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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춘추전국시대, 한국의 고민은] 일반 고객 늘리는 ‘롱테일 전략’ 필요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VIP 고객 유치 경쟁 심화... 중·일 편중 벗어나 신흥국으로 눈 돌려야

▎4월 20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에 문을 여는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4월이면 한국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고, 규제가 풀린 일본에는 적어도 3곳 이상의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생길 전망이다. 동아시아가 ‘제2의 마카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동아시아 카지노 시장이 커진다는 점은 축복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저주와도 같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 시장인 마카오도 싱가포르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았다. 파라다이스·그랜드코리아레저 등 국내 카지노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앞으로 관건이다. 업력은 길지만 카지노 복합리조트와의 경쟁은 사실상 처음이라서다. 한국은 1967년 국내 첫 카지노인 인천 올림푸스호텔 카지노(현 파라다이스시티)가 들어선 이후 카지노가 없는 중국·일본의 VIP 고객만을 줄곧 상대해 왔다. 앞으로 해외 고객들은 자금력이 풍부하고 규모·시설 면에서 앞서는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몰릴 것이 뻔하다.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실제 한국은 2010년 첫걸음을 뗀 싱가포르에 뒤처진 지 오래다. 복합리조트의 등장과 동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성장은 한국 카지노의 경영·영업 행태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진한 개인 고객, 국내 총 매출 싱가포르 5분의 1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 자리한 세븐럭 카지노 강남점.
기존 카지노들은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고객 유치가 관건이다. 일반 고객은 드롭액(외화를 원화 칩으로 환전)과 충성도가 낮지만 카지노 업계에 큰 손이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진 데 따른 활로로서 재조명 받고 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의 입장객 수는 지난 6년간 연평균 7.4% 성장했고, 매출은 연평균 5.2% 상승했다. 일반 고객의 지불 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카지노 시장이 문을 열면 연간 6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1인당 830달러를 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카지노 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집적 효과’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처럼 복합리조트 형태의 휴양지에 많은 카지노를 몰아넣어 일반 고객과 VIP고객을 함께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쇼핑·레포츠·휴양 등 즐길 수 있는 콘텐트가 다양해야 자발적으로 카지노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VIP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 바카라·블랙잭 등 게임은 확률상 카지노의 승률이 고객보다 1~5%가량 높고 드롭액이 많기 때문에 영업장 운영이 끊기지 않는다면 카지노의 수익은 올라간다. 대출 금리가 낮더라도 대출금액이 크면 은행의 수익이 불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드롭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고객의 꾸준한 방문이 필요하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2015년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올린 전체 매출은 1조2454억원으로 싱가포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파라다이스 워커힐과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하는 세븐럭 강남·힐튼점 세 곳이 전부다. 강원 알펜시아의 경우 연매출이 1억8500만원(2015년 기준) 밖에 되지 않는 등 대다수 영업장의 매출은 1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카지노 수만 놓고 보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많다. 16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부산·인천·제주·대구·강원 등 6개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의 지역 안배와 외교관 등 해외 고위공직자들의 유흥 수요를 충족할 계획으로 카지노를 지은 결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강점인 의료·성형 등을 접목한 상품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는 VIP 고객이 희망할 경우 병원을 알선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이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카지노를 주로 찾는 40대 이상의 남성을 겨냥해 한방치료·휴양 등 서울 시내에서 즐길 수 있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도 있다. 카지노 매출의 중심축인 VIP 고객 유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외국인 전용카지노의 VIP 고객 유치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파라다이스는 자사의 투자설명서에 “외화 수입 및 카지노 이용객이 높은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성장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카지노 사업의 진입 장벽이 높지만 외국계 자본이 동아시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VIP 고객 쟁탈전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전통적 매출 기반인 일본에 대형 카지노 복합 리조트가 들어서면 적지 않은 수의 일본·중국 VIP 고객이 이탈이 예상된다.

중국인 고객 꼭짓점… ‘강소형 카지노’ 차별화 전략도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나 한·일 관계 악화 등 요즘처럼 국가 간 긴장이 이어질 때는 VIP 영업의 단점이 노출된다. 대다수 VIP 고객은 사업가나 관료, 공기업·대기업 중역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많아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늘던 국내 외국인 전용카지노 매출이 2014~15년 꺾인 것도 2014년 중국이 도박 등 부정부패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GKL·파라다이스 중국 현지 마케터 14명이 무더기로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카지노 영업은 불법이다.

이에 일본·중국만을 겨냥할 게 아니라 신흥 부호들이 늘고 있는 러시아·몽골 등 중앙아시아 신흥국 공략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리적으로도 비교적 멀고 외교·경제적 교류도 부족하지만 동아시아 카지노 시장이 만개하는 시점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 외국인전용 카지노 마케터는 “중국인 고객은 어느 정도 꼭짓점에 올랐다고 판단한다”며 “기존 고객과의 스킨십 등 대면 영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도 강소형 카지노로서 카지노 복합리조트와 차별화한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VIP 고객을 붙들어 놓거나, 경쟁사를 고사시키기 위해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카지노에서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일종의 마일리지인 ‘콤프’를 제공한다. 콤프란 무료를 뜻하는 ‘컴플리멘터리(complimentary)’의 일본식 줄임말로 항공권·호텔·식사·마사지 등 비용을 카지노가 부담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통상 고객 기대수익의 5~10%를 콤프로 책정하는 데 이 비율을 경쟁적으로 높이는 영업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쟁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 업체들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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