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17 경제 전망 | 세계경제 5대 관전 포인트 - 지정학 리스크] ‘하나의 중국’ 무시한 트럼프 … 中 부글부글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미·중 남중국해 갈등 재점화 … 시리아 내전은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남중국해 난사군도의 존슨 산호초(사진 왼쪽, 중국명 츠과자오)에 중국이 세운 인공 구조물(가운데)이 1년여 만에 모래섬으로 변했다. / 사진:중앙포토
2017년에는 지정학적 충돌이 계속되는 위험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의 시리아 내전이 혼전을 거듭하면서 국제적인 대리전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분쟁은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으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2016년 12월 2일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하면서 심각해졌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며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지 37년 만에 미국 국가 정상급 인물이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통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기지를 건설하면서 미국에 물어보고 했느냐”며 통화를 문제 삼는 중국에 면박을 줬다. 2017년 남중국해의 파고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미·중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남중국해

하지만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가 중국과의 통상 등 실무 협상에 앞서 대만을 압박 카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편중되지 않는 트럼프가 협상용으로 대만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대만 문제를 넘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상당한 파열음을 낼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판단된다. 물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상품에 최고 45%의 관세를 매겨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쉽게 이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상당한 갈등을 겪으면서 양국 관계의 대차대조표를 새롭게 작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남중국해는 그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비극적이고 복잡한 것은 중동의 시리아 내전이다. 2011년 3월 민주화 요구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은 2017년 3월로 6년을 맞게 된다. 시리아 내전의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얽히고설킨 시리아의 종족·종교·정치 상황을 반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복합 내전’으로 평가되는 이 내전은 이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혼란의 틈을 이용해 신정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물론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력 확대를 시도하는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조직까지 시리아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극단주의 세력은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반군, 심지어 쿠르드족까지 공격하는 등 다중 교전을 벌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와중에 확보한 무기와 인력을 서방으로 보내 테러를 벌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와 이어진 이라크 북부의 공백지대에서 이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걷고 석유를 확보해 팔면서 자금도 마련하고 있다. 내전의 혼란은 극단주의 테러조직에는 해방구 확보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시리아는 서방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인 셈이다. 서방으로선 어떻게든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켜야 유럽에 대한 극단주의 테러를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 등에 따르면 이미 사망자가 40만 명을 넘었으며 유엔난민기구는 760만 이상의 시리아인이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디아스포라(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추산한다. 그 가운데 480만은 난민촌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구호물자로 연명하는 난민 신세인 것으로 추산한다. 시리아 내전과 이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는 21세기 인류사회의 최대 비극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좁은 시리아 땅 안에서 수많은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어 협상도 쉽지 않다. 국제사회가 스위스에서 평화협상 테이블을 열었더니 시리아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정파가 참석했다. 반정부군 내에서도 서로 다른 파벌끼리 무력으로 우격다짐을 벌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2017년 시리아의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첫째는 서방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다. 반정부군이나 서방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한 후 시리아의 모든 민족·종교·종파 대표가 서로 협상해 민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알아사드는 시리아에서도 소수파인 이슬람 시아파의 한 종파인 알라위파에 속한다. 정부군의 주력도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알아사드를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알아사드라는 뱀의 머리가 제거되면 정부군도 힘을 잃고 협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배경이다.

시리아 제2 발칸반도 될 수도


▎시리아 알레포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 온몸에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피범벅이 된 소년의 모습은 내전의 참상을 증언한다.
하지만 알아사드와 정부군은 이미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제 세력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알아사드가 없다고 자체적으로 손을 들 수도 협상에 나설 수도 없다 시리아 내전은 이미 국제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알라위파 중심의 알아사드 정권이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오랜 동맹인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수니파 반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터키 등 수니파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의 성격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중삼중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시나리오는 더 비극적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처럼 종교·인종이 서로 얽혀 인종청소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며 극단적인 대결을 지속하는 경우다. 보스니아에선 세르비아계 정교도, 크로아티아계 가톨릭교도, 보스니아계 무슬림이 1991~95년 서로 삼각 내전을 벌이고 인종청소까지 저지르는 바람에 30만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에서도 상호 증오심이 증폭되면서 발칸식 대량학살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알라위파가 본거지인 서북부 해안지대에서 수니파에 대한 인종청소를 벌여 근거지를 확보한 후 최악의 경우 분리 독립 등 독자적인 길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시리아는 다양한 종교·종파가 뒤얽혀 1975~90년 15년 간 서로 내전을 벌이다 20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레바논처럼 될 수도 있다. 전투는 더욱 격화하고 난민도 더욱 증가할 게 뻔하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분단이다. 이슬람 시아파인 알라위파와 다른 소수종교가 한 편이 되고 이슬람 수니파가 다른 한편이 되어 서로 딴 나라를 세우는 방안이다. 알라위파 본거지인 서부 해안지대와 일부 대도시는 알아사드 정권이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수니파 반정부군이 장악하는 시나리오다. 이미 시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 위임통치 시절 다마스쿠스·알레포·드루즈 지역과 알라위 지역의 네 지역으로 분할 통치된 전력이 있다. 대량학살은 멈출 수 있지만 반정부군 지역에서 바트당과 중산층 등 과거 독재 정권에 충성했던 구체제파와 이들을 제거하고 새롭게 권력을 차지하려는 신체제파 사이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분단 자체가 새로운 비극의 씨앗을 낳는 조치일 수도 있다. 특히 분할에 따른 인구이동과 교환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극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17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듯 시리아 내전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메시아는 올까. 지구촌이 목마르게 기다린다.

1366호 (2017.01.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