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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9) 연령별 노후준비(4) | 50대] 빨라지는 퇴직 시계, 마지막 노후준비 시즌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
퇴직 후엔 재취업 불리, 몸값 높여 이직 고려할 만 … 회사의 퇴직지원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

▎사진:아이클릭
50대가 되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주름도 하나 둘 늘어난다. 100세 시대의 시계로 보면 낮 12시를 넘어 오후 3시에 걸쳐 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상층부의 직책을 맡기 시작하고 50대 중반을 전후해 임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영업을 비롯해 개인사업자라면 업력이 20~30년에 달하면서 사업의 절정기를 맞고 있을 시점이다.

자녀는 어느새 대학생이 돼 있거나 군대에 가 있고 50대 후반에 다가서면 자녀의 출가가 시작된다. 30~40대 육아와 교육으로 정신이 없었다면 50대는 양육 부담에서는 슬슬 벗어나는 시기다. 30~40대에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면 그간 쌓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다 개인연금이 어느새 쌓여 있을 때다. 퇴직 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장기간 또는 종신으로 지급받아쓰도록 설계해 놓았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같은 50대라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50대 전반부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역할이 절정기에 달할 때다. 그러다 보면 퇴직 이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실 노후 준비가 가장 필요한 때가 50대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 결국 퇴직하고 나서야 인생 이모작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2016년 50대 가구주의 부채를 뺀 순자산은 평균 3억6000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만한 자산으로는 60세 이후 노후 30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제는 60세에 퇴직해도 국민연금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1969년생 이후는 65세가 돼야 나온다. 은퇴 크레바스를 넘기려면 퇴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회사의 체계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퇴직을 앞둔 50대에 필요한 제도는 회사의 퇴직지원 프로그램인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교육 기회를 부여하면 직원은 자신의 퇴직 이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50대가 되면 퇴직시계가 급격히 빨라진다. 바쁜 일상에 묻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정년이 다가온다. 연금을 비롯해 노후 자산이 상당히 축적돼 있다면 큰 걱정은 없다. 여기에 자녀 교육까지 거의 끝나간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을지 재취업에 나설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급여가 체감적으로 주는 것도 문제지만 60세에 퇴직해 창업하거나 재취업할 곳을 찾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현직 프리미엄이 있을 때 대기업이라면 중견 및 중소기업으로 옮겨 직급을 올리고 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롱런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창업도 조금이라도 젊고 현직 프리미엄이 있을 때가 좋다. 준비하는 만큼 퇴직 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 퇴직자들의 증언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안에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가장 많은 갈등을 겪을 때가 50대라고 하겠다. 선택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의 몫이다.

-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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