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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교수의 ‘중소기업 강국으로 가는 길’(5)] 중기청이 ‘중기부’ 되면 만사 해결?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중소기업 정책의 효율적 집행이 우선... 이윤창출형과 생계유지형으로 지원 이원화해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 전 대표가 2월 8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중소기업은 경제의 ‘99·88’이다.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종사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경제의 절대다수다. 절대다수는 선거에서 주요 공략 대상이다. 선거 때마다 중소기업이 단골 이슈인 이유다. 덕분(?)에 중소기업 정책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럴수록 정책과 예산은 늘어난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중소기업 예산의 성과를 묻는다. 뚜렷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중심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중소기업 지원은 ‘퍼주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누구는 중소기업이 많기에 지금 예산도 부족하다고 한다.

선거철이면 대접받는 중소기업


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좌우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소위 대세론이 존재한다. 그래서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연대 방정식을 푸는 데만 집중한다. 그래도 선거다 보니 후보들은 중소기업에 관심을 보인다. 공통 분모는 장관급 ‘중소기업부’ 신설이다.

조만간 중소기업 관련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예산을 줄이는 공약은 없다. 예산을 늘리고, 혜택을 넓힐 게다. 원래 공약이 그렇다. 늘리고 넓혀야 표가 된다.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가 없이 임기를 시작한다. 인수위는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국정 과제를 마련한다.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가 될 듯한 분위기다.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 국정 철학은 장관급 ‘중소기업부’이고, 국정 과제는 선심성 공약이다. 누가 된들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신하는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선거다.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성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그저 그런 절대다수로 남게 된다.

2016년 중소기업 지원예산 규모는 16조4670억원(국가 전체예산의 4.2%)이다. 사업 수는 1284개다. 19개 중앙 부처가 14조1374억원, 265개 사업을, 17개 지자체가 2조3295억원, 1019개 사업을 집행한다. 중앙 부처별로 보면 중소기업청이 77개 사업, 7조2793억원(52%), 산업통상자원부가 55개 사업, 2조2326억원(15%) 순이다. 기능별로 살펴보면, 금융이 9조4976억원(57.7%)으로 가장 많으며, 다음은 기술(2조9000억원), 인력(1조4000억원) 등이다.

중소기업 지원예산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어렵다. 지난 3년간 지원예산은 매년 9.8%씩 증가했다.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다. 전체 예산을 전체 중소기업(354만 개)으로 나누면, 465만원이다. 지원받는 측면에서 보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지원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럼에도 성과를 내야 한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매년 예산은 증가하는데 수혜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하소연에 정치는 반응하고, 정부는 예산을 늘리고, 부처는 사업을 개발한다. 그 결과 지원 사업 수가 1284개에 달한다. 이마저 부처별로, 지자체별로 나뉘어 있다. 사업 수요자가 다 알기에 버거운 숫자다.

예산과 정책이 얽혀도 한참 얽혔다. 이러한 난맥상은 장관급 중소기업부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중소기업청은 차관급 조직으로 산자부 산하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청 예산은 산자부보다 많다. 소관 법률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많다. 부처별로 조정이나 협의를 하려 해도 ‘청’이 ‘부’를 설득하기 어렵다. 전통시장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려면 산자부가 동의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고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려 해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꿈쩍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청은 정책이나 사업의 기획보다 집행에 매달리게 된다.

중소기업부가 쉬운 과제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정책은 기능과 대상으로 나뉜다. 우리 정부 조직은 기능에 충실하다. 금융은 기획재정부, 인력은 고용노동부, 기술은 산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맡는다. 경제성장의 전략인 산업정책에 기초한 결과다. 그나마 통일부, 여성부 등이 정책대상을 고려한 조직이다. 중소기업은 정책의 기능보다 대상이다. 대상의 관점에서 ‘부’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산업정책에 기초한 다른 부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부는 산업정책에 기초한 현재의 정부 조직 근간을 고민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지자체 중기 정책 체계도 바뀌어야

중소기업부를 신설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거대 예산을 쥔다 한들 354만 개 중소기업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중소기업부보다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을 이윤창출형과 생계유지형으로 이원화해야 한다. 이윤창출형은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생계유지형은 경제주체로서 원활한 생산과 소비가 필요한 소상공인을 의미한다. 양적으로 보면, 소상공인은 전체 중소기업의 86%(300만 개)에 달한다.

이윤창출형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기술창업, 글로벌화, 전문 인력 등 성장에 필요한 지원의 대상이 된다. 지원방식도 바꿔야 한다. 무턱대고 예산을 늘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센티브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업승계를 할 때 사실상 최고 세율은 65%다. 상속공제한도는 현행 500억원이다. 이를 1000억원까지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세금을 깎아 주는 공제 한도 증액보다 기술(개발), 수출, 고용(청년, 여성, 비정규직)에 먼저 투자를 하게끔 하고 이를 공제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현행 공제조건인 고용유지를 고용창출과 유지로 바꾸면 된다.

생계유지형 소상공인은 ‘선제적 복지’의 관점에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 소상공인의 생산은 소비와 맞닿아 있다. 이들의 생산활동 중단은 소비의 중단을 의미하며, 그렇게 되면 결국 복지의 대상이 된다. 소상공인이 생산활동을 영위하며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복지의 대상이 돼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당장의 지원보다 이들이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시장을 보호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물론 소상공인도 언제든지 이윤창출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의 중소기업 정책 체계를 바꿀 필요도 있다. 현재 지자체가 1019개 사업을 다룬다. 사업은 지자체 내에서도 여기저기 부서마다 흩어져 공무원 혼자 담당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기획은 불가능하다. 차질 없이 집행하는 게 목적이다. 지자체마다 지방중소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역별 지부나 본부가 있다. 단순 사업 집행을 넘어 현장에 맞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도록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다.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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