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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북미] 트럼프 수혜 업종 노려라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건설·통신·운송·화학 분야 유망 …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공략 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 1조 달러 이상을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건설·통신인프라·운송·기자재 분야에서 수출 기회를 노릴 만하다. / 사진:중앙포토
국민소득(Y)을 계산하는 공식(Y=C+I+G+X-M)의 맨 앞은 소비(C)다. 그만큼 소비가 중요하다.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은 소비 증가에 따라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분야에서 수출을 공략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중 육성하겠다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전시회와 전문협회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하청 형태로라도 정부 조달 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의 민간 소비 규모는 12조8000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성장했다. 리사 마탈로니 BEA 연구원은 “미국 경제는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 중심 경제로 정부 역시 내수 진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소득과 소비 규모는 역사상 최대 규모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고임금 직군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 요소다. 이와 달리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이 늘어나고, 소득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은 소비 확장세가 과거 경기 회복기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이는 부정적 측면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부터 읽어야

유재욱 코트라(KOTRA) 북미지역본부 과장은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화장품·건강관리 부문에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소득 증가는 중상위층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들이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2030년까지 건강관리·통신·교육·여가 등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소비가 연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와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눈여겨볼 것은 뷰티산업의 핵심인 화장품이다. 미국 중상위 소비층의 소득 증가에 따라 화장품 지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K-뷰티’가 꾸준하게 인기를 모으고 있어 한국 화장품의 미국 시장 추가 진출은 여전히 유망하다. 스킨케어 제품의 수요 확대와 더불어 입술·눈썹 관련 다양한 색조 제품군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잡티를 가려주고, 피부 톤을 정리해주는 BB크림과 파운데이션은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젊은 세대 상당수가 새로운 브랜드 제품 구매를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 신규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건강식품 역시 화장품 못지 않게 눈길을 모은다. 주요 소비층의 소비 여력 상승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게 긍정적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유전자 재조합 식품(GMO) 표기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미국 소비자는 식자재 정보에 관심이 많다. 유기농 식품, 항산화 물질 포함 식품, 방부제·항생제 불포함 식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김·해초류 등 건강식품과 저칼로리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기술 분야 노려볼 만

미국 시장이 전 세계 혁신기술의 시험장인 것도 노려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은 2020년까지 1조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의 40%를 차지해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장치(디바이스)의 수는 2015년 50억 개에서 2020년 250억 개로 늘어나 시장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 같다. 특히 스마트홈·스마트자동차·생활가전 분야의 연결 디바이스는 2015년 29억 개에서 2020년 130억 개로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물류와 교통 산업 역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유망한 분야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산업도 2025년까지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중심으로 800억~182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단순히 게임 중심으로 산업이 커지고 있지만 앞으로 공연·영상문화·헬스케어·공학·부동산·소매·교육·군사 분야까지 파급될 전망이다. 다만 정보 보안, 사생활 침해 문제와 함께 배터리 수명 등 기술적 제약이 걸림돌이다.

건강 관리와 혁신기술의 결합 분야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미국 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활용할 만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국의 의료비를 매년 3000억 달러 절감시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 기업공개(IPO) 중 38%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라고 분석했다. 유재욱 과장은 “이미 미국 위장 환자의 63%가 영양과 식사 관리를 위해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기(PHD)와 스마트기기에 내장된 건강정보 관리 프로그램(PHA)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기 내 1조 달러 이상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건설·통신 인프라·운송·기자재 분야가 트럼프 정부의 최대 수혜 산업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2015년 12월 미국 의회가 의결한 교통재정비법(FAST법, Fixing America’s Surface Transportation Act)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FAST법에 따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2016~2020년 미 전역에서 고속도로·철도·여객설비를 보수하는 데 3000억 달러 이상을 집행할 예정이다. 또 물 부족(캘리포니아)과 수질 오염, 납 중독(미시건)을 막기 위한 수처리시설·상하수도관 정비에도 2조 달러를 투자한다.

트럼트 정부 출범과 강달러는 기회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주도의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에 따라 셰일 오일을 시추하고 운송하는 설비 분야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셰일 원유·가스 공급 확대에 따라 글로벌 석유화학업계도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한국 기업과 로얄더치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미국 내 셰일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 설비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64건의 석유화학 설비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신규 투자액만 1640억 달러다.

