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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중동] 산업 다각화 정책 십분 활용해야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신재생에너지·IT·의료 분야 집중 … 정치적 불안이 최대 리스크

▎지난해 6월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도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 중동 주요국은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하는 산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중동은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은 중동에서 원유의 80%를 수입한다. 또한 해외건설 수주액 중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발생한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33.4%)·쿠웨이트(14.8%)·아랍에미리트(UAE, 12.2%)·카타르(10.9%) 순으로 원유를 수입했다. 한국 건설 업체들의 지역별 건설수주 비율은 중동이 55.3%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아시아(30.2%)·중남미(5.0%)가 뒤따르고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한국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코트라 시장조사팀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한국의 저가 수주형 프로젝트 진출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안도 중동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IS(이슬람국가)의 활동이다. 시리아를 근거지로 하던 IS 반군 활동이 이라크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이라크의 기업경영 환경은 전 세계 189개 국가 중 161위 수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진출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산업 다각화’를 가장 먼저 꼽는다. 지난 1월 10일 코트라는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2017년 세계 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코트라 권용석 중동지역본부장은 중동 시장에 대해 “중동 각국의 산업 다각화 정책을 활용해 중소형 플랜트 투자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형 플랜트 투자 진출 강화해야


걸프협력회의(GCC,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UAE·카타르·오만·바레인)와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같은 중동 주요국은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하는 산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바레인은 금융과 알루미늄 가공에 투자하고 있고, 쿠웨이트는 걸프 북부 지역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화학과 철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식이다. 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나 정보기술(IT)·의료·교육 같은 신산업 분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트라가 2015년 중동지역 수출품목을 분석한 결과 의약품(31.3%)·의료기기(11.4%)·화장품(11.8%) 같은 의료·뷰티 분야의 신규 수요가 계속 늘었다. 이에 반해 석유화학(-23.1%)·가전(-20%)·직물(-13.7%) 등은 저유가와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산과의 치열한 경쟁과 중동의 정치적 불안도 수출 급감의 요인이다.

산업 다각화를 위해 중동 주요 국가는 민간부문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UAE나 쿠웨이트는 중소기업 육성법을 새로 제정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에 맞춰 경쟁력 있는 중소형 플랜트 설비 수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트라는 식품가공이나 플라스틱 같은 생활용품, 자동차 부품과 전자부품 같은 산업설비, 폐기물처리나 수처리 같은 에너지 플랜트가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 노릴 만

UAE에 진출하기 좋은 분야로는 금속이나 철구조물, 플라스틱 플랜트가 꼽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식품이나 건설자재, 전기전자 플랜트가 유망하다. 쿠웨이트는 건설자재와 폐타이어 재활용 플랜트로 진출하는 것이 좋고, 오만은 페인트나 압력용기 플랜트가 수출하기 좋은 분야로 꼽힌다.

건설·프로젝트 분야도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저유가로 인한 오일·가스 분야의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급감하면서 UAE 건설 프로젝트 시장에 국가 간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민간 자금을 활용한 주요 인프라 건설과 함께 주택이나 학교·병원 등 주거 해결과 보건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한국 건설 기업들은 중소형 프로젝트를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견기업이 단독 수주를 할 수 있는 매립장 프로젝트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해야 한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집중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올해부터 140개의 물자 구매 등을 위한 발주가 시작된다. 중소기업이나 내수기업, 글로벌 기업 등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박스기사] 중동 수출 유망 품목은 | 차 부품·의료기·LED 조명 꼽혀 ... 저가 중국산과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올해 중동 수출 유망품목은 자동차 부품, 밸브, 의료기기, 스킨케어 제품,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방산 및 보안제품,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제품 등이 꼽힌다. 자동차 부품이 수출 유망품목으로 꼽히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중동지역의 자동차 부품 총 수입액은 36억7900만 달러였는데, 이 중 한국으로부터 7억61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GCC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산업 다각화 정책에 따른 각종 산업 프로젝트로 밸브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일본·인도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이 수출 유망 국가다. 수요와 기회에 비해 진출 성적이 미미한 의료기기 시장도 올해 수출 유망 품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저가의 중국 제품이 널리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고품질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동지역은 문화적으로 미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소비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스킨케어 제품도 수출 유망품목으로 꼽힌다. 온라인 진출을 먼저 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수출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출생률과 외부 인구의 급속한 유입으로 주거용 건물과 사회적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서 LED 조명 수요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브랜드 선호도가 높지만, 여전히 시장 기회는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다. 치안 불안에 따른 안보 관련 지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감시카메라나 대테러장비 같은 방산 및 보안제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의 ICT 기업은 이제 중동으로 눈을 돌려도 될 것 같다. 중동지역 인터넷 보급률은 CGG 국가를 중심으로 50%를 웃돌고 있고, 사용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자인 젊은 인구가 늘어나면서 중국은 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저가 중국산과 차별화된 고품질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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