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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사활 건 영·유아용품 업계] 아기 울음 ‘뚝’ 매출도 ‘뚝’ 돌파구는 오직 수출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용품·서비스 등 중소기업 활약 돋보여... 기술력·한류 앞세워 아시아 시장 개척

#1. 지난달 중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는 기존 출산·영유아용품 전시회와 다른 풍경이었다. 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 등 8개국에서 43개 업체 60여 명의 바이어가 참가해 수출상담회를 연 것. 국내 육아전시회에서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상담회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전시회를 진행한 베페는 상담회에서 7800만 달러(약 900억원) 이상의 현장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베페 관계자는 “한 유통 업체는 270만 달러(약 31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며 “현장에서 다양한 제품의 시연을 통해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산 제품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 SJ헬스케어는 4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한국형 산후조리원 ‘클리닉한’ 개원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산후조리원 시장은 태동 단계로 전국에 900개 내외가 영업 중이다. 홍민철 SJ헬스케어 대표는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1780만 명으로, 국내 시장 기준으로 따지면 (산후조리원이) 2만 개 이상 필요하다”며 “시립병원과 제휴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호텔에 입점한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산층은 산후조리원에 한 달가량 머물면서 1000만원을 지출한다. 최고급 산후조리원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생존 차원에서 해외로 눈 돌려


영·유아용품 업계가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의 분유·기저귀·위생용품 외에도 유축기와 젖병소독기·카시트·체온기 등이 수출 대상이다. 산후조리원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는 것도 눈에 띈다. 내수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유아용품 업계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국내의 출산율 저조에 따른 시장 축소 때문이다.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100명(-7.3%)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1.17명으로 전년의 1.24명보다 줄었다. 이 또한 7년 만의 최저치다. 유축기를 수출하고 있는 민병욱 유진메디케어 대표는 “영·유아용품 매장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며 “국내 출산율이 떨어지니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가 내수를 발판으로 수출로 확장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진메디케어는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그동안 영·유아용품 수출은 대기업이 주도해왔다. 기저귀(유한킴벌리), 분유(매일유업·남양유업), 세정제(보령메디앙스) 등 대기업에서 생산한 유아용품이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관세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유아용품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5년 한국산 유아용품 수출액은 3억4000만 달러로 2011년과 비교해 2.3배 증가했다. 수입액은 6억1000만 달러로 2011년 대비 1.4배 늘었다. 5년간 1위 수출 품목은 기저귀였다. 2012년엔 중국의 베이비붐과 맞물리면서 2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유 수출은 5년 새 3.1배 늘었다.

최근엔 중소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에 못지않은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유아용 카시트 국내 점유율 1위인 다이치도 기술력을 앞세워 현재 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아이소픽스 카시트는 안전벨트로 고정하는 일반 카시트와 달리 차량에 직접 고정하는 국제규격 카시트다. 차량과 카시트의 밀착도를 한층 높여 흔들림을 줄였다. 다이치의 카시트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젖병소독기 제품을 중국·태국·대만·싱가포르 등에 수출하는 해님베이비는 지난해 3세대 젖병소독기를 선보이며 일본 수출에도 성공했다. 이 젖병소독기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해 휴대폰으로 내부 온도, 남은 시간, 자주 묻는 질문, 살균램프 교체시기 기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듀얼램프를 통해 99.9% 이상의 살균력과 기존 대비 2배의 건조기능을 입증 받았다. 회사 측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 PSE(전기용품안전법) 인증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유진메디케어의 유축기 스펙트라는 전동식 유축기로 12단계 압력 조절 기능과 마사지 기능을 탑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역류 방지기를 채택해 모유의 역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유가 닿는 젖병, 흡입기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소재로 만들었다. LCD창으로는 유축 속도, 압력, 배터리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산 영·유아용품이 주로 수출되는 지역은 미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소득 증가로 인한 소비 지출 확대,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 등이 한국 제품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품의 인기도 당분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아제한’ 풀린 중국이 블루오션


중소기업들은 현지법인 설립보다는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에 적극적이다. 베페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1월 ‘2017 홍콩 유아용품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다. 한국관을 포함해 총 32개의 한국 기업이 참여했는데, 전년 대비 80%가량 늘어난 수치다. 코엑스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국제전시장(SECC)에서 개최한 ‘제4회 베트남 국제 베이비&키즈페어’엔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에서 200여 명의 유력 바이어들이 참가해 한국 제품을 경험했다.

최근 영·유아용품 기업들이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의 영·유아용품 시장, 이른바 ‘에인절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영·유아용품 시장은 2015년 2조 위안(약 34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 5.8배 급증했으며 향후 15%의 성장세를 거듭해 2018년에는 3조 위안(약 5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지난해 가구당 2자녀를 허용하는 등 산아제한정책을 완화하면서 유아용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14세 이하 중국 영유아 인구는 약 2억 3000만 명. 여기에 해마다 18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3차 베이비붐 세대(1983~1990년생)가 부모가 되면서 제4차 베이비붐 도래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재 수입관세 인하, 수입품 선호 경향도 우리 기업의 수출에 청신호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소비재 수입관세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저귀 제품의 수입관세는 7.5%에서 2%포인트 내려 수출을 호기를 다시 맞았다. 아동용 카시트 장착도 의무화했다. 중국의 카시트 시장은 2008년부터 매년 2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멜라민분유 파동, 납 인형 파문 등으로 인해 중국인의 자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하면서 수입품 선호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중국 시장 수입 점유율로 보면 한국산 분유는 전체 시장의 3.5%, 완구는 2.3%에 불과하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크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영·유아용품 업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턱없이 낮은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국을 영·유아용품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제휴·합작 형태로 현지에 진출하는가 하면 수출, 직접유통 등의 형태로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진출에 앞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관련 규제 대응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케팅과 유통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영·유아시장의 실질적인 소비자군은 70~80년대생 부모들로, 소비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여성의 영향력이 더 강력해 온라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입소문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시장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 가능성에만 주목해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므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뚫을 방안 등 철저한 사전 조사 필수

코트라는 현재 한국이 진출한 6대 주력 품목(분유·기저귀·아동복·유모차·아동용 카시트·완구)과 7대 유망 분야를 동시에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7대 유망 분야는 향후 유아 시장에서 성장할 상품들로 산후조리 서비스, 아이동반 여행, 영유아 의약품, 아동 사진촬영, 어린이용 스마트 안전상품, 영유아용 화장품, e-러닝을 꼽았다. 홍민철 대표는 “중국의료사업에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투자자본, 적절한 현지 파트너의 3가지 조건이 꼭 필요하다”며 “우리는 웨이하이시립2병원과 합작으로 산모 유치 마케팅비 절감, 의료진 신뢰성 등 장점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갈등과 중국 정부의 자국 제품 사용 장려 정책 등으로 중국이 마냥 블루오션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영·유아산업은 수출 품목이 다양하고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서 위생 허가나 인증·통관 등의 절차에서 비(非)관세장벽에 가로막히기 쉽다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한 해외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이 가장 큰 분유와 기저귀 시장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 상위 10위권을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유럽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민병욱 대표는 “중국은 시장이 폐쇄적이고 세금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중국 정부의 시장 통제, 현지 기업들의 도를 넘는 베끼기 전략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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