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권력 주변의 탐욕자들 

 

이강호 PMG 회장

▎이강호 / PMG 회장
지난해 연말 방문한 중국 베이징의 명나라 시대 환관 톈이의 묘에서 북경대학 역사학자로부터 중국 환관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환관 톈이는 세 명의 황제를 보좌했다. 그는 만력제의 깊은 신임을 얻으며 항상 중책이 주어졌고, 죽은 뒤에도 황제가 특별히 묘를 만들어줬다. 그 이후 환관들이 톈이의 인품과 위신을 흠모한 나머지 그의 묘지에 합장되기를 희망했으며, 이로 인해 톈이의 묘는 환관들의 묘군이 됐다. 그리고 이곳에 환관 역사를 주제로 한 테마 박물관이 중국에서 가장 먼저 지어졌다.

환관 박물관의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 상황에 비추어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절대 권력자인 황제의 주위에는 충신의 역할을 한 환관도 있었지만, 왕조를 패망시키고 황제를 시해한 환관이 훨씬 더 많았다. 한국 역대 대통령들도 권력의 주변에서 부조리를 저지른 친인척이나 측근들 때문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명예를 실추당한 사례가 자주 있었기에 톈이의 묘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를 반면교사로 소개해 본다.

자료 중엔 진나라 환관 조고(趙高)와 관련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눈길을 끌었다. 조고는 권력을 장악하고 조정 대신들이 얼마나 자기를 지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느 날 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말을 헌상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제는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 하면서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조고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건 분명히 말입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여기 있는 대신들에게 물어보십시오.” 호해의 물음에 조고를 두려워하는 대신들은 말이 맞다고 했고 몇몇은 입을 다물었다. 사슴이라고 대답한 용기 있는 신하는 훗날 죽임을 당했다. 그 후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子孀)을 황제로 옹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고 자신이 자영에게 주살 당하고 말았다.

기군유술(欺君有術)로 기록된 당 문종 때의 환관 구사량(仇士良)은 감로지변(甘露之變) 후에 실권을 쥐고 황제를 기만하는 등 온갖 횡포를 부린 것으로 유명하다. 명나라 말기 국정을 농단하며 왕조의 수명을 단축시킨 환관 위충현(魏忠賢)에 관한 자료도 전시돼 있었다.

역사를 뒤돌아 보며 오늘을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훌륭한 본보기는 더욱 발전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국가나 기업이 도도히 흐르는 역사 속에서 과오를 되풀이할 것인지 성공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인지는 흥망성쇠의 결실을 가져갈 구성원의 몫이다.

국내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려 몹시 위중하다. 톈이의 묘 전시실에 있는 사료들처럼 역사는 지금 우리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기록할 것이다. 톈이의 묘 전시실은 사사로운 이해 관계가 아닌 후손을 위한 국가의 성공적인 발전과 번영의 길을 택하고 도모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주변 관리를 올바로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권력의 주변에서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이 발을 못 붙이게 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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