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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 만드는 황이슬 손짱 대표] “일상에서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한복 만들죠”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젊은 감각 입힌 신한복으로 저변 확대... 52개국 판매 노하우로 B2B 시장 공략

▎전북 전주시 덕진구 본사 매장에서 만난 황이슬 대표가 자신이 만든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전주역 사거리 부근의 4층짜리 건물. 지하 1층 매장에 들어서자 독특한 형태의 한복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두루마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코트, 코듀로이 소재의 저고리, 리버서블(양면) 허리치마 등은 블라우스나 티셔츠, 청바지와 함께 입어도 잘 어울릴 만큼 현대적이고 멋스럽다.

이처럼 일상복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로운 개념의 한복을 선보이고 있는 주인공은 황이슬(31) 손짱 대표다. 기업명 ‘손짱’은 ‘손재주가 짱’이란 의미다. 그는 수천 가지의 한복 모티브 중에 깃과 동정, 고름 등 지극히 한국적인 특징들을 차용한다. 여기에 최신 패션 트렌드나 관심이 가는 사회적 이슈,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형상 등을 디자인에 녹여낸다. 황 대표는 “패션의 본질적인 욕망은 예뻐 보이고 싶고, 튀고 싶은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복은 무척 매력적인 옷”이라고 말했다.

한복의 새 시대를 열다

“올봄 선보일 컬렉션의 주제를 ‘블루라군’으로 정했습니다. 한창 작업하던 시기에 ‘바다 보러 가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꼈거든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혼란들이 제 작업에도 영향을 줬어요. 디자이너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어지러움이 개인의 번민으로 다가왔고, 제가 만든 옷들을 통해서 유토피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산호섬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행복을 느끼고픈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한복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째인 황 대표는 업계에선 이미 소문난 유명인사다. 그간 한복 산업 부흥과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덕분이다. 그는 1년에 몇 차례씩 한복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퍼뜨리고자 한복 토크쇼와 한복 콘서트를 개최하고,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한복 진로 체험과 한복 클래스를 연다. 황 대표는 자신이 이처럼 수익과는 무관한 한복 문화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건강한 한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한복진흥센터 후원으로 서울패션위크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쉽지가 않더군요. 예복이나 코스튬을 위한 의상으로는 패션위크에 들어갈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었어요. 한복을 코스튬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시각이 갈리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부스를 열기는 했지만 그때 아직도 한복을 패션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일이잖아요. 브랜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한복이 더 이상 특별한 의복이 아닌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황 대표는 스스로 ‘한복 전도사’를 자처한다. 한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고 싶은 바람에서다. 이를 위해 ‘한복 차림의 1000가지 행동 도전’을 실천 중이다. 평소 자신이 손수 만든 생활한복을 입고 삼겹살 먹으러 가기, 벚꽃놀이 가기, 클럽 가기, 버스 타기, 장보기 등을 실행에 옮긴 뒤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이를 통해 매일 수천 명의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니즈를 제품에 반영한다.

이처럼 한복을 알리는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나서는 황 대표는 지난해 6월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독특한 협업을 진행했다.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탄산주 캐릭터에 치마와 저고리를 만들어 입힌 것이다. 당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마련된 팝업 스토어에는 일주일간 25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황 대표는 “하이트진로와의 만남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 홍보와 한복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선보이는 한복은 일상에서 입는 생활복이다. 세련된 무늬가 프린트된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들어 가벼운 세탁도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국가 공모 과제에 응모, 한국적인 감성에 기능성이 가미된 신소재 7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모시의 질감은 그대로 살리면서 구김이 적어 관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맞춤형 특화 소재가 대표적이다.

“우리 제품은 과거 한문 선생님이나 국사 선생님이 입던 개량한복과는 전혀 달라요. 이런 제품들이 자연친화적이고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죠. 꽉 끼는 청바지나 하이힐처럼 약간 불편해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우리의 지향점이에요.”

10년 전 평범한 대학생이던 황 대표의 인생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전북대 산림자원학과에 다니던 시절, 인기 만화의 퓨전한복 의상을 제작해 코스튬 플레이를 했던 것이 계기였다. 이때 입었던 한복을 인터넷 중고장터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세계인의 손짱을 꿈꾸다

2006년 8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지만 초창기 연매출은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한 방송을 통해 사연이 알려진 후 ‘디자인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성공궤도에 올랐다. 대학을 졸업하던 2010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황 대표는 모던한 감각의 파티복 브랜드 ‘손짱디자인한복’과 한복을 모티브로 한 캐주얼 브랜드 ‘리슬’을 출시했다. 그는 자신이 개척해온 한복 시장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목소리를 높였다.

“경복궁이나 인사동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한복 산업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오히려 장사가 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산을 비롯해 정체불명의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에요. 돈벌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복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명감이 결국 시장을 살리는 길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필두로 오프라인 매장과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린 황 대표는 업계에서는 드물게 52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배송이 가능한 모든지역에 제품을 팔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B2B 사업에 진출해 매출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미국 패션을 움직이는 시장이 이탈리아나 프랑스이기 때문에 두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먼저 정착한 다음, 유럽과 아시아권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창의성을 담은 신한복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사명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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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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