연구원(KDI, 2.7%)·LG경제연구원(2.2%)·현대경제연구원(2.6%) 등도 모두 3% 미만을 예측한다. 더구나 이런 전망치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서는 1.5%를 내다보는 곳까지 나왔다.

성장률 전망치 1.5%까지 나와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내부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경공업(1960~70년대), 중화학 공업(80~90년대), 정보기술(IT)산업(2000년대 이후)에 기댄 수출 중심 성장전략을 펴왔다. 현재는 철강·조선·자동차·석유화학 같은 중화학공업과 반도체·휴대전화·IT기기 같은 정보기술 산업이 양대 축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주력 산업이 모두 성장세가 꺾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수출이다. 그렇다고 성숙 단계에 들어선 주력 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이 부상한 것도 아니다. 내수 전망도 밝지 않다. 가계 소비심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해 있다. 백화점 겨울 세일 실적과 대형마트 매출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서서히, 그러나 묵직하게 경제에 부담을 주는데다 가계 실질소득도 늘지 않고 있어서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부동산 경기 하락,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악재로 꼽힌다. 여기에 미래 경기의 지표인 투자마저 감소 일로를 걷고 있다.

2017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둘째 요인은 대외 환경 악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바꾸는 패턴을 반복했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3%, 3.4%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 숫자는 상한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도 남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돌발변수가 거의 매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도 미국 트럼프 정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이탈리아 정정 불안과 같은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지 않아도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까지 쓰면서 가까스로 경기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고점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는 세계 교역량이 반등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처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엔 힘든 시절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중국 변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5년부터 7%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도 ‘고속성장에서 중속성장으로 전환’을 공식화하고 있다. 전체 무역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엔 좋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성장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부품과 중간재를 외국에서 들여와 조립·생산한 후 해외에 수출하는 이른바 가공무역 의존도가 급속히 줄고 있다. 대신 내수·서비스산업을 키우고 있다. 공산품보다 해외 기업이 공략하기 어려운 분야들이다. 환경과 서민을 중시하는 시진핑 체제의 경제정책 목표는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확충하고 임금을 올리라는 압박이 부쩍 강해졌다. 이래저래 한국의 대중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16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던 대중 수출이 2017년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은 글로벌 교역 감소와 성장률 둔화를 초래해 한국의 무역 환경 전반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런 대내외 요인이 2017년 반전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구조적인 장기 저성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두 해 성장을 덜 해도 잠재성장률이 받쳐주면 경제는 원상으로 복구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인은 인구 증가와 혁신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면에서 한국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에만 매달리는 정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성장률이 경제정책의 사실상 유일한 목표인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정도뿐이다. ‘선진국 클럽’이라 할 수 있는 OECD 국가들은 대개 ‘성장·고용·물가’를 조화롭게 추구한다. 성장은 경제 외연의 확장을, 고용은 그 과실의 공평한 배분을, 물가는 민생 안정을 각각 대변한다. 21세기 들어 한국이 경험한 것처럼 ‘고용 없는 성장’은 체감 경기나 고용과의 괴리를 벌려 양극화와 사회 불안을 초래한다. 경기가 좋을 때 여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통설을 깨고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제조업 쇠퇴에 따른 실업의 위협을 강하게 느끼던 백인 노동자층의 반발 때문이었다. 일본에선 정책의 초점이 물가상승률 2% 달성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성장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나라들은 대개 경제 성장이 자연스레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개발도상국들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 지표의 하나로 내세웠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 목표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애초부터 정책적 조화가 아니라 득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위기의 다른 얼굴은 기회

한 가지 희망을 찾자면, ‘위기의 다른 얼굴은 기회’라는 점이다. 수백만 명이 쏟아져 나온 촛불집회는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의 교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체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에너지를 경제 체질 개선과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동력으로 쓴다면 장기적으론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차기 정권이 이 방안을 제시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돌려놓는다면 신정부 출범 효과와 맞물려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1%의 좁은 문이지만 현명한 국민과 사심을 버린 지도자가 만나면 영 불가능하지는 않다. 해마다 3% 성장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10년간 3%씩 성장할 방안을 찾는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1366호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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