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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배우는 CEO의 메시지] 확신·가치·경험 담아 직접, 쉽게 전한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간단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효과적 … 이성·감성에 호소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메시지는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 존 얼만 UCLA 경영대학원(앤더슨 스쿨)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심오한 내용을 지닌 간결한 메시지의 정석(fundamentals)”이다. 2005년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는 15분 남짓한 연설이었다. 잡스는 이 연설에서 자신이 입양된 사연, 평생 저축한 돈으로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댄 양부모, 그럼에도 6개월 만에 대학을 그만둔 이유, 밥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7마일(약 11㎞) 떨어진 불교 사원까지 걸어갔던 일 등 삶의 힘든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얻은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라”는 인생의 교훈을 전하기도 했다.

“치킨 샐러드가 저가항공사에 도움이 되나요?”


▎스티브 잡스(애플 전 CEO) “복도에서 바로 미팅을 열거나 해결방법이 떠올랐을 때 밤늦게 전화를 하는 사람들, 혁신은 이들에게서 나온다.”
잡스는 연설 말미 자신의 메시지를 다음처럼 정리했다. “제가 젊었을 때, 제 나이 또래라면 다 알만한 [지구 백과(The Whole Earth Catalog)]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 이 책은 여러 번 개정판이 나왔는데, 그 최종판의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 시골길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그 사진 밑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책을 더 이상 찍지 않기로 하면서 남긴 작별의 인사였습니다. 저 자신은 항상 이 말처럼 살길 바랐습니다. 새출발을 위해 졸업하는 여러분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Stay Hungry.Stay Foolish.”

리더들은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잡스의 메시지처럼 어떤 말은 오랜 시간 살아남지만, 대부분은 소리없이 사라진다.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위론을 가르치는 칩히스 교수는 강력한 메시지 제조 비법을 찾기 위해 10여 년을 꼬박 사례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이야기(Story) 등 총 6가지의 특성을 찾아냈다.히스 교수는 이 특성을 모두 갖춘 메시지는 뇌리에 달라붙는다며 ‘스티커 메시지’라고 이름 붙였다(그의 이론은 [스틱]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그는 이 스티커 메시지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사한 CEO로 허브 캘러허 전 사우스웨스트항공 회장을 꼽았다. 히스 교수는 “캘러허는 ‘저가 항공’에 최고 가치를 뒀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고 일관된 메시지만 말했다”고 전했다.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직원, 하청업체, 고객 등 모든 관련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마케팅 업체 직원이 캘러허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객 조사를 해보니, 우리 비행기에서는 음식을 안 줘서 배가 고프다는 답변이 많습니다. 치킨 샐러드를 제공하는 게 어떨까요?” 캘러허는 되물었다. “우리는 저가 항공사입니다. 치킨 샐러드가 저가 항공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후로 모든 직원은 ‘비용 절감’이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

확신을 담아 기업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은 CEO의 몫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로 한국에 알려진 기업 리더십 전문가 켄 블랜차드는 이를 CEO의 비전이 경영원칙에 적용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자이자 CEO였던 캘러허는 돈이 많은 승객만 비행기표를 살 수 있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그의 비전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친구나 친척을 보러가는 데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CEO가 메시지의 힘을 체득하는 것이다. 유럽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위론과 리더십 이론을 가르치는 찰스 갈루닉 교수는 “CEO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비전을 담아 직접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중간관리자들이 전달을 제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단계를 거치면 CEO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의사소통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고, 메시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CEO가 직접 메시지 전할 때 가장 효과적


▎샘 팔미사노(IBM 전 CEO) “자신이 조직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 말라. 나는 IBM에서 운좋게 창업자보다 더 많이 머무른 IBM의 집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CEO의 메시지가 조직 내 위계서열을 통해 말단 직원까지 전달된다. 여러 레벨의 중간관리자들은 전달자 역할을 맡는다. 직속 상관·부하 간의 관계를 통해 메시지가 차례로 전달된다. 갈루닉 교수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폭포효과(상명하달식의 의사소통 방식)는 CEO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엔 부족하다”며 “직원들은 CEO로부터 직접 그가 생각하는 전략을 듣기를 원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통신기술 발달로 요즘은 CEO와 일반 직원의 대면 접촉은 더욱 힘들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갈루닉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파한 사례로 IBM의 샘 팔미사노를 든다. 2006년 당시 IBM의 CEO였던 샘 팔미사노는 3차원 가상 공간인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에 세운 ‘IBM 아일랜드’에서 수백 명의 직원과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IBM 아일랜드에서는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IBM 직원들이 공간을 초월해 CEO와 대면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팔미사노 CEO는 새로운 사업 육성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갈루닉 교수는 “PC제조업체에서 IT서비스회사로 변신한 IBM의 기업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팔미사노는 CEO로서 IBM의 전략을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단시간에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데이먼 필립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CEO의 메시지에는 회사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간결함이 있어야 하고, 이성과 감성 모두에 호소해야 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카콜라의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은 2000년 신년사에서 인생을 공중에서 5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에 비유했다. 그는 “인생은 일·가정·건강·친구·정신이라는 5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게임”이라며 “인생의 균형점을 잘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일은 고무공이라 떨어뜨려도 바로 튀어 오르지만, 나머지는 한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당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과소 평가하지 말라. 우리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가 각자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라며 “자신에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중점을 두라”고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성과나 실적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CEO와 달리, 그는 직원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덕분에 그의 메시지는 화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사기를 북돋게 하고, 코카콜라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CEO가 경영철학을 갖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신년사다. 코카콜라는 이 신년사 이후 직원 대량해고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인생의 균형을 ‘저글링’처럼 잘 맞추라는 CEO의 메시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회자하고 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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