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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전성시대] ‘티볼리 독주 막아라’ 후발주자 신차 경쟁 치열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소형 SUV 3년 새 판매량 10배 증가 … 성장세 꺾인 수입차업계 SUV로 반전 노려

국내 자동차 시장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 수입차 업계를 불문하고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판매량 기준 SUV 판매량은 45만4669대로 승용 부문 내 점유율 34%를 차지했다. 특히 소형 SUV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소형 SUV는 11만621대가 팔려 전년 대비 28%나 늘었다. 2013년 1만 여대가 판매 된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티볼리·니로·OS로 소형 경쟁 치열

올해도 소형 SUV가 자동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후발주자들의 신차 경쟁이 치열하다. 티볼리는 지난 2월 4801대 판매되며 전달(3851)보다 24.7% 증가해 소형 SUV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지난해 1만8710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국내 소형 SUV시장 2위를 기록한 기아차의 친환경 모델 니로는 라인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3월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을 공개했다. 니로 PHEV는 최고출력 105마력 엔진에 8.9kWh의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와 44.5kW 모터를 탑재해 최고 합산출력은 141마력이다. 고효율 배터리와 고출력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1회 충전시 전기만으로 55㎞(유럽 인증 기준) 이상 주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분기 중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현대차는 최초의 소형 SUV인 프로젝트명 OS를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OS는 현대기아차의 소형차 K3, 엑센트 등과 기본 플랫폼을 공유하고 1.6 터보 GDI 가솔린 엔진과 1.6 U2 디젤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가성비를 중시했던 소형 SUV과 달리 고급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내 국내에 출시할 예정으로, OS가 올해 현대차의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도 소형 SUV 경쟁에 합세했다. 푸조는 지난 2월 뉴 푸조 2008의 신형모델인 ‘GT라인’과 ‘알뤼르GC’ 2종을 출시했다. 지면 상태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그립컨트롤’ 기능이 특징으로, 복합연비(16.6㎞/L)가 기존보다 높아졌지만 가격은 3000만원 선으로 그대로 유지했다. 푸조는 상반기에 준중형급 푸조3008의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차 관계자는 “세단이 대세였던 미국시장에서도 몇 년 전부터 소형 SUV로의 판세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라며 “2015년 판매 데이터를 보면 소형 SUV가 미국 자동차시장의 30%를 점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6만6509대 판매로 전년 대비 11.8% 줄어든 중형 SUV 시장은 가솔린 엔진 장착으로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소음과 환경정책 등의 영향으로 디젤 엔진을 대신할 힘 좋고 조용한 파워트레인을 마련하기 위해 가솔린 터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연비는 디젤 차량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을 낮추어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대·기아차는 중형 SUV 싼타페와 쏘렌토에 가솔린 2.0 터보 트림을 새롭게 추가했다. 대형 SUV 모하비를 제외한 투싼·스포티지·싼타페·쏘렌토·맥스크루즈 등에 모두 가솔린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중형 SU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디젤 전용모델 QM6에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정숙하면서도 강력한 SUV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가 존재해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가솔린 SUV의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는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3월 21일 국내에 선을 보인 볼보의 플래그십 SUV 크로스 컨트리가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대형 왜건 형태인데 전고(차량 전체 높이)와 지상고(범퍼에서 바닥까지 높이)를 높였다. 이를 통해 세단의 주행감과 함께 사륜구동 SUV의 역동성을 고르게 살렸다. 앞뒤 윤거(좌우 타이어 중심 기준 거리)를 각각 1652㎜, 1643㎜까지 넓혀 코너링 때 좌우로 하중 이동이 줄고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커진다.

한편 쌍용차는 대형 SUV Y4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예정이다. Y400은 렉스턴W보다 한 단계 상위 차급으로 포스코와 함께 개발한 초고강성 4중 구조 쿼드프레임을 적용하고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경쟁 차종은 기아차 모하비다. 최근 공개된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외관은 강인하고 역동적으로 디자인돼 안정적이다. 쌍용차는 3월 31일부터 열흘 동안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 Y400을 선보인 뒤 상반기 중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산 SUV 2차 공습, 평가는 엇갈려

중형 SUV 시장엔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했다. 지난 1월 국내에 출시된 중국 베이치인샹(北汽銀翔·북기은상)자동차의 SUV 켄보 600은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채 안돼 초도물량 120대가 다 팔렸으며 200대를 추가 주문한 상황이다. 수입사인 중한자동차는 “중형 SUV인데 가격은 소형 SUV보다 저렴하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우고 있다. 1999만 원짜리 모던 트림과 2099만 원짜리 럭셔리 트림 2종류다. 올해 판매 목표를 3000대로 제시한 중한자동차는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면 카셰어링·렌터카 업체에 켄보 600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말에는 소형 SUV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가격 대비 안전·편의사양이 훌륭하다”는 평가와 “SUV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성능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불만이 존재한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특정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은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의 공략대상이 되기 쉽다. 중국차가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최근 등장한 국내 가솔린 트림 중형 SUV의 가격도 2000만 원대 초반이다. 아직 중국 브랜드는 ‘찻잔 속 태풍’”이라고 반박했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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