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프라이버시의 종말 

 

김상범 주연테크 기술부문 사장

최근 구글 인공지능이 저해상도로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을 가지고 원본 이미지를 복원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아래의 왼쪽 저해상도 이미지를 주었더니 가운데 사진이라고 ‘추측’해 결과를 낸 것이다. 실제 원본 이미지는 제일 오른쪽인데,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 참조).


▎김상범 / 주연테크 기술부문 사장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본 기술이지만 이제 곧 저해상도 CCTV 이미지나 사진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추출해내는 것이 가능해 질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온 사방에 CCTV가 널려 있고 자동차에 앞뒤로 달린 블랙박스가 상시 녹화를 하는 세상이어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다(자동차용 블랙박스 다음으로는 안경처럼 쓰고다니는 녹화기기가 보급될지도 모른다).

굳이 사방에 널린 카메라가 아니라도 거의 모든 사람이 지닌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교통카드 기록을 보면 그 사람의 위치, 이동 경로, 소비 패턴을 추출해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잘못 사용되면 문제가 생기지만, 쓰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록은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이지만,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취합해 가공하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시는 KT와 함께 심야시간 사람들의 휴대전화 위치 이동 정보를 모아 새로운 심야버스 노선을 신설하기도 했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가’라는 궁금증은 통신 3사의 기지국 정보를 취합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자신의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 꺼려지는가. 휴대전화에서 구글 위치기록을 켜 놓고 다니면 자신의 수년간 이동 경로와 동선을 볼 수 있다(google.com/maps/timeline). 이미 자신도 모르게 개인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수집됐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잘 가공해주는 서비스를 베푼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여행 중 사진을 찍으면 날짜와 위치를 정확히 기록해 분류하고, 자동으로 앨범도 생성해주기도 한다. 혹시 정보 노출이 극도로 꺼려진다면, 영화 주인공 잭 리처처럼 휴대전화는 버리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만 사용하면서 살면 된다. 그래도 수많은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는 피해갈 수 없겠지만…. 설사 대포폰 수십 대를 바꿔가면서 사용한다 해도 위치기록 데이터와 통화기록 패턴을 취합하면 사용자를 콕 집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프라이버시의 종말이 걱정된다고?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당신이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지인 친구의 팔촌이 어젯밤 어디서 무얼 했는지 다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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