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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중남미] 급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 노려라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2019년 9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 … 트럼프 변수 있지만 멕시코는 여전한 요충지

▎브라질 올림픽 이후 중남미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남미 좌파의 쇠퇴로 기회가 열렸지만 지속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고려해야 한다.
중남미에서 개방 경제 정책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한국 기업에 큰 기회다. 그러나 지속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주의해야 할 변수다. 이에 따라 환율과 상관없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새로 맺고 꾸준히 유지하는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홍정아 코트라(KOTRA) 중남미지역본부 부장은 “중산층이 늘어나는 소비 트렌드에 맞게 고부가가치 분야인 전자상거래, 자동차와 관련 부품,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중남미를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고,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수출시장은 2000년대 들어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로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인구 6억 명, 국내총생산(GDP) 5조 달러 규모로 소비와 생산 능력을 동시에 겸비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자원 부국의 이점을 살려 제조업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남미 좌파의 쇠퇴로 자유시장주의와 개방 경제로 선회함에 따라 인프라 시장을 타국과 민간 자본에 개방하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대외 교역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전자상거래 시장의 고속 성장, 중산층의 지속적인 구매력 증가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중남미 33개국 중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정도만이 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 다양한 비관세 장벽과 관료주의에 막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서다. 특히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남미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꼽힌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중남미 역시 불황을 피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곳간이 비어 가는 것은 불안 요소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서는 정치 불안이 여전하고, 현지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수출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난관 앞에서 전자상거래는 중남미 전역을 공략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온라인시장 전문 컨설팅사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은 2009년 이후 매년 20% 이상 급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50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의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9년 800억 달러(약 95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니카 페아트 이마케터 전망본부장은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 중남미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중산층의 구매력 강화, 인터넷·컴퓨터·통신기기의 보급 확대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성장 속도는 지역 기준으로 태평양 연안 아시아 국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대안은 과테말라?


특히 브라질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중남미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4%에 해당되는 221억 달러를 차지한다. 내년에는 세계 10위 온라인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지난해 72억 달러 규모였지만 2019년에는 133억 달러로 배 가까이로 성장할 전망이다. 파라과이는 연평균 30%의 고속 성장이 눈에 띈다. 그러나 여전히 초기 단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나 중남미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다. 더구나 물류·배송 인프라가 미약하고, 신용카드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은 이곳 시장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멕시코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북미와 중남미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 요충지로 멕시코를 따라갈 곳은 없다.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북미 시장 접근성으로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소비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멕시코인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직구 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전체 온라인 구매의 57%가 해외 직구인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구 대상 국가는 미국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의 디에고 알칸타라는 “미국 직구 비율이 높은 만큼 미국 내 물류센터를 활용해 멕시코와 중남미 시장 진출을 노려야 한다”며 “결제방식을 현지화하고, 현지 기업과 협업을 통해 배송·반송 등 고객 서비스 부문을 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때문에 멕시코가 부담스럽다면 멕시코 인근 국가인 과테말라로 우회하는 것도 묘책이다. 이미 섬유 업체를 중심으로 과테말라는 멕시코의 대안으로 북미와 중남미를 동시에 공략하는 새로운 루트로 부상하고 있다.

중남미 수출 유망 품목은 | 안경·콘택트렌즈 수요 증가 ... 사회 불안으로 CCTV 시장 급성장

외국에 나가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게 있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많은데 일반 안경을 착용한 사람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중남미에서도 시력 저하와 함께 안구 건조, 안구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칠레를 중심으로 일반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초점 렌즈가 인기를 끌고 있고, 가볍고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초탄성 안경테 등 기능성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최근 들어 전문 안경점 못지 않게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경량성에서 인정받고 있어 중남미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스마트폰 액세서리와 액정보호필름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주변기기 시장이 함께 커지고 있다. 저렴한 페트(PET) 필름이 주로 팔리고 있지만 고가의 강화유리 필름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멕시코시티무역관의 디에고 알칸타라는 “주고객은 10대에서 30대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CCTV와 같은 보안장비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 많은 중남미 국가는 사회 불안이 증가하면서 치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강력 범죄와 폭력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 가정에서도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역에선 건설업 활성화에 따라 건축 현장에서 보안시스템 설치가 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센서가 탑재된 고가의 미국·일본·독일산 제품도 꽤 팔린다. 한국산 CCTV의 경우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고급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라질·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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