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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타이어 다시 품을까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인수 자금 마련 방법에 촉각... SPC 세워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성 유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지난 2015년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CJ 등 일부 기업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상하게 말하자면 '재계 백기사'를 동원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박삼구의 앵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박 회장은 당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금호기업’이라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었다. 그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금호기업에 출자했다. 그리고 CJ, 대상, 코오롱, 효성 등에게 도움을 요청, 역시 이들 기업을 금호기업 주주로 끌어들였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의 문화재단과 교육재단 자금까지 당겨 주주로 등재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금호기업 자본을 조성한 뒤 금호기업 명의로 금융권으로부터 3500억원을 빌렸다. 이렇게 해서 모두 7200억원대 자금을 마련해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했다. 그리고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과 합병해 사명을 ‘금호홀딩스’로 바꾼다.

이제 박 회장은 2009년 그룹 워크아웃 돌입과 구조조정 이후 채권단 손에 넘어갔던 주력 계열사 한 곳을 더 되찾겠다고 나설 조짐이다. 바로 금호타이어다. 문제는 역시 자금이다. 그런데 자금 말고도 몇가지 논란거리가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분 42.01%에 대한 공개매각을 진행, 지난 19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타이어 업계 글로벌 순위 30위권으로 알려진 더블스카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SPC’ 인정 여부가 핵심

박삼구 회장에게는 한가지 무기가 있다. 바로 우선매수권이다. 지난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박 회장은 사재를 출연했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 성격으로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채권단이 추후 이들 기업 지분을 매각할 때 박 회장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만약 더블스타가 1조원을 써 낸 것이 맞다면, 박 회장 역시 1조원을 제시해야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채권단이 오는 2월 중순쯤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박 회장에게 정확한 인수가격을 알리고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을 것이다. 박 회장은 이로부터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권리행사 후 45일 이내에 계약금과 함께 자금조달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로선 우선매수권 행사는 거의 확실하다. 시장의 관심은 자금 마련 방법에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 등 2명의 개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우선매수권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제3자와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없다고 채권단은 못박아 놓았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지원 없이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금호아시아나 안팎에서 현재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수 방안이 있다. 박 회장이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어 100% 주주가 되고, 이 SPC가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우선매수권 행사의 법적 주체는 SPC가 된다. 따라서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박 회장이 SPC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고, 채권단이 SPC를 박 회장 본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채권단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박 회장이 SPC 지분 100%를 가져도 'SPC=박삼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을 박삼구 개인으로 한정하고, SPC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금호타이어를 다시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채권단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SPC 활용도 인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채권단의 입장 선회에 대해, 중국업체로 금호타이어를 넘기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글로벌 순위 30위권인 더블스타와 14위권인 금호타이어가 결합한다면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국내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 입장에서는 강력한 글로벌 경쟁업체가 출현하는 셈이다. 기술 유출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린 사례를 거론한다.

고민에 빠진 채권단

SPC를 인정하더라도 FI로부터의 과도한 차입과 FI에 대한 담보 제공, 수익 보장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 SPC에는 제3자가 출자자로 참여할 수 없다. 박 회장이 100% 주주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인수 때와 달리 현재 박 회장이 SPC에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금호기업(현 금호홀딩스)에 대한 개인 지분 중 상당수는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 주식을 활용해 SPC 출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SPC의 자본규모가 작다면 결국 FI로부터의 차입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FI들에게는 박 회장측이 인수할 금호타이어 지분이 담보로 제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BO(차입매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인수자가 매수할 예정인 주식을 인수금융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컨대 SPC가 금호타이어의 현금흐름 등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면 모르겠으나, SPC의 소유가 될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활용한다면 법적 문제는 비켜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SPC의 인수자금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삼구 회장측의 출자금이다. 두 번째는 SPC가 CB(전환사채)를 일부 발행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순수 차입금이다. 출자금의 규모는 현재 박삼구 회장 형편으로 봤을 때 그 규모가 수백원대밖에 안될 것이다. CB는 주식발행이 전제된 잠재적 의결권이다. SPC가 CB발행으로 인수자금 일부를 조달한다면 이 SPC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100% 지배력을 인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즉 우선매수권 행사에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순수 금융차입을 일으킨다면 그 규모가 문제다. 일반적인 M&A 과정을 보면 이 SPC는 인수작업 종료 뒤 금호타이어와 합병함으로써 자기가 지고 있던 차입금을 자연스럽게 금호타이어로 넘기게 된다.

채권단으로서는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채권을 최대한 많이 조기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SPC 인정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이유 중에는, SPC가 인수자금 거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해결하고 이 차입금이 결국 금호타이어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다. 금호타이어 인수 SPC의 경우 FI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형태기 때문에 지분가격 보장같은 문제는 없다하더라도 이자 비용 등 재무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이번 금호타이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업체를 전략적투자자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켐차이나가 회자되고 있다. 한편으로 사모펀드와의 연대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같은 시장의 소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반드시 행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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