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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패션 유망株는] 유통망 갖춘 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 주목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구조조정 풍파에도 공격적 투자 … 작년 상장한 ‘신발 신화’ 화승엔터도 눈여겨 볼만

▎증권가에서는 아디다스 그룹의 신발을 생산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와 화승인더스트리를 기대 종목으로 꼽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최고 선수인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케츠)은 아디다스 농구화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유통망이 있는 패션 업체와 신발 관련 종목을 눈여겨보라.”

증권가에서 내다본 2017년 패션 시장 전망이다. 시장 침체속에서 유통 계열사를 보유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유통 계열사가 없는 업체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수익 브랜드를 철수시키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재고 관리와 비용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달리 유통 계열사를 보유하거나 모회사로 두고 있는 기업은 탄탄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내놓는 등 미래성장 동력 마련에 힘쓰고 있다. 생산·유통 일원화를 통해 저비용 구조를 만든 것이 최대 장점이다. 화장품 등 패션 외 신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통망이 있는 기업은 패션 시장 재편 속에서 장악력을 확대하며 경쟁사보다 실적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은 모회사인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그룹을 통한 유통망 활용이 가능하다”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출점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집중돼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매장 확장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유통 일원화로 저비용 구조 갖춰


이처럼 유통망을 지닌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공격적인 브랜드 출시와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8월 이후에만 7개의 브랜드를 새로 내놨다. 리뉴얼을 단행한 ‘스튜디오톰보이’까지 합치면 8개다. 올해 추가로 수입 브랜드 두 개(폴스미스·끌로에)의 판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망 선점과 함께 차별화한 매장 콘셉트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회사와 계열사의 유통망(지난해 6월 김해, 9월 하남, 12월 동대구와 올 4월 시흥프리미엄아울렛 예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신규 브랜드 출시에 따른 외형적 성장이 전망된다.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적자 브랜드였던 ‘살로몬(Salomon)’의 판매를 중지하는 등 수익성 개선책도 눈에 띈다. 다만 패션 이외의 신사업으로 인한 적자는 부담해야 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코스의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고, 프랑스 현지법인의 영업활동이 시작되면 이들 법인의 적자는 소폭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섬도 2014년 7개, 2015년 4개, 지난해 1개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올해 한섬은 탄탄한 유통망과 신규 브랜드 출시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말 이뤄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인수도 주목해야 한다. 한섬은 지난해 12월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를 3260억원에 인수했다. 최종 실사와 주주총회를 거쳐 올 1분기 중 최종 인수 가격과 양수 일자가 정해질 예정이다. 현대지앤에프와 한섬글로벌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현대지앤에프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의 해외 수입과 라이선스 브랜드를, 한섬글로벌은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각각 인수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는 ‘오브제’ ‘오즈세컨드’와 같은 국내 중고가 여성복 브랜드, ‘타미힐피거’ ‘클럽모나코’ 등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오브제와 오즈세컨드 등 여성복의 인기가 높아 중국 내 매장이 100개가 넘는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인수 이후 단기 실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적정성 여부는 검증 과정이 필요하지만 한섬의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인수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판단하고, 인수에 따른 한섬의 매출액이 기존 추정치 8450억원에서 약 1조4000억원으로 약 6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발 덕분에 뛰는 OEM·ODM 업체

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수요 위축으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역시 2017년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못 하고 있다. OEM·ODM 특성상 국내 경기보다는 세계 경기, 특히 미국 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 의류 소매 재고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지난해 1분기 이후 재고 증가폭은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한 해 OEM·ODM 패션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 날씨가 추워야 한다. 그러나 올 겨울도 지난겨울과 비슷하게 21세기 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폐기를 공약하고 당선 직후에도 이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TPP 최대 수혜자로 지목됐던 베트남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나빠져 한국 회사의 현지 공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은 TPP가 타결되기 전부터 중국 절반 수준의 낮은 인건비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잘 구축된 섬유·봉제 인프라·물류망을 앞세워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주목받았다.

증권가에서는 그래도 OEM·ODM의 희망으로 신발 관련 종목을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구두를 벗어던지고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운도남’‘운도녀’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화승그룹 계열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와 화승인더스트리다. 화승그룹의 모태는 1953년 고무신을 생산하던 동양고무공업이다. 78년 나이키를 생산하며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월드컵·르까프 등 토종 브랜드를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명성을 쌓았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0월 코스피에 상장됐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분 70.9%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에 있는 화승비나(화승VINA)를 사업회사로 둔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화승비나는 세계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그룹의 신발을 생산하는 현지법인이다. 아디다스와 함께 네오·리복·리복로얄 등 브랜드의 신발을 만들고 있다. 베트남 동나이성 연작공단에 있는 부지 42만㎡, 건물 22만㎡ 규모의 공장이 주력 생산기지다. 이곳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만4900명이 일하고 있는데 한 달에 400만 족의 신발을 생산한다.

최주홍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디다스 그룹은 9개 업체에 납품을 주고 있는데 화승그룹의 생산 비중이 2015년 10%(3위) 수준에서 지난해 12%(2위)까지 커지는 등 중장기적으로도 성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성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디다스 신발 사업의 핵심 파트너이면서 경쟁사(납품사) 중 유일하게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 ODM 기업”이라며 “최근 네오 브랜드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화승의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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