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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아프리카] 남아공 빅5 유통기업이 아프리카 핵심 고리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중산층 빠르게 늘며 구매력 증가 … 경공업·IT 등 진출 업종 폭 넓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6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 에서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 개발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흔히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로 잠재적인 신흥 소비시장으로 각광받는다. 반면 테러 등 정치적 불안정과 더불어 국가별 소득 수준 격차 등은 여전히 마이너스 요소다. 다른 대륙에 비해 위험 요인이 많지만 동시에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블루오션임은 분명하다.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부 프로젝트 참여나, 소득 수준이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 유통망 진출 등을 노려볼 만하다. 선진국과 맺은 각종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제조업을 공략하거나 농업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프리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SA)’ 국가다. 남아공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케냐·카메룬·가나·에티오피아 등 경제 수준이 비교적 높은 나라들이다. 이 지역은 최근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해 구매력이 향상됐다. 이에 따라 소비재 유통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정다운 코트라 요하네스버그무역관 담당자는 “단순 저가 중심의 시장이 아닌 아프리카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소비재를 중심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아프리카 내 주요 유통기업이 기존 중국발 저가제품 소싱 전략에서 탈피해 수입선을 다양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 내에서 소비재 유통시장 규모는 나이지리아가 가장 크다. 그러나 아프리카 유통시장은 남아공 소재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기준 아프리카 상위 5개 소매 유통기업이 모두 남아공 기업이다. 이들 5개 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 전역을 공략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사회공헌으로 수출 활로 모색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도 커졌다. 주로 자원 수출에 집중해온 아프리카는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해 한계에 부딪혔다. 자원을 수출한 대가로 공산품을 수입하는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자국 내 제조·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경험은 물론 전문 인력과 설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산업화 노력에도 아프리카 주요국의 제조업 비중은 15%를 밑돈다. 이 같은 상황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사양산업이 된 경공업부터 IT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산업 설비를 수출할 기회가 열려있다.

농업개발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가 관심을 갖는 분야다. 그러나 정책 실행력이나 경제적 부담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영국 등 공여국은 국제기구 등과 연계한 다자 원조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기업 역시 단기간의 수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농촌 교육이나 생산성 개선 프로그램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CSR)과 연계한 프로젝트로 우선 공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농민이 정부의 금융 지원 없이는 농기계조차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예컨대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는 잠비아에 농업 교육센터를 설립해 현지인과 농기계 딜러에게 선진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일본 역시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내 농촌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이 과정에서 자국 기업의 농기계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임재걸 코트라 아프리카지역본부 과장은 “2015년 한국의 대 SSA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농기계나 기계류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며 “제조 설비나 중고 기계 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산업화 경험을 높이 사는 이들 국가에는 그 기초가 되는 ‘뿌리산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주조·금형·용접 등과 관련한 기술과 인력 교육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필요한 장비와 기계 등을 수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프로젝트 참여에 앞서 SSA를 비롯한 국가별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마다 경제 규모가 다르고, 사업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남아공이나 나이지리아·이집트는 비교적 경제 수준과 산업화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이들 지역은 정보기술(IT) 관련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와 달리 에티오피아나 코트디부아르·탄자니아처럼 경제력에 비해 산업화 정도가 비교적 높은 ‘인프라 활황 지역’도 있다.

나라별 차이는 있지만 아직까지 주된 프로젝트는 도로나 철도·항만 등 단순 토목공사다. 한국 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양자 간 공적개발원조(ODA)나 유상원조 조건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ODA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5%에서 2014년 23.8%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서 ODA 자금 규모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자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스기사] 아프리카 수출 유망 품목은 | 남아공은 믹서기 열풍 ... 케냐·탄자니아는 보안장비 큰 관심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도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라 수출 유망 품목이 다르다. 생활 수준이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소형 가전이나 의료기기·식료품 등이 각광받는다. 남아공에선 최근 중산층이 증가하며 건강식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믹서기(과즙기) 수요가 늘어나 관련 제품의 인기가 높다. 원래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2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도 잘 팔린다. 김 역시 건강식 열풍을 타고 인지도가 증가하는 식품이다.

케냐는 지난해 5월 양국 정상이 만난 경제외교 효과로 인해 한국산 보안·치안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인도양 해안지역에서 테러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해안 경비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케냐 경찰청은 2015년부터 5년간 해안경비정 구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케냐는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으로, 한국산 경비정 수출이 유리한 상황이다. 탄자니아에 역시 치안이 불안정해 CCTV 등 관련 보안장비에 대한 수요가 많다. 현재 저가 중국 제품과 고가의 유럽·미국 제품으로 가격이 양분화된 상황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탄자니아 바이어의 성향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수출할 경우 성장 가능성이 크다. 탄자니아는 통신산업이 자유화되며 최근 모바일 사용자가 급증, 통신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외국계 통신회사가 현지 시장에 진출해 무선전화 가입률이 75%에 이른다. 반면 네트워크망 구축이 아직 미흡해 광섬유 케이블 등을 수출할 경우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건축 붐이 일며 건축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산 자재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유럽산 고급 자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역시 고가와 저가로 양분된 건축자재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경우 국내 업체의 진출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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