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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자신을 낮춤으로 경지에 오른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진정한 무사가 되려면 병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부지런히 연마해 충분한 자질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며, 아침 저녁으로 수련에 힘써야 한다. 때로는 마음을 크고 넓게 가지고, 때로는 하나에 집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넓고 멀리 봐야 할 때와 가깝고 세밀하게 봐야 할 때를 구분해 시야를 단련하고, 조금의 흐트러짐 없는 공명한 상태가 진정한 ‘하늘의 경지’임을 깨닫고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하늘의 장

무사시는 하늘의 세계로 [오륜서]를 마무리한다. 하늘은 무한한 가능성과 영원불멸을 상징한다. 불교의 관점이 짙은 이 대목은 인간이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무사의 삶이란 수련을 통해 병법의 도를 깨달아 하늘의 경지에 도달하는 여정이라고 규정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이를 수 있는 경지다.

대한검도회 교사(敎士)인 검도 8단 이종원 교수는 [검도는 평생친구]에서 수련하는 태도를 다음과 같이 썼다. “검도를 해보면 무결점의 올바른 검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나 고치면 또 하나 나오고, 이제 기본을 어느 정도 알겠다 싶으면 강한 상대를 만나 무너지고, 또 일으켜 세우고…, 그러다 보니 이제 육순(六旬)이 되었다” “검도는 죽도를 들고 서서 하는 운동선(運動禪)이다. 종교수행자들이 앉아서 선을 한다면 우리는 상대와 호흡을 맞춰 움직이면서 선을 하는 셈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상인(商人)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점원생활을 시작한 마쓰시타는 1917년 22세에 ‘마쓰시타 전기제작소’를 설립한다. 초라하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연결플러그, 자전거 램프 제조에 성공하면서 사업은 번창했다. 그러다가 1932년 5월 5일 마쓰시타는 사업가로서 자신의 사명을 ‘가난을 극복하고, 물자를 풍족하게 생산해 사람들이 수돗물처럼 마음껏 쓰게 한다’로 삼고, 향후 250년간을 사명 달성기간으로 정해 1기인 25년을 자신이 책임진다고 할 만큼 호흡이 긴 경영을 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전개해 일본이 개방 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소년시절, 배움이 적어 야학에서 가르치는 초보적 수학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마쓰시타가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을 일으킨 것은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라 신의 경지에 이른 뛰어난 경영 덕분이었다. 인간을 이해하고 조직을 다룰 줄 알았던 그는 경영을 논리와 기법이 아니라 사상과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던 구도자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마쓰시타는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높다란 신의 경지에 올랐다. “나는 배운 것도 적고 재능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경영을 잘한다거나 인재를 잘 활용한다고 평가한다.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한 가지 짚이는 점이 있다. 내 눈에는 모든 직원들이 나보다 위대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겉으로는 직원들을 꾸짖을 때가 많았지만 속으로는 늘 상대방이 나보다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경영은 끊임없는 창의적 연구를 통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다. 나는 경영이란 본래 그 가치가 매우 높은 예술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종합예술가라 할 수 있다.”

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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