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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9)] 빚 줄이는 데 올인하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미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 타격 전망... 빠르게 오르는 시중 금리 … 이자생활자에겐 희소식
새해가 밝았지만 마음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경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한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어떤 위기가 어떻게 닥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는 물론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을 비롯한 경제 환경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퍼펙트 스톰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덮쳐오고 있다는 점이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개의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경제 분야에서 차용하면서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나와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뜻하게 됐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로 ‘닥터 둠(doomㆍ파멸)’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1년 처음 사용하면서 회자하기 시작됐는데 이제 한국이 그 폭풍우 앞에 서게 됐다.

가장 먼저 충격이 우려되는 부분은 부동산 시장이다.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9조원이나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한국은행은 3년째 이어지는 경기 침체를 고려해 미국이 올해 세 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올려도 최대한 버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시중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에 따라 이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수익형부동산 덮치는 금리 쓰나미

그 충격은 바로 부동산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입주 물량이 23만 가구에 달했고 2017~18년에 73만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3년간 100만 가구에 달한다. 2004년 7월부터 재당첨 제한과 전매 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한껏 풀어놓은 결과다. 문제는 집값의 30~40%씩 융자를 받아 분양받은 가계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가계는 가계 운영의 초점을 빚 슬림화에 맞춰야 한다. 이미 대출금리가 뛰면서 3억원을 빌렸으면 월 이자만 100만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시중은행이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선제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여파다. 문제는 딱히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돌파구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응급 대처는 금리 인상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다. 주로 10년 이상 최장 30년에 달하는 장기금리라면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오피스텔이나 도시생활형주택 같은 수익형부동산 역시 금리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시중금리가 오름에 따라 임대수익률과 은행이율 간 격차가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금리는 슬슬 오르고 있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임대수익률은 매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이들 수익형 부동산은 공급과잉까지 겹쳐 있다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금리가 오르면 현금이 넉넉한 이자생활자의 노후는 든든해지지만, 빚이 많은 가계에는 위기가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은퇴 무렵에는 채무를 모두 상환해야 평균 30년에 걸친 노후를 여유있게 지낼 수 있다. 빚을 떠안고 있으면 고달파진다. 더구나 은퇴를 하기 전에도 빚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과도하게 빚을 얻어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 구입에 투입된 하우스푸어가 특히 위험하다. 이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빚 상환에 쓰고 자녀 교육비에 쏟아붓고 있어 가정 경제가 늘 빠듯하다.

예금금리 4~5%까지 오를 수 있어

그래서 인생 전체의 균형이 중요한 100세 시대에는 가계의 재정 규모에 맞는 합리적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수록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덩달아 빚을 얻어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무리한 투자는 결국 가계 살림 압박과 삶의 질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만다.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합리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금리가 올라도 인기 지역은 수요가 끊이지 않아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교통을 비롯한 생활 여건이 열악한 곳은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주택은 주거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유 자산 전체를 올인 하는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활용해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두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저금리 잔치가 끝나면서 2008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이자생활자’가 돌아올 전망이다. 노후 준비에는 실낱 같은 희망의 빛이다. 이자생활자는 과거 은퇴자의 전형이었다. 퇴직금을 받아 은행에 쟁여놓고 이자만 받아도 쏠쏠하게 노후 자금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이게 안 되니 노후에도 구직활동을 하는 ‘반퇴 시대’가 됐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외환위기 직전에는 예금이자가 두 자릿수(연 12~13%)였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놓으면 세후연 12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3억원만 맡겨놓으면 월 300만원의 이자생활이 가능했다. 2008년까지도 예금금리는 5%선을 유지했다. 이때만 해도 원금만 많다면 어느 정도 이자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황금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이자생활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리 현금을 많이 갖고 있어도 노후를 보장하지 못했다. 3억원을 맡겨놓아도 세후 예금이자는 연 450만원에 그치고 있다. 3억원의 가치(연간이자)가 중산층의 한 달치 생활비도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초저금리 기조가 지난해 12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올해부터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 미 기준금리는 2019년 3%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있던 자금은 블랙홀처럼 미국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금리가 오름에 따라 달러 값이 상승하고 기타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다. 이런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미국과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내년 중 세 차례 추가 인상하면 금리는 역전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여파는 시중 금리에 바로 반영된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3%대 중반까지 올렸고 5%대 금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2% 안팎인 예금금리는 앞으로 4~5%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퇴자는 현금과 부채에 대해 초저금리 때와는 다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이자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으니 현금도 많이 보유할수록 좋다는 얘기다. 반면 빚은 금물이다. 대출금리가 6~7%에 달하면 이를 보전할 만한 재테크 수단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67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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