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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1)] 100세 시대, 남의 일이 아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베이비부머 서둘러 노후준비 나서야... 지역노후준비센터에서 노후 설계 지원

▎사진:중앙포토
“회장님 100세까지 만수무강하십시오.”(임원)

“…….”(회장)

장수시대가 되면서 떠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임원이 이렇게 새해 인사말씀을 올리자 어느 중견기업 회장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고 한다. 창업 1세대 회장쯤 되면 나이가 80세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 그런데 “100세까지 건강하게 잘 사시라”고 하면 곤란하다. 여생이 20년도 안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짧았던 조선시대 같으면 100세 장수가 덕담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사실 100세는 신 같은 존재나 경험할 수 있는 나이였다. 구약성경에는 100세에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보통 인간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중국 고전에도 100년도 못 살면서 무엇하려 100년 앞을 걱정하느냐는 산문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 100세는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의미의 상수(上壽)로도 불린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패러다임이 확 바뀌고 있다. 절제된 음식 습관과 적절한 건강관리를 통해 100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3159명으로 나타났다. 10만 명당 6.6명이다. 90세 이상 인구는 15만 명을 돌파했다. (갓난아기를 포함해) 1000명당 3명이다.

이같이 인구지형(demographics)이 급변하자 정부는 올해부터 100세 시대를 공식화한다. 지난해 12월 29일 국가노후준비위원회를 열어 ‘제1차(2016~2020)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제정된 ‘노후준비 지원법’을 시행한 것이다.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던 100세 시대 준비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한 조치로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할 일이다.

이를 계기로 개인의 자세와 대응도 바뀌어야 한다. 100세 시대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고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 베이비부머는 미증유의 100세를 살게 됐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장기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노후준비를 도와준다고 하니 잘 된 일이다. 정부는 우선 베이비붐 세대 801만 명을 대상으로 노후 진단과 상담, 교육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퇴직을 앞뒀다면 전국 107개 국민연금공단 지사가 운영하는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이곳에 가면 정부에서 표준화해 만든 진단지표로 노후준비 수준을 진단받을 수 있다.

진단 항목은 노후 설계 전반에 걸쳐 있다. 건강은 기본이고 여가와 대인관계까지 포함한다. 진단해보면 엄청나게 놀랄 것이다. 마친 건강검진을 받고 콜레스테롤이 가득 쌓여 있고 동맥경화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에 놀라는 것과 비슷하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는 역시 재무와 이모작 일자리다. 지역노후준비센터는 국민연금공단, 금융ㆍ보험회사, 고용센터, 주택금융공사, 농어촌공사를 참여시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지원센터는 진단 결과를 토대로 고객에 적합한 지원방안을 소개·연계시켜준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도 노후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 설계의 실행이다. 새해가 밝았으니 노후 준비에 필요한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구별해 스스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를 개인화해야 실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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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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