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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0) 연령별 노후준비(5) | 60대] 연륜과 경험 살려 ‘나만의 길’ 찾을 때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
협동조합 고려해 볼만... 사회적 네트워크 유지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일러스트:중앙포토
예순이 되면 인생 한 바퀴를 의미하는 육십갑자를 다 돌게 된다. 장수시대가 오기 전 환갑은 황혼을 의미했다.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온 가족과 친지, 마을 사람과 지인들까지 모여 경사를 축하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2의 청춘이고 이모작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50대까지는 가족을 위해 살았다면 60대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실천에 옮기고 삶의 여유를 갖는 시간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탄탄한 노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선 재무적 준비가 돼 있고 자녀 뒷바라지 부담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혼이 늦었다면 환갑을 넘기고도 자녀 학업을 지원해야 한다. 자녀 출가가 끝나지 않아도 인생이 자유롭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더 큰 문제다. 결국 어디서 무엇을 하든 돈을 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노후 준비가 완벽한 사람은 많지 않다. 1953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이 61~65세부터 나오므로 60대 중반까지는 오히려 은퇴 크레바스에 빠져 생활고에 빠진 수도 있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다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환갑을 맞이하는 것이 한국인의 평균적인 현실이다. 체력이 왕성하고 의욕도 넘치지만 누구나 직면하는 정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미리 대비해 60세가 넘어서도 계약직으로 계속 근무하거나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60세 중반을 넘기기는 어렵다.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회사 오너를 제외하면 예외없이 언젠가 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서 진행됐던 선진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일본과 독일 같은 선진국은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했지만 내용을 보면 부러워할 만한 일도 아니다. 일본의 경우 55세가 되면 임금피크제가 시작되고 60세가 되면 다시 임금이 뚝 떨어진다. 결국 60세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퇴직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일주일에 사흘 출근하거나 하루에 4시간씩 시간제 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장년 근로자의 퇴직 후 연착륙을 도움으로써 국가로선 복지 부담을 덜게 되는 수단이다.

결국 60대가 되고서도 계속 경제적 활동을 하려면 자영업을 비롯한 개인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왕도는 없지만 길은 많다. 자신이 하던 분야의 일을 하면 가장 좋지만 그럴 여지는 크지 않다. 시대 흐름에 뒤지고 민첩성이 떨어지면서 그럴 만한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결국 60세 이후에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경험과 연륜을 살리는 길이다. 현실적 수단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인 사업체로 출자 규모와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한마디로 뜻이 맞는 친구나 동료, 선후배와 공동사업을 할 수 있다. 조합원은 출자 자산에 한정된 유한책임만 지면 되기 때문에 사업이 잘 안 돼도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다. 2013년부터 도입된 협동조합은 2017년 현재 1만 개가 넘어섰다. 집수리·청소·세차부터 복지·육아·문화·예술·벤처·축구단까지 없는 게 없다. 잘 되면 돈을 벌어서 좋고, 그냥 유지만 돼도 사회활동의 텃밭이 되니 좋다. 협동조합을 하기 전에 인생 후반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간의 교육을 받아도 좋다.

60대는 이같이 오랜 사회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를 협동조합을 통해 사업화해볼 만하다. 정년이 없고 적절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유지되면서 역동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하므로 60대 이후의 인생 이모작에는 안성맞춤이다. 재무적 준비가 탄탄하다면 즐기면서 살아도 좋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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