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 성장 정부의 3% 봉급 인상 

 

양재찬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새해 벽두부터 암울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을 빌미로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발병 두 달이 넘도록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잡히지 않고,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라면·맥주 등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쓰레기봉투 값과 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들썩인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고, 전체 실업자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며 기대감이 작용하는 새해효과는커녕 기업과 가계의 ‘경제 하는 마음’마저 상할 지경인데, 도무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해를 넘기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예견된 이런 일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면 파장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중국의 사드 압박은 비관세장벽 강화를 통한 경제 보복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사드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애써 축소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에 대해 “비상계획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되는 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에 미국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김관진 국가 안보실장은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없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드 배치와 위안부 피해자 합의 후폭풍 등 외교안보 사안이 경제 보복 조치로 비화하는 데도 외교안보 라인과 경제팀이 따로 논다. 내치(內治)는 더 한심하다. AI 여파로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급기야 생계란이 항공편으로 수입됐다. 열흘여 앞으로 다가온 설에는 식료품 가격이 올라 차례상 마련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수입 생계란을 입힌 부침개를 올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곧 각급 학교 졸업시즌인데 청년들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청년실업자는 43만5000명, 청년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최악이다.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까지 합친 사실상 실업 상태 청년이 약 200만 명, 체감 청년실업률은 20%를 웃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6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청년들의 고용 사정은 되레 악화됐다.

정권 말기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늘 있었지만 이번에는 훨씬 일찍 시작됐다. 영혼 없이 일상적 업무나 처리할 뿐 새로운 일이나 정책은 손대지 않는다. 새해 업무계획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유일호 경제팀은 예년보다 2주 늦은, 새해를 이틀 앞둔 시점에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나마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조기 대선 등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1%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정부 뜻대로 2%대 성장을 이뤄도 2015년부터 3년 연속 2%대다. 3년 연속 2%대 성장은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팀을 포함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봉급 인상률은 2015년 3.8%, 2016년 3%, 올해 3.5% 등 3년 연속 3%대다. 경제위기 속 3년 연속 3%대 봉급 인상 잔치를 벌이는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인가.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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