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욜로(YOLO) 라이프 

 

이상호 참좋은레저 대표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여행업체 경영자랍시고 ‘하던 일들 내팽개치고 놀러 다니시라’ 부추기는 말이 절대 아니다. 놀랍지만, 이 노래의 첫 구절 가사가 2017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란다. 바로 ‘욜로(YOLO)’라고 하는 키워드 얘기다.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이니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라는데,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주요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동영상에서 ‘욜로맨’이라는 표현을 써서 대중적으로 더 잘 알려진 단어다.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필자 세대는 저축이 그야말로 유일한 미덕이었다. 아껴야 잘 살 수 있다는 명제는 ‘1+1=2’보다 앞선 진리였고,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외우며 언젠가 겨울이 오면 식량이 넉넉한 동굴에서 따뜻하게 보내겠다는 희망으로 살아왔다.

욜로의 키워드를 삶에 적용한 ‘욜로 라이프’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아무리 스펙을 쌓고 노력해도 취업도, 연애도, 장래도 보장되지 않는 암울한 청년 세대들의 슬픈 자화상을 반영한 절규는 아닌가 또 생각해본다. 성장이 정체된 시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베짱이는 왜 바이올린을 계속 켜야만 했나’,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2017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를 이해할 수 없다.

지난 연말, 한국에서 갈 수 있는 최장거리 여행지 중 하나인 남미 지역의 페루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둘러보고 왔다. 고객을 가장해서 떠나는 ‘미스터리 쇼퍼’로 참가한 패키지 여행이었다. 보름간의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보다는 함께 떠난 일행들한테 세 번 놀랐다. 한 버스에 탄 16명의 여행객 중 8명이 일행 없이 ‘싱글’로 참여했다는데서 첫 번째 놀랐고, 두 번째는 혼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온 8명이 모두 50대 여성이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이들의 스스럼없는 친화력이었다. 마치 수십 년 사귄 친구 혹은 평생을 함께 한 친자매처럼 어울리며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열정마저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세대에 한정된 트렌드로 인식되던 욜로 라이프의 패턴이 어느새 화려한 중년을 꿈꾸는 50대 여성들에게도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욜로 라이프, 욜로 스타일의 소비 패턴이 대중화되면 가장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분야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여행 쪽이다. 지난해부터 한참 유행중인 ‘혼밥’과 ‘혼술’로 대표되는 ‘일코노미(1conomy, 1인 경제)’가 욜로 라이프와 결합되면 그야말로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노마드 여행가들이 수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여행사들이 선구매 해놓은 항공좌석을 다 팔지 못해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명 ‘땡처리 항공권’이나 출발 임박 특가 상품들은 가족 또는 일행과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는 나 홀로 여행객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다.

개미가 잘했든 베짱이가 잘했든,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생활 패턴이 생각보다 빠르게 사회 전반에 깊숙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 그 인생을 더욱 빛나고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 욜로 라이프 시대에 경영자들의 기본적이며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가 한다. 그 인생이 직원이든, 고객이든 간에 말이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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