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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뜨거운 증시, 더 오르기 어렵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주가 끌어올릴 동력 부재 … 박스권 상단 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

▎사진:아이클릭
요즘 주식 시장 여건이 흠잡을 데 없이 좋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만 포인트를 넘었다. 지난해 1분기 0.8%였던 미국 경제 성장률이 3분기에 3.5%까지 급등한 덕분이다. 실적 회복도 눈에 띈다. S&P500 지수 구성 종목의 영업이익이 1년 반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내 경제도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청의 ‘11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11월 전체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6% 증가해 지난해 5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광공업 생산이 3.4% 증가한 가운데 자동차와 통신방송장비, 화학 제품의 생산이 증가한 게 한 몫 했다.

이런 수치에도 아직까지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 구조 조정에 따른 고용 증가 둔화,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 활동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자동차업계 파업 종료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 마무리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회복 부분이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각종 산업재의 발주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완만한 수출 경기 회복과 1분기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금보다 커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의 상승이 돋보인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악재도 이익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할 정도다. 시가총액이 제일 큰 종목이 움직이면서 다른 대형주가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익 증가로 국내 시장도 긍정적 분위기

실적도 긍정적이다. 2016년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138조 7000억원에 달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분기 평균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35조을 넘은 건데 실적의 절대치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이는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21% 정도 증가한 결과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침체 상황이었던 걸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회복세는 올해도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2017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57조와 160조로 2016년에 비해 6.5%, 15.9%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과 관련해 또 하나 특이한 점은 4분기에도 전망치와 실제치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4분기는 기업들이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치가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경우가 많다. 지난 5년간 평균 하회율이 40%에 달할 정도다. 이번은 둘 사이가 대단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때문으로 판단된다.

수급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외국인이 4조원에 가까운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으로 외국인 수요를 결정했던 요인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매수 증가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도 3차례 가까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외국인이 싫어할 만한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주가 상승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해외 주식을 사들일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투자 대상국 주가와 선진국, 특히 미국의 주가 움직임이다. 미국 주가에 비춰 투자하려는 나라의 주가를 전망하기 때문인데, 최근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게 외국인 매수에 동력이 되고 있다. 환율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는데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생각해 봐야 할 세 부분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주가 상승이 중간에 끊어질 가능성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2015년이 그랬는데 주가가 2200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당시 주가 상승은 유럽의 양적 완화가 원인이었다. 정책에 비해 경제 지표는 부정적이었는데, 이번이 2년 전과 다른 모습이 되려면 선진국 경제가 계속 회복세를 이어가야 한다. 정책 효과가 2015년보다 약한 만큼 모자라는 공간을 경제가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되지 않으면 주가는 언제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두 번째는 ‘상승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몇 주 사이 종합주가지수는 삼성전자 때문에 빠르게 올랐다. 문제는 가격인데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26일 장중 2백만원을 돌파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면 한꺼번에 2~3배도 오를 수 있지만 규모가 큰 기업은 불가능하다. 주가가 오르면 매도 물량이 쏟아지므로 이를 소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는 50% 가까이 올랐다. 높은 가격에 적응하기 위한 조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멈춰 선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오르려면 다른 대형주가 삼성전자의 역할을 대신해줘야 하는데, 이들 역시 주가가 높아 쉽지 않다.

마지막은 고점을 경신한 후 상승이 계속 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상황은 선진국 경기 회복이라는 외부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내부의 힘이 더해져야 하는데, 국내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 올해 경제 전망은 정부조차 3%대 성장을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국내외 경제 격차가 벌어진다면, 주식 시장 역시 2012~2014년 같이 선진국과 우리 시장이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당시 선진국 시장은 경기 회복과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기반으로 50% 넘게 주가가 상승했지만 한국 증시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주가 상승 확신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만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경제 상황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선진국 경제 회복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주가는 한국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정책도 바뀐다. 유동성 공급이 줄어드는데다, 그 흐름이 빠르게 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은 유동성의 총량 못지 않게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가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올해부터는 지난 8년과 전혀 다른 정책 환경에서 주가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실적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이익의 총액이 늘어났지만 매출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둘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이익 증가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상승 종목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초부터 주가가 하락해 가격 수준이 낮아진 종목이 상승을 이끌었는데 건설·화학·철강에서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조선·은행까지 그 대상이 넓어졌다. 올해도 여전히 주가 수준이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작년과 달리 낮은 가격에 이익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부분까지 가미된 종목으로 투자 대상이 좁혀질 것이다. 지난해 상승을 주도했던 종목들도 주가가 크게 올라 현재는 저가라 보기 힘든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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