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2)] 65세 정년연장 환상을 버려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정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 논의 ... 일반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

▎일러스트:중앙포토
한국은 지난해 3763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생산 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 특히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부터는 감소세가 더 빨라진다. 게다가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3.4%에서 2035년엔 60%로 떨어지고 2065년에는 47.9%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 한국은 머지않아 일할 사람 부족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 차원에서도 걱정이 많다. 퇴직 후 30년 안팎의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 노후 준비가 쉽지 않아서다.

정부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정년 추가 연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모든 직장의 법정 정년이 60세로 바뀌자마자 이번에는 65세로 다시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 12월 29일 국가노후준비위원회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2016~2020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이 방안에 누구나 솔깃하기 쉽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를 잘 따져봐야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65세 정년 연장은 일반 회사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년을 연장하면 100만 공무원은 100% 수혜를 입는다. 공무원은 신분 보장이 돼 있어서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회사원은 사정이 다르다. 회사원의 3분 1인 비정규직은 더더욱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민간기업 회사원의 실질 퇴직연령은 53세로 조사되고 있다. 노동법에 해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업 자체가 없어지면 정리해고가 불가피해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조선·해운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은행 같은 금융서비스업이 명예퇴직를 비롯한 구조조정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정년을 65세로 올리면 수혜자가 누가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민간의 경제가 커지고 정부의 역할이 갈수록 작아지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비대해진 100만 공무원 조직과 25만 공기업 직원의 정년이 추가 연장된다. 국가의 효율성은 한층 더 낮은 단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에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융합한 4차 산업의 확대로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정년 65세 연장은 청년의 일자리 진입을 막음으로써 청년 세대의 ‘N포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선진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두루 감안해 정년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앞서 1998년부터 60세로 정년을 연장했었다. 그 전에는 55세가 정년이었다. 일본은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임금이 55세에서 ‘피크’를 이루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청년 세대를 채용하는 임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장치가 있어서 고용이 필요할 때 요즘처럼 마음껏 청년을 뽑을 수 있다. 일본의 청년 취업률은 97%에 달한다. 또한 정년이 연장되면 그에 적합한 일을 맡긴다. 특히 65세 정년은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는 가이드라인일 뿐으로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개별회사가 노사협의를 통해 새로운 취업규칙을 만들어 일하는 시간과 업무를 조정한다. 이에 따라 급여는 60세까지는 55세의 75%, 65세까지는 55세 때의 55% 수준으로 감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은 정년이 67세인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미국에는 정년이 없다. 성과가 부족하면 그것을 근거로 바로 계약해지된다. 한국도 정년을 연장하려면 선진국의 합리적 방안을 참고해 고용시장 전체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69호 (2017.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