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Focus

[도시바 반도체 누구의 품에] ‘판돈 26조원(도시바 매각 최대 예상 금액)’ 놓고 韓·美·臺 치열한 3파전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SK하이닉스, 대만 업체와 손 잡을 가능성 … 일본 정부 공적자금 투입 검토 돌발 변수로

반도체 호황에 국내 기업들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산치가 분기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도 9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강국 한국으로서는 국익 증대 차원에서도 가뭄 끝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3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계속된 반도체 호황에 올 2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액이 140억6000만 달러로 역대 2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것으로 2010년 8월 이후 6년 6개월 만의 20%대 증가율이었다. 반도체부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한 65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시장 세계 2위


이런 상황에서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라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시바는 오는 4월 반도체 부문 ‘도시바메모리(가칭, 이하 도시바)’의 분사를 최종 결정,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그간의 경영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다. 3월 29일(현지시간)까지 예비 입찰을 마치고 이 자회사 지분의 50~100%를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지분 100%가 매각될 경우 ‘판돈’은 약 26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된다. 도시바는 6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2위 업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18.3%로 세계 1위 삼성전자(37.1%)의 뒤를 이었다. 낸드플래시를 최초 개발한 것도 도시바였다. 2011년만 해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012년 이후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끊겨도 자료가 보존되는 특성을 지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된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도시바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스마트폰 고성능화 경쟁을 통한 수요 급증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결국 향후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열쇠가 낸드플래시이며, 도시바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 열쇠를 쥐게 된다는 얘기다.

인수 후보 중 국내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가 있다(삼성전자는 시장 독점 문제 때문에 사실상 인수가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올 2월 3일 도시바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했고 도시바는 SK하이닉스에 새로운 지분 매각 방안을 역제안한 상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D램 제조사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5위로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물론,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나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들에도 뒤처져 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9.6%로 도시바의 절반, 삼성전자의 4분의 1가량이다. 반도체 호황에 더 높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D램 강자 위치에 안주하는 대신 낸드플래시라는 신무기를 더 많이 장착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공정상 한계와 기술력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해왔다. 도시바가 지닌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과 특허권 등을 확보한다면 경쟁사들을 누르고 순식간에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재무적 여력이 WD·마이크론에 비해 충분하지만, 판돈이 약 13조~26조원으로 워낙 큰 탓에 자체 인수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비(非)반도체 업계와 손을 잡고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폭스콘이라는 영어 기업명으로도 잘 알려진 대만 홍하이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를 인수하기도 한 홍하이는 SK와 합작사 ‘FSK홀딩스’를 설립해 중국 사업을 진행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홍하이가 차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SK하이닉스는 사업 노하우 공유를 명분 삼아 홍하이의 풍부한 현금 보유량(약 15조원)을 활용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모색해볼 수 있다.

경쟁국에 반도체 빼앗길 수 없다는 일본 정부

그러나 이에 맞선 각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일단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봉장인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그룹이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는 후발주자임에도 올 들어 3곳의 신규 공장에 약 8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업체들도 부족한 자금 여력에 비해 아직 비관하기는 이르다. 일본 정부가 도시바를 지키지 못한다면 중국계 자본에 잠식되는 쪽보다 미국 업체가 인수하기를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WD나 마이크론으로선 야심 차게 도전할 만하다. 더구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CT 공룡들도 이번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면 다른 기업들로선 상대하기 버겁다. 이밖에 대만 업체들도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하는 대만적체전로제조(TSMC)가 홍하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TSMC는 SK하이닉스보다 현금 보유량이 더 많아 홍하이가 이쪽과 손을 잡는 쪽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도시바를 경쟁국에 빼앗길 수 없다는 일본 내 정서다. 3월 15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은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인수 후보와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외환거래법을 활용해 입찰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반도체는 일본의 성장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타국 기업에 매각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정치적인 국가는 피하고 직원들이 계속 활약할 수 있는 곳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17일 일본 정부가 도시바에 출자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은 34% 이상이다. 이 정도 지분이면 회사 경영에 관한 중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동시에 경쟁국가로의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이 경우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매각 절차 자체가 변경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images/sph164x220.jpg
1377호 (2017.03.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