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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러시아·CIS]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기회로 활용해야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품질·가격 경쟁력 앞세워 틈새 파고들어야 … 기계설비·농식품·온라인몰 분야 유망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접경 도시인 호르고스에 설립된 ‘국제 경제무역특구’의 한 쇼핑센터 내 휴대전화 매장.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주요 고객은 카자흐스탄 소매상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으로 대다수 서방국가와의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월 13일(현지시간)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러·중 간 교역이 직전 해보다 2.2% 증가해 695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대(對)러 수출은 7.3% 늘어 373억 달러에 달했고, 수입은 3.1% 감소해 3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러시아와 한국 간 교역은 지난해에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10월 한·러 교역액은 107억 달러로 전년 동기(132억 달러) 대비 19% 감소했다. 2014년 258억 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은 2015년 160억 달러로 40% 가까이 급감한 바 있다. 김종경 코트라 CIS(독립국가연합) 지역본부장은 “중국은 서방 국가의 러시아 경제 제재의 최대 수혜자”라며 “침체한 러시아 경제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소비자가 저가 중국 제품을 찾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제재 불참국임에도 한국 제품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에 비해 약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제품을 수출한다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CIS 국가는 공산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자체 생산보다는 주로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CIS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중소기업의 60%가 3년 내 제조업 전환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95개국 600개 기업이 참가하는 산업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2015년 방문객은 5만2000명에 이르렀다. 올해 파트너국은 일본이며 우리나라는 내년 파트너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중·러 교역량 급증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해 제조 분야와 기존 설비 확장을 담당할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산업개발펀드 수혜기업과 우즈베키스탄 국산화 프로그램 가입 기업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CIS 전문가들은 “석유가스나 인프라 분야 공기업의 경우 서방의 경제 제재로 유럽산 기계나 설비 이용이 어려워져 이를 대체할 만한 신규 파트너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이 러시아 등에서 열리는 전문 전시회에 적극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면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민희 모스크바무역관 과장은 “유럽산 기계 설비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우수한 품질과 지속적인 신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서방 식품 금수조치에 따라 농식품 분야에서도 신규 설비와 원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자체 생산이 필수적인 유력 식품 제조사나 농축산 대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이들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 농기계와 자재·원료 공급을 추진하거나 식품 가공·포장·저장 등에 필요한 기계 등을 공급할 수 있다.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의료·제약 분야도 전망이 밝다. 항암제나 패치형 의약품, 고급 의약품 원료 등에 대한 수요가 많다. 지난 2015년 체결한 한·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협력 약정에 따라 한국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할 경우 인허가 임상시험 절차를 면제받거나 등록 검토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최대 80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

최근 CIS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재 진출을 시도해볼 만하다. 러시아·카자흐스탄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급성장 추세다. GS홈쇼핑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TV 홈쇼핑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결제 관련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부진한 나라였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후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을 펴는 등 현금결제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에 카드결제 단말기나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진형 CIS팀 과장은 “경기 침체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수입 대체가 빠른 산업의 경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지 기업이 부재하거나 틈새시장 진출이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CIS 수출 유망 품목은 | 차 부품·의료기 전망 밝아 ... 한류 바람 타고 화장품도 인기

지난해 러시아 전체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전년(2.5%)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와 달리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자동차·타이어 수입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여타 CIS 지역에서도 환율 불안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 시장이 다소 침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럼에도 러시아로 수출하는 품목은 주로 자동차 부품(13.9%)과 화물자동차(4.9%), 승용차(2.7%), 타이어(2.0%) 등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환율이 안정되면서 자동차 부품 시장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올해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득수준에 비해 자차 소유 비율이 여전히 낮은 점과 최근 고급 자동차에 대한 요구가 높은 점도 자동차 관련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화장품도 수출 유망 품목 중 하나다. 러시아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 10위 규모다. 벨라루스의 경우 최근 5년간 5배가량 확대됐다. 중앙아시아 여성들 사이에서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화장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달리 현지 제조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해 대부분의 화장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며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산 중저가 화장품 편집숍이 등장한 가운데 인터넷 구매율도 늘고 있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화장품 수출 전망이 밝다. 불경기에도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의료기기 시장이다. 의료기기가 노후화된 CIS 지역에선 국영 의료 현대화 움직임이 빠르다. 민간 병원 설립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독일산과 미국산 기기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저가 중국산 시장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산 의료기기가 병원 설립 단계부터 진입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자금 사정이 안정적인 대규모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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