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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약점 지적 말고 장점을 부각시켜라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약점 많은 이창호, 팬들의 칭찬에 정상 등극 … 장점이 강점 되도록 하는 것이 인재관리

사람은 일반적으로 남의 단점을 쉽게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하게도 좋은 점은 눈에 잘 띄지 않으나 단점은 사소한 것도 얼른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있다. 자신의 단점을 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인간의 보편적 특징이다.

이러한 인간의 성향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 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똑같은 일을 놓고서 자신이 한 일은 아름답게 치장하려는 반면 남이 한 일은 깎아내리려고 한다. 조직의 리더는 이러한 인간의 약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직이나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많이 보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남의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자꾸 안 좋은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지적해 고쳐주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하지만 단점을 지적하면 그 사람은 고마워하지 않고 ‘너나 잘 해’라는 방어기제를 발동한다. 그러면 별 효과가 없이 인간관계만 나빠질 뿐이다. 그렇다고 남의 단점을 모른 척 참고 있자니 속으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사람을 피하려 하고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가 이런 분위기라면 성과를 내고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원의 단점만 지적하면 방어기제 작동

이와 같은 단점 공략의 부작용에도 남의 단점을 신랄하게 공격하는 분야가 있다. 정치인들의 세계다. 대권 후보들의 경우 경쟁자의 약점을 찌르는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쓴다. 사생활이나 과거의 경력 등에서 사소한 약점이라도 찾아 맹렬하게 공격한다. 정치평론가들도 대부분 후보의 단점을 비판한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이유 아홉 가지 같은 것을 열거한다.

이렇게 약점을 공격하다 보니 국민은 정치인에게 실망하고 정치를 혐오하게 된다. 후보의 장점을 보고 미래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모두 약점만 지적해 대니 찍을 사람이 없다. 결국 누가 나라를 잘 이끌 것인가를 보고 선택을 하지 않고 약점이 적은 쪽을 고르는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분야가 있다. 예체능 분야가 대표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스타 손흥민 선수의 멋진 활약을 보며 팬들은 환호한다. 물론 부진할 때는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얼마 전 멀티골을 넣은 것과 같은 손흥민 선수의 훌륭한 플레이를 기억하며 장점에 관심을 갖는다.

바둑의 경우도 역시 팬들은 고수의 장점에 흥미를 갖는다. 조훈현의 속력행마, 다케미야의 우주류, 이세돌의 전투력 등 명인들의 장기를 얘기하며 감탄을 한다. 이들 명인고수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강점 자체가 약점이기도 하다. 즉 조훈현의 속력행마는 빠르고 능률적이기 때문에 엷은 것이 흠이다.

그러나 바둑비평가나 팬들은 이들의 약점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이창호 9단을 예로 들어보자. 15세에 바둑계의 정상에 올라선 소년 이창호는 계산력과 끝내기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래서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포석과 중반전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초반 포석에서 발 빠른 플레이로 앞서 나간다거나, 중반의 전투에서 강렬한 파워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창호의 실전대국을 하나 보자.

[1도] 이것은 1990년 이창호가 스승인 조훈현 9단과 최고위라는 타이틀전에서 대결한 판이다. 이 바둑의 승자가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흑을 쥔 이창호는 흑3, 5로 착실하게 실리를 취하는 바둑으로 판을 짰다. 백10의 압박에도 평범하게 처리하고 흑15로 상변에 벌린다. 백24, 26으로 압박할 때 흑29로 꾹 참아둔다. 이창호의 포석에는 특별히 화려한 수나 독창적인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창호가 포석에 약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2도] 이창호가 흑1로 큰 곳을 차지하자 조훈현은 즉각 백2로 뛰어든다. 흑1의 돌을 공격하며 주도권을 잡자는 수다. 이에 대해 이창호는 평범하게 흑3, 5로 한 칸 뛰기를 한다. 그런 다음 흑9에 들어가 귀살이를 한다. 이런 중반전투에서도 이창호의 플레이는 지극히 평범하다. 유창혁의 화려한 공격력이나 이세돌의 강펀치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창호의 전투력이 약하다고 평했다.

[3도] 마무리 단계인 종반이다. 중반까지 평범하게 두어온 이창호는 이런 끝내기 장면이 되면 강점을 발휘한다. 흑1, 3과 같이 집의 경계선을 마무리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끝내기를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크기에 대한 계산을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런 계산능력에서 이창호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부하의 장점에 주목한 유방

이 바둑은 결국 이창호의 반집승 즉 0.5집 차의 극미한 승리로 끝이 났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신산 이창호의 강점이 잘 발휘된 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과 중반은 평이하게 두어 나간 후 종반 끝내기에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이 바둑에서 보듯이 이창호는 포석과 중반전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이창호의 바둑을 야유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보다는 이창호가 유달리 강한 계산력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신과 같은 계산력을 뜻하는 ‘신산’이라는 닉네임을 선사하며 그의 강점을 강조했다. 매스컴과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고무된 이창호는 점점 더 좋은 성적을 냈고 마침내 세계 정상을 정복하며 바둑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했다. 이후 이창호는 자신의 약점을 계속 보강하여 나중에는 끝내기는 물론 포석이나 중반전에도 능숙해졌다.

바둑에서 팬들이 프로기사의 강점에 주목하듯이 기업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장점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조직의 리더는 부하 직원들의 장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떤 직원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그 강점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재관리다.

역사상 뛰어난 지도자들은 인재를 알아보고 강점을 활용하는 데 능했다. 예컨대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은 백수건달 출신이었지만 한신·장량·소하 같은 인재들을 기용하고 잘 부렸다. 라이벌인 항우에게서 귀순해 온 진평이라는 책사도 우대했다. 어느 날 다른 부하들이 진평을 비난했다. 이재를 밝혀 재물을 착복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유방은 자신이 진평을 받아들인 것은 그의 장점 때문이라며 부하들의 비난을 일축했다. 진평은 이후 반간계 등 책략을 건의해 유방의 천하통일에 기여했다. 유방은 인재의 약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잠재력이 발휘되도록 하는 리더십으로 성공한 것이다.

리더가 부하의 장점을 바라보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그 장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하며 일할 동기를 유발시킨다. 칭찬을 들으면 일을 열심히 해 회사에 공헌하겠다는 의욕이 생기게 된다. 이런 직원이 많아져야 회사의 능률이 오르고 발전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경영자도 긍정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장점을 바라보면 직원들이 유능한 인재로 보이고 그들을 활용해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된다. 직원들을 밥값도 못하는 밥충이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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