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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타터 성공 프로젝트 Top 5] 고양이 카드 놀이에 880만 달러 펀딩 

 

임채연 기자 yamfle@joongang.co.kr
킥스타터 통해 3조3000억원 모아 … 산업의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아도 성공 가능

“과거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힘을 이제는 대중이 가지고 있다.”

찰스 애들러 킥스타터 공동창업자는 “색다른 뭔가를 창조하고 싶고 이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킥스타터를 시작했다”며 “킥스타터는 산업의 흥행 공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개인의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그를 원하는 군중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킥스타터는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다. ‘성공하기 어려운 실험적 아이디어라 해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면 순조로운 출발을 보장한다.’ 이 회사의 비전이다. 이름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기 위해 레버를 발로 힘차게 차는(kick) 모습을 형상화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과 마케팅, 소비자 수요 조사까지


▎(왼쪽) 손가락 심심할 틈 없이 만질 수 있는 장난감인 피젯 큐브.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에 성공한 기획은 총 12만1342개(2017년 2월 말 기준)에 달한다. 전 세계 1250만 명의 이용자가 후원한 금액은 29억3000만 달러(약 3조2900억원)다. 목표치를 못 채우고 실패한 기획(21만 개)은 더 많다. 본지는 전세계 아이디어 각축장으로 불리는 이 킥스타터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던 프로젝트 다섯 건을 살펴봤다. 역대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집한 사업 기획은 최첨단 정보기술(IT) 기기도,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아니었다. 킥스타터에서 대중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프로젝트는 ‘폭발하는 고양이(Exploding Kittens)’였다. 2015년 게임 디자이너 일런 리, 셰인 스몰과 만화가 매튜 인먼이 함께 개발한 카드게임이다. 카드 56장과 설명서, 작은 상자 하나가 전부다. 애초 목표 모금액 1만 달러는 20분 만에 모았고, 모금 개시 1시간 뒤에는 목표 금액의 1000% 넘었다. 2015년 1~6월 수차례 펀딩을 진행하며 21만9382명의 후원자를 모았고 총 878만 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돌풍의 원인은 쉽고 간단한 게임 규칙과 귀엽고 웃긴 고양이 그림의 결합이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카드 56장을 게임 참가자들 가운데에 쌓아 놓는다. 이 카드들 중엔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가 섞여 있다. 돌아가면서 카드를 가져가다가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를 뽑으면 진다. 엑스박스(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게임 사업)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카드 게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두 창업자는 고양이의 습성을 게임에 접목했다. 고양이는 흔히 키보드 위를 걸어가거나 물어뜯으면 안 되는 것을 물어뜯는다. 그래서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에는 폭탄 발사 버튼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 수류탄을 물어뜯는 고양이 그림이 담겼다. 반면 ‘폭발 해제’ 카드엔 고양이의 주의를 끌 레이저 포인터나 음식이 그려졌다.

킥스타터에서 역대 두 번째 잭팟은 디자인 분야에서 터졌다. 장난감 ‘피젯 큐브(Fidget Cube)’다. ‘(초조·지루함·흥분 등으로) 꼼지락거리다’라는 뜻의 피젯은 책상 위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다. 무게 40g, 크기 3.3cm인 정육면체 각각의 면에 각기 다른 기능의 버튼이 있어, 손가락으로 누르고 돌리거나 문지르는 등 단순 동작을 반복하게 해준다. 한 개에 19달러(2만1000원)로 값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볼펜을 쉴 새 없이 똑딱거리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스트레스를 풀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2016년 8월 펀딩을 시작한 이후 50일 만에 목표액인 1만5000달러를 훌쩍 넘은 6465만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자로 참여한 사람은 전세계 15만4926명에 달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무한 가능성 보여줘

3위와 4위는 팬심을 자극해 성공한 케이스다. 3위인 ‘리딩 레인보우(Reading Rainbow)’는 1983~2006년 방송된 어린이 TV 시리즈다. 사라진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을 인터넷 전용 플랫폼으로 복귀시켜 제작하려는 이 시도에는 2014년 540만 달러의 투자 금액이 몰렸다. 4위는 드라마 팬 9만여 명이 함께 모은 600만 달러로 2014년 제작한 영화 ‘베로니카 마스’다. 2013년 베로니카 마스 시즌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롭 토머스가 킥스타터를 통해 베로니카 마스 극장판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모았다. 후원 금액에 따라 대본, 티셔츠, 영화 디지털 파일, 영화 티켓, DVD, 포스터, 팬에게 보내는 배우의 동영상 인사, 배우 및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시사회 입장권 등이 약속됐다. 최고의 보상품은 1만 달러를 기부한 사람에게 엑스트라로 출연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스티븐 덴글러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1만 달러를 기부해 웨이터 역할로 출연했다. 딱히 베로니카 마스 시리즈의 팬도 아니었고, 오로지 크라우드 펀딩 애호가로서 후원했다. 그 자신도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프로젝트는 총 9만 명으로부터 약 570만 달러를 펀딩받으며 영화 제작 프로젝트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성공을 거뒀다. 2014년 3월 14일 소규모로 개봉됐지만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영 끝맺지 못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약 7년 만에 마무리됐다.

다섯 번째 역대급 대박은 “돈은 안 되지만 정통 어드벤처를 만들고 싶다”던 미국의 게임 개발업체가 만들었다. 초능력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사이코너츠의 개발회사 더블파인(Double Fine) 프로덕션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개발자도 아닌 정식 개발사가 은행이나 펀드회사로부터 투자받지 않고 킥스타터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 “고전 어드벤처 게임은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온라인게임 전성시대에 어드벤처 게임은 책을 읽듯 이야기를 진행하는 특성상 온라인게임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운 장르였다. 모험적인 프로젝트는 2012년 10월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시작한 지 8시간 만에 목표 금액(40만 달러)을 넘어섰고, 333만6371달러라는 초과 달성을 이뤘다. 회사는 목표를 훌쩍 넘어선 투자금으로 5개 언어(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독일어·스페인어)와 멀티플랫폼(PC·MAC·리눅스·iOS·안드로이드) 지원, 다큐멘터리 영상 촬영 등의 추가 계획을 세웠다. 돈은 안 되지만 정통 어드벤처를 만들고 싶다는 게임업체가 대박을 터뜨리자 울림은 컸다. 당시 사기성 투자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크라우드 펀딩을 제한하던 영국 정부는 “게임 및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유용한 크라우드 펀딩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비디오게임 개발업체가 투자금 모집에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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