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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는 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까] 시설+콘텐트+개발 의지 ... CES가 선택한 최적지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20만 명 몰려도 넉넉한 객실 보유...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 마이스 도시로 변신

▎1959년 건립된 20만㎡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는 지금까지 9번 확장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 사진: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제공
1월 5~8일(현지시간)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서 ‘실력 좀 있다’는 기업은 물론 자동차·여행·스포츠 업계 회사도 대거 몰린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사람(Peple)·제품(Products)·흐름(Trend)을 한 곳에서 읽는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가 하나의 첨단 전자제품으로 진화하면서 CES에 참여하는 자동차 회사가 늘고 있다. 여기에 여행·스포츠 업계도 CES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ICT산업이 여행이나 스포츠 의류·용품과도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가전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CEA)는 2015년 11월 협회 명칭을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CTA)로 바꿨다. 가전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생활을 바꾸는 기술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1998년부터 라스베이거스로 개최지 고정

CES의 무대는 이보다 이른 1998년 라스베이거스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해마다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다. 그 전까진 좀 달랐다. 67년 뉴욕에서 열린 1회 CES는 협회 회원사들이 신제품을 가져와서 서로 돌려 보는 모임의 성격이 짙었다. 주요 전시품도 세탁기·냉장고·TV 등이었다. CES는 77년까지 이런 형식으로 뉴욕에서 계속 열렸다. 그러다 78년부터 94년까지 동계와 하계로 나눠 열렸다. 겨울에는 라스베이거스가, 여름에는 시카고·올랜도가 CES를 맡았다.

90년대 중반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기업들이 CES에 속속 참여하면서 전시회의 규모가 커졌다. 시카고·올랜도의 전시장 규모는 라스베이거스 못지 않다. 단일 전시장으로는 더 큰 곳도 있다. 그러나 몰려드는 관람객을 수용할 호텔 객실이 부족했다. 마침 90년대 들어 라스베이거스도 변신하고 있었다. 카지노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고전하던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호텔·쇼핑몰·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가 잇따라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박람회 및 이벤트(Exhibition & Event)의 마이스(MICE) 산업 도시로 거듭났다. 임세정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부장은 “당시 미국 소비자가전협회에서 호텔 객실 6만5000개 이상 등의 조건을 걸고 후보지를 물색한 결과 라스베이거스가 최적지로 뽑혔다”며 “지금도 15만 개가 넘는 호텔 객실을 보유한 도시는 라스베이거스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정도 수용 여력이 없으면 CES를 열기 어렵다. CES 2016의 경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샌즈엑스포를 중심으로 축구장 30개가 넘는 22만9995㎡(순사용 면적 기준) 크기의 전시장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였다. 17만7000여 명이 넘는 바이어와 관람객이 모여 전시장 면적과 관람객 수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라스베이거스는 20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도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호텔 객실을 보유한 덕에 별 문제가 없었다.

호텔과 전시장을 잇는 촘촘한 교통망도 라스베이거스의 강점 중 하나다. 자동 모노레일, 셔틀, 택시 등의 대중교통 시설이 발달해 관람객이나 관광객이 쉽고 빠르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샌즈엑스포는 베네시안호텔 등과 연결돼 있다. 호텔 방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행사장까지 도착할 수 있다. 샌즈엑스포에선 또 1만 명이 한 층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동시에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카지노 매출 비중 줄어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볼거리와 여흥 거리도 풍부한 도시다. 후버댐, 베네치안호텔의 곤돌라, 구도심의 LED 조명, 밴드 공연과 가면 퍼레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도 일정을 마치고 나면 관광객으로 돌아와 지갑을 연다. 유흥시설이 많다 보니 역설적으로 치안도 좋은 편이다.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공간 일색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늘면서 2015년 이 도시의 카지노 시설(63억 달러)과 비(非)카지노 시설의 매출 비율은 35대65 수준으로 바뀌었다. 특히 전시장·숙박시설·IT 같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전시회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미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마이스 도시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세계 3대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를 치르면서 관련 전시도 여는 등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 마이스로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부원장은 “라스베이거스의 강점은 꾸준한 투자”라며 “늘 또 다른 새로움을 선사해 더 많은 관람객·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원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포츠 콤플렉스를 개발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가 마이스산업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재원은 대개 이 지역 호텔의 객실세(Room Tax) 일부로 충당한다. 관광청에서 전시·컨벤션 등으로 사람을 모으면 카지노를 보유한 호텔이 돈을 벌게 마련이다. 라스베이거스 지역정부는 호텔의 객실세(통상 객실 요금의 12%)를 세금으로 거두며 그중 일부를 관광청에 나눠준다. 2015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호텔세 수입은 2억5444만 달러(약 2836억원)에 달했다. 관광청은 이를 재원으로 새로운 전시 인프라나 콘텐트를 개발해 관람객과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한국무역협회 전시확충추진실 관계자는 “관광청과 호텔이 공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라며 “라스베이거스에서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정부와 호텔, 공생의 선순환 구조 구축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전시장도 늘리고 있다. 1959년 건립된 20만㎡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부근 리비에라호텔 부지를 매입해 2020년까지 8만8000㎡ 규모의 제2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안정호 코엑스 전시3팀 과장은 “전시장과 관련 시설의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라스베이거스를 따라잡을 곳은 없다”며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강남 코엑스~잠실운동장)에 10만㎡ 규모의 도심형 컨벤션센터가 들어서면 서울의 마이스산업 경쟁력도 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1367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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