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홈런만 치라는 리더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혼게이자신문 서울지국장)
9회 말 원 아웃, 주자 2, 3루. 상대팀에게 1점 뒤지고 있는 상황. 강공인가 번트인가. 3루 코치가 타자에게 지시를 내린다. “홈런을 때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헤매고 있을 때 유행하던 우스갯소리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뭘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유망한 신상품을 내놔도 잘 팔리지 않았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은 한국·중국 기업에 시장을 모조리 뺏겼다. 엔고로 물가는 바닥을 기었고, 부동산 가격은 회복될 조짐이 없었으며, 불량채권 정리도 잘 안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장·임원에 오른 사람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이겨낼까 망연자실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도 자신감과 의욕을 잃었다.

치밀한 득점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코치가 타자에게 ‘홈런을 치라’고 지시한다면. 분명 선수·구단을 넘어 팬들의 엄청난 원성을 살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기업에 ‘홈런’을 주문하는 경영진은 없을까. 과거 이런 얘기를 대기업 중견 간부들에게 많이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있다”는 답이 많이 돌아왔다. 지시를 내리지 못하거나 실적 향상만을 닦달하는 리더십은 위기 극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직원의 아이디어와 자율성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부하에게 권한을 주고 아이디어를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직원들 스스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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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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