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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SNS 경영’] 경영 힌트 주고 홍보도 하고... ‘소통 리더십’ 강점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동양보다 서양,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 많이 써... 여론의 역풍 주의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 오너 기업가다.
페이스북·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로 소통하는 ‘SNS 전성시대’에 최고경영자(CEO)의 소통법도 바뀌고 있다. 32세의 젊은 기업가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설립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많은 메시지를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홍보 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대표적 CEO다. 특히 그는 소소한 다짐을 SNS에 남겨 매번 화제를 모은다. 올 1월엔 요란한 신년사 대신 신년 포부를 페이스북에 썼다. “올해는 미국 모든 주의 사람을 직접 찾아가 만나기로 다짐했다. 최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많은 도시를 방문했는데, 이젠 미국의 더 많은 지역을 찾아 더 많은 이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있다.”

앞서 저커버그는 중국어 배우기 등 매년 스스로 한 다짐을 공언(公言)하는 창구로 SNS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는 하루 1마일씩 365마일 달리기, 자신의 재택근무를 도울 인공지능(AI) 비서 개발하기를 공언했다. 언뜻 보면 신변잡기식의 별 의미 없는 내용 같지만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인간 음성을 인식하고 인간처럼 말하는 가정용 AI 비서 ‘자비스’를 공개했다. 1년 안에 AI 비서를 개발하겠다던 저커버그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가 CEO로서 회사의 경영 방향을 미리 투자자나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용도로 SNS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올 초 그가 SNS에 남긴 신년 포부가 미국 내수 시장에서 인적·물적 파트너십 강화 등으로 사업을 키우는 데 힘쓰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가 이 메시지를 남겼을 당시 페이스북은 미국 내 매출 증가율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트위터를 애용한다. 그가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첫 ‘무인항공기(드론) 배송’에 성공했음을 알린 창구가 트위터였다. 베저스는 2000년 자신이 설립한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의 최신 사업성과를 공유하는 용도로도 트위터를 활용한다. 지난해 4월엔 트위터에서 “엔진이 재점화해 완벽하게 착륙했다”며 재사용 로켓 이륙 실험에 세 번째로 성공했음을 밝혔다.

페이스북에 신년 포부 남기는 저커버그


CEO의 SNS 활용은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는다. 84세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2013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이후 지금껏 쓰고 있다. 저커버그와 베저스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2011년만 해도 “SNS 업체들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SNS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현시대에 CEO의 소통 창구로 SNS가 필요함을 ‘오마하의 현인’도 인정했다.

CEO들은 왜 SNS에 푹 빠졌을까.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CEO의 메시지는 기업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해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SNS는 이런 풍토를 완전히 바꿨다”며 “자기 어필에 관심이 많은 CEO라면 좀 더 개인 성향에 맞도록 입장을 정리해 대중에게 표현하고 싶을 텐데, 이때 SNS가 매력적인 수단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한 기업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글을 직접 써서 곧바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언론 인터뷰 등 다른 PR(Public Relations) 수단에 비해 내 의견이나 경영상 꼭 필요한 선언을 곡해되지 않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누리꾼들의 실시간 반응을 지켜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친근한 혁신가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CEO들을 SNS에 모여들게 하는 요소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SNS의 등장으로 대중이 바라는 ‘소통하는 리더십’을 CEO들이 보여주기 쉬워졌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SNS 경영이 빠르게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SNS를 쓰는 CEO끼리 견해를 나누면서 친밀감을 더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물론 전 세계 모든 CEO에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까진 동양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서양을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동양의 경우 개인 관심사나 성향을 드러내는 리더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리더의 상(像)을 선호하는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일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전문경영인보다는 저커버그나 베저스처럼 회사의 설립자 겸 CEO이거나 경영 일선에 나선 총수(오너 CEO)가 훨씬 많이 SNS를 활용한다. 같은 부류더라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다면 SNS 활용 폭은 내로라하는 대기업 리더들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 쓰느니만 못한 경우도

한국의 경우 여전히 많은 CEO는 SNS 활용을 꺼리고 있다. 상명하달의 기존 소통 방식에 익숙해 굳이 SNS를 쓸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오너 CEO 중 예외적으로 SNS를 즐겨 쓴다. 트위터를 쓰는 박 회장은 2015년 6월 이후 활동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이전까지 격의 없는 글로 주목받았다. 트위터에서 “회장님은 뭐하실 때 가장 즐거우세요?” “요즘 신입사원들 가장 큰 문제가 뭘까요?” 등 누리꾼 질문에 “집에서 놀 때지요” “귀엽다는 거죠” 같은 재치 있는 답변으로 ‘어록’을 남기면서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애용하는 정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사진과 영상을 수시로 올리면서 소통하고 있다. 그는 누리꾼 사이에서 ‘얼리어답터’로 통한다. 자신이 써본 인상적인 신제품이나 가본 맛집 정보를 SNS에서 사진·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추천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면서 기업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이마트가 새로 내놓은 초콜릿을 ‘강추(강력추천)’하는가 하면, 지난해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의 홍보맨을 자처하기도 한다. 다만 이들 모두 SNS를 쓰면서 받은 호평 뒤에선 종종 호된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만 했다. 박 회장은 2015년 말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평소 SNS로 쌓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냉혹한 기업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 부회장도 2010년 문용식 당시 나우콤 대표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놓고 SNS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지난해 11월 SNS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동영상(촛불집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올렸다가 이틀 만에 사과문을 올렸다. 분노한 누리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SNS를 안 쓰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 이는 SNS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는 CEO의 메시지가 순기능만 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기성 매체를 통해 정제된 메시지를 전하던 때에 비해 SNS로는 ‘솔직하지만 불필요한’ 메시지를 자기도 모르게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종혁 교수는 “CEO의 메시지 하나하나가 큰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단순히 온라인상의 실언으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며 “SNS를 쓰는 CEO들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보다 좋은 메시지로 소통하려는 자정노력을 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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