한편 새 정부 출범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노리는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안전 자산 선호도가 증가해 일본 엔화 가치가 높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품목과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 기여율 상위 20개 품목 중 12개 품목이 FTA 수혜 품목으로 꼽혔다. 2015년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는데 한·미 FTA 수혜 품목의 수출은 전년 대비 5.1% 늘었다. 이는 FTA 비수혜 품목의 증가율(2.3%)을 웃도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은 수출 증가 기여율이 9.7%로 최대 수혜 업종이다.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한·일 간 수출 경쟁이 치열한 품목 중 데이터 저장 장치와 플라스틱 가정용품도 가격 경쟁력을 얻고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망부터 뚫어라

그동안 수출 초보 기업의 경우 미국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을 직접 공략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온라인 유통망 확대는 기회 중 기회다. 온라인 유통망에 우선 진입한 뒤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에 진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풀필먼트(Fulfilment)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 풀필먼트는 한국어로 ‘이행’을 뜻하는데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창고에 쌓고, 재고를 관리하고, 주문을 받아 포장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의 임소현씨는 “북미에선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토론토 무역관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유통망에 이어 오프라인을 뚫기 위해선 대형 유통 기업의 본사 구매 담당자를 직접 공략할 필요가 있다. 대형 유통기업의 바이어들은 새로운 제품과 납품처를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은 자체적으로 제품 등록 온라인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포털 파트너(partner.walmart.com)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 신중을 기할 대목도 있다. 대형 유통 기업은 시장성 평가를 위해 50~100개 매장에서 특정 기간 제품 진열을 한 뒤 판매 실적을 점검한다. 여기에 제품당 5만~1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시회와 산업협회 적극 활용해야

전시회와 산업협회를 이용하는 것도 대형 유통망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미국 기업은 전시회를 중요한 마케팅 기회로 생각한다. 개별 활동을 하는 것보다 엄선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이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을 들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GMDC 같은 미국 내 유통망 전문협회와 비공개 모임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 조달 시장 참여로도 수출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정부 역시 조달 정책에 있어 자국산 우대 정책을 쓰고 있다. 그래서 해외 기업이 조달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장벽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어렵지만 한번 제대로 뚫을 경우 큰 신뢰를 얻어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코트라는 기존 조달 기업의 하청 기업으로 경험을 쌓을 것을 권유한다. 하청 계약 수행은 향후 미국 정부의 조달에 참여할 때 과거 실적(Past Performance)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다만 법적인 절차는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한다. 미국 정부조달법을 전공한 이경준 변호사는 “미국 정부의 조달 시장에는 한국보다 더 다양한 민·형사와 행정상 제재 수단이 존재한다”며 “미국 조달 시장의 진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북미 수출 유망 품목은 | 미국 친환경 조리기기·용기 수요 늘어 ... 캐나다에선 금고·블랙박스 시장 커져


▎캐나다에서 금고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럭셔리 금고의 선두주자인 선일금고제작의 루셀. / 사진:중앙포토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로 꼽히는 캐나다. 그러나 최근 주요 사무실과 일반 주택에서 대형 도난 사고가 일어나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이에 따라 현금과 귀중품 등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금고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주요 수입국은 미국(46%)과 중국(43%)이다. 단순 기능의 저가 품목은 중국산이, 고품질 제품은 미국산이 잘 팔린다. 이제혁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차장은 “캐나다에서 금고를 찾는 이가 늘고 있으나 수요를 못 맞추고 있다”며 “현재 연간 7억 달러 수준의 시장이지만 2018년까지 매년 3%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차장은 “한국 제품도 품질·물류 관리와 함께 애프터서비스(AS)의 현지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고뿐만 아니라 차량용 블랙박스(대쉬캠)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 사고 현장을 찍어 올리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덕분이다. 캐나다는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률이 2% 미만으로 시장 초기 단계다. 미국산의 점유율이 52%인데 대만산과 한국산 제품을 찾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이제혁 차장은 “수요가 비교적 많은 화물용 트럭 운송회사와 택시 등 상업용 차량을 우선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접 설치하는 현지 유통 업체와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선 음식 한류가 불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식 매콤한 국물 라면이 히스패닉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이 일본 브랜드에 앞서고 있다. 2015년 판매가 전년 대비 22%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이에 따라 히스패닉 시장을 타깃으로 조리법과 광고를 스페인어로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 밖에도 ‘빨간 목장갑’으로 불리는 한국산 산업용 장갑이 안전관리 규정의 강화로 수입량이 늘고 있고, 집에서 직접 간편하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기기와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 용기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 역시 눈여겨볼 대상이다. 초음파 영상진단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우주항공·비행기·헬리콥터 부품,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DIY 건강진단기와 같은 첨단 기기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안전유리, 안전·잠금장치, 에어백, 라디에이터, 시트 등 자동차 관련 부품도 유망하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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