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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판’ 바뀌는 보험업계] 무엇이든 AI에 물어보세요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일본 보험사 직원 34명 AI로 대체 … 인공지능 vs 설계사 경쟁 불가피할 듯

▎2015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인간형 로봇 페퍼는 가정용 다용도 로봇 시대의 개막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탑재해 대화가 가능하다.
보험업계에서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침투’가 시작됐다. 일본 보험회사 후코쿠생명은 지난 1월, 올해부터 보험금 사정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 익스플로러’가 계약자의 병력, 입원 기간, 복용 의약품 등의 정보를 실수 없이 분석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한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특약 조항을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다.

계약서에 어긋나는 보험금 지급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 자동차 사고보고서, 병원 기록, 사고 영상 자료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와 금액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왓슨은 건별로 보험료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실수로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지 않았는지, 짧은 시간 내에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한 해 약 13만 건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후코쿠생명은 인공지능 도입으로 생산성이 30%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투자한 비용은 2년 내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시스템 구축에는 약 20억원과 매년 1억5000만원의 유지비용이 드는데, 대신 보험 청구 직원 34명의 직원을 정리해 매년 14억여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맞춤형 보험 개발 가능성도

국내 보험업계에도 초보적인 수준의 AI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라이나생명과 동부화재는 지난해 말 ‘카카오톡’을 이용한 ‘챗봇(채팅로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톡으로 보험에 대한 궁금증이나 상품 안내, 가입 절차 안내 등을 물으면 로봇엔진이 일 대 일로 답변해 주는 형식이다. 아직까지는 고객이 질문을 던지면 챗봇이 미리 입력돼 있는 답변을 객관식으로 나열한 뒤 고객에게 필요한 답을 고르도록 하는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면 머지않아 기본적인 보험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임원은 “지금은 보험사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미루고 있지만 한 회사가 도입하고 경쟁력이 입증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확산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보험 연구원이 내놓은 ‘보험산업의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별 행동특성 및 환경을 반영한 언더라이팅(보험 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글로벌 보험사인 스위스 리는 언더라이팅 과정에 AI를 도입해 업무의 표준화 수준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개발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AI는 딥러닝(데이터 분석과 학습을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결론을 내리는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 맞춰 보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일 우체국금융개발원장은 “AI의 등장으로 기존 보험의 근본 원리인 ‘대수의 법칙’이 무의미해졌다”며 “모바일 기기나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수집되는 생활습관·건강나이·위험선호도 등 개인 정보에 따라 계약자 맞춤형 상품으로 보험이 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I의 도입으로 판매 채널, 특히 설계사 업무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고객에게 보험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하는 양방향 소통이 곧 실현될 전망”이라며 “지금까지의 온라인 판매 채널은 소비자의 궁금증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정보만 얻고 설계사에게서 상품을 구매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빠르면 5년 안에 인공지능이 설계사 채널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I가 완벽하게 설계사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보험설계는 동일한 상품이라고 해도 특약 등을 통해 상품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AI가 인간의 보험설계를 100% 대체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들도 기계적인 설명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 데다, 아직 AI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가 수익성 좋은 설계사 채널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 전문가는 “보험은 보험사와 대리점, 설계사, 고객 사이에서 다양한 변수로 협상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험사의 AI 도입 유인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설계 인력의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개별 생명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 수는 10만2148명으로 2012년 11만6457명보다 12.3% 줄었다. 손해보험에 소속된 설계사도 8만1148명으로 2012년 9만5017명보다 14.6% 감소했다. 이는 젊은층의 인력 유입이 부족해서 생긴 고령화의 여파로 분석된다. 생보사 설계사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2007년 각각 8.7%, 38.5%에서 2015년 5.6%, 20.3%로 줄었다. 반면 50대 설계사 비중은 같은 기간 12%에서 29%로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설계사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외형이 급격히 성장한 독립대리점(GA)도 보험사 전속설계사 조직을 위협하는 채널로 떠올랐다.

결국 줄어든 인력과 이로 인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과열로 설계사 영입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설계사가 소속을 옮길 때마다 주어지는 1인당 스카우트 비용만 500만~200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보험사들은 교육비, 초기 정착비, 점포 운영비 등 고비용으로 인해 설계사 조직의 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대안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했듯, 국내 보험사들도 AI를 설계사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력 감소 속도와 AI의 발전 속도에 따라 완만한 순환 교체가 될 수도, 강제적으로 대체되는 위협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인력 부족으로 스카우트 경쟁 과열

시장에서도 조금씩 AI 설계사의 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소비자 피해가 많은 ‘고아계약’과 ‘승환계약’, ‘불완전 판매’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철새 보험설계사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설계사 업계가 GA 중심으로 재편되고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증가한 철새 설계사는 기존 계약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과 설계사가 기존 보험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 보험계약을 청약하는 승환계약의 원인이 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판매 채널이 도입되면 보험산업의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형사도 AI를 활용한 판매채널을 확보하면 전속설계사 조직 규모에 의한 경쟁이 사라지고 상품과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기존 설계사 채널은 재무설계, 건강관리와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능률 판매조직으로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른 보험업계 전문가는 “이미 대형 보험사들은 소수 전문성 있는 인력을 전속 설계사로 배치하고 나머지는 대리점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향후 설계사는 소수가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PB) 형식으로 남고 일반적인 보험 계약 업무는 AI로 대체될 수 있다. 설계사들이 생존하려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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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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