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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건담, 매트릭스, 아바타 … 

 

사진·글 = 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한국미래기술이 제작한 거대로봇 ‘메소드-2’가 12월 22일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공개됐다. 4m 크기의 이 로봇은 평형을 유지하며 두발로 걷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은 인간의 로망이다.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고 엄청난 괴력으로 적을 무찌르는 로봇.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과거 애니매이션에 등장한 태권V, 건담 형태의 로봇은 로보캅, 매트릭스, 아바타 등을 거치며 현실성 있는 첨단 기능을 뽐냈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현실의 로봇은 영화 속 로봇과 거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영화에 비하면 우리가 만나는 로봇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 네티즌의 논쟁이 뜨거웠다. 이 영상은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외관을 지닌 로봇에 사람이 탑승해 자유자재로 손을 움직이고 두 발로 걷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네티즌들은 아바타에 나온 쿼리치 대령의 AMP슈트가 세상에 나왔다며 흥분하기도 했고 그래픽으로 만든 허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로봇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로봇의 이름은 ‘메소드-2’. 한국의 독자 기술로 한국미래기술이 지난 2년 여의 시간과 3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개발했다. 키 4m에 1.6t의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이 로봇은 드림웍스 등에서 활약한 비탈리 불가로프가 디자인했다.


▎로봇에 탑승한 조종사는 내부에 설치된 제어장치를 통해 로봇과 연동된다.
사실 이 로봇 이전에 다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06년 인간형 탑승형 로봇 ‘랜드워커’를 세상에 내놨고 2013년에는 사람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로봇 ‘쿠라타스’를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메가봇츠’라는 인간 탑승 로봇을 만들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 로봇은 바퀴 형태로 만들어져 로봇 기술의 정점인 보행 기술을 구현하지 못 한 한계를 지녔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이족 보행을 하는 거대 로봇이 등장한 것이 특별한 이유다. 임현국 한국미래기술 대표는 “아직 우리가 만든 로봇은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2017년에는 로봇 보행의 안정성과 힘을 개선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먼 미래라고 느껴졌던 상상 속 로봇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한 걸음 가까워 졌다.


▎메소드-2의 등에는 전력을 분산시켜 주는 장치인 모터드라이브가 설치돼 있다.



▎조종석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본 모습.



▎‘메소드-2’의 손가락과 무릎관절. 손가락은 조종석에 탑승한 사람이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무릎은 전체 밸런스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조종석에는 사람과 로봇을 연동해주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로 조종사는 로봇의 팔과 손가락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위에서 부터) 1976년에 세상에 나온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 태권도와 로봇을 결합시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 1986년에 개봉한 ‘에일리언2’에 나온 파워로더. 영화에서 인간이 로봇에 탑승해 에일리언과 싸움을 벌였다.



▎(위에서 부터) 2009년 영화 아바타에 등장한 ‘AMP수트’는 영화속 인물 쿼리치 대령이 탑승했던 로봇으로 인간의 동작대로 움직이는 다목적 로봇이다. / 인간탑승형 로봇 ‘쿠라타스’는 일본 스이도바시중공업이 2012년 제작해 대중에 공개했다. 일본 애니매이션 ‘건담’을 닮아 화재가 됐으며 2013년에는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13억에 판매하기도 했다. / 2014년 미국의 로봇업체 메가보츠가 개발한 ‘메가보츠’는 4.5m 크기에 2명이 탑승하는 로봇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15년에 일본의 ‘쿠라타스’에 결투 신청을 하기도 했다.


1367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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