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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3국 드론 전쟁] 중국은 고공비행, 한·일은 저공비행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중, 레저 드론 시장 70% 장악 … 한국, 산업용 드론 시장 노려야

▎중국 선전 DJI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드론 시연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 사진:중앙포토
2015년 5월 ‘드로우 앤드 고(throw and go : 던지고 가면 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미국에서 릴리로보틱스라는 스타트업이 나왔다. 이들이 선보인 제품은 ‘릴리’라는 이름을 가진 드론. 하늘에 날리면 리모콘 조정 없이도 자동으로 사람을 따라가면서 촬영하는 신기한 기술을 뽐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34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모았다. 2016년 초에 나올 것이라던 제품은 어떤 이유인지 계속 늦춰졌다. 그리고 지난 1월 12일(현지 시간) 릴리로보틱스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모험은 끝났다(The Adventure Comes to an End)’라는 제목과 함께 ‘사업을 접고 고객에게 환불 조치를 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세계 3대 드론 제조사로 불리던 프랑스의 패럿과 미국의 3D 로보틱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패럿은 얼마 전 매출 부진을 이유로 직원의 3분의 1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3D로보틱스는드론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드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지만, 하드웨어 개발과 생산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DJI, 기업 가치 100억 달러 추산

배경이 있다. 중국 때문이다. 전 세계 레저 드론 시장은 중국이 장악했다. 그 중심에는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가 있다. DJI는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DJI는 홍콩과학기술대 출신의 왕타오가 2006년 창업했다. 이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1년 보급형 드론 ‘팬텀’ 시리즈 덕분이다. 2015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1555억원)로 추산되고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5550억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DJI의 신화가 가능한 것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임직원 6000여 명 중 2000여 명이 R&D(연구개발) 인력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한다. 이런 투자 덕분에 드론의 두뇌인 비행제어장치와 비행 상태에서 촬영 장비의 수평을 맞춰주는 짐벌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 관계자는 “DJI의 성공은 중국이라는 대규모 내수 시장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 지구의 인프라 환경, 그리고 자체 기술력 등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JI의 글로벌 성공은 이항, 텐센트,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들의 드론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 2019년까지 드론 보급에 속도전


한국은 산불 감시나 고속도로 구조물 관리 같은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의 드론 기업들은 정부 기관이 진행하는 시범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조다. 한국의 전체 드론 시장 규모는 100억원에 불과하다. 대한지적공사나 국립산림과학원 같은 기관과 시범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임직원이 10명이 넘는 곳이 한국의 DJI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드론 시장은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는 “대규모 투자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드론의 핵심 부품부터 드론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면서 “과감한 투자가 중요한데, 올해 정부가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정도 투자하기 때문에 한국 드론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의 드론 기술력은 높은 편이다. 관련 특허는 세계 5위, 군용 기술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이런 기술력에 항공, 통신, 배터리 같은 분야는 한국이 기술적 우위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형성 단계인 산업용 드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일본의 드론 시장 규모는 2016년 199억 엔(약 2033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성장해 2020년에는 1138억 엔(약 1조1627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은 드론 시장의 후발주자로 꼽히지만, 일본 정부는 드론 시장 확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드론 보급기’로, 2020년부터 ‘드론 발전기’라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드론 보급을 위해 2019년까지 기술의 실용화와 업무 이용 확대 같은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공공사업에도 드론 사용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2016년에는 공공사업의 20%를, 2020년도에는 모든 공공사업에 드론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드론 시장의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민관 협력으로 풀어나가는 중이다.

[박스기사] 드론 띄우려 규제 푸는 한·중·일 - 한국 네거티브 규제 도입으로 모든 산업에서 활용 가능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0년까지 드론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1270억 달러(약 146조원)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드론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부작용과 문제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드론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규제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5월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이 발표했다. 드론 운영에 관한 법과 제도, 활성화 방안, 드론 R&D 등 다양한 혁신 목표가 쏟아졌다. 이 방안을 토대로 항공법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고 드론의 중량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으로 드론 사용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능하게 됐다. 국민안전 및 안보를 저해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드론 분야 세계 1위 제조사인 DJI를 필두로 드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2015년 12월 중국민용항공국(CAAC)을 통해 드론 운영과 관련된 임시규정을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펴낸 ‘미국과 중국의 드론 규제 현황 조사분석’ 보고서(2016년 10월)에 따르면 ‘중국은 드론 관련 규제가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는 등 정책 및 규제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됐다’고 밝혔다. 드론 운영 임시 규정에는 드론에 대한 개념 및 정의를 포함해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 운영제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드론 산업의 후발주자인 일본도 드론 관련 규제 혁신에 돌입했다. 2015년 12월 개정항공법을 시행하면서 드론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바시를 드론 택배 전략특구로 지정한 일이나, 드론 전용 주파수 대역 등을 마련한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드론 시장의 이용을 확대하고 기술을 실용화할 계획이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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