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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5) 은퇴 앞둔 월수 530만원 A씨 경우] 지출 쥐어 짰더니 월 149만 저축 여력 

 

서명수 경제 칼럼니스트 seo.myongsoo@joongang.co.kr
원리금 상환, 보험 구조조정으로 110만원 줄여 … 생활비 등도 39만원 감축

직장인 A씨는 53세다. 앞으로 5년 후면 퇴직할 예정이다. 회사의 정년은 60세이지만 그때까지 다닐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5년 후면 희망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나이 든 직원들은 정든 회사 문을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년 퇴직이 남의 일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제는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렇다 할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다들 연금을 붓느니 펀드에 가입하느니 법석이지만 A씨가 한참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해도 노후 준비는 개념조차 희박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간 퇴직 후 죽을 때까지 30~40년 동안 재정적 어려움에 허덕일 것이 빤히 보인다.

A씨는 늦었지만 노후 준비 5년 완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우선 지금까지 준비한 노후 수입원이 어떤 것이 있고,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탈(100lifeplan.fss.or.kr)’에 들어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의 예상 수령액을 확인했다. 퇴직 때 받게 될 퇴직금과 은행 저축금, 펀드 투자금이 있지만 자녀 결혼과 비상금 등 목돈 수요에 대비하기로 하고 연금은 온전히 부부의 생활비로 쓰기로 했다. 노후생활비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조사해 발표한 50대 이상 평균 생활비 237만 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정도면 풍족하지 않지만 부부의 기초 생활비와 어느 정도의 문화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산해 보니 노후 예상 생활비에서 예상 수입을 뺀 부족자금이 월 39만원 정도 됐다. 이를 퇴직 후 기대수명 30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계산한 결과 노후 전체 기간 동안 필요자금이 약 9000만원에 달했다. 퇴직 시점에 이 정도가 있어야 생의 마지막 구간을 적자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노후 종잣돈’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 없다. 그렇다고 주식투자로 만들 자신은 더욱 없다. 5년이란 기간은 운이 따라 줘야 하는 주식투자로 승부를 내기엔 너무 짧다. 결국 생각 끝에 지출통제로 절약한 돈을 가지고 저축규모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5년 만에 9000만원을 만들려면 수익률 3%, 물가상승률 2%를 가정할 때 월 149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수입에서 지출하고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추가 저축 여력을 창출하기 위한 예산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나의 재무상태가 어떤지부터 살피는 게 먼저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계부 한번 쓰지 않아 월급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지 파악해 본 적이 없는 A씨. 월급의 사용처를 모른다는 것은 돈이 새는 구멍이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새는 구멍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손실 난 펀드 팔아 대출금 상환

A씨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수입·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다. 부부와 대학생 자녀 둘을 합쳐 모두 네 식구가 A씨의 급여 530만원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지출 내역 표도 만들었다. 그간의 방만한 소비 습관이 한눈에 들어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돈이 줄줄이 새는 구멍도 여럿 발견됐다. 가장 큰 구멍은 은행대출금 상환이었다. A씨는 2년 전 아파트 평수를 늘리면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는데, 매달 110만원씩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또한 보유 중인 채권혼합형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높은 이율의 대출금으로 펀드 투자를 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A씨가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한 것은 노후자금을 불리기 위해서지만 비합리적 투자행태는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펀드를 정리하기로 했다. 펀드를 해지하면 돌려받는 6000만원으로 대출금 대부분을 상환할 수 있다. 빚을 갚으면 가계의 현금흐름이 좋아질 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노후 수입을 고스란히 지켜줄 것이 확실시된다. 다음달부터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월 1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아진다.

그 다음으로 손볼 곳은 보험료 지출부분이다. A씨는 그동안 친인척과 지인들의 권유로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그러다 보니 중복 가입했거나 과다 지출되는 보험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버보험은 사망보장이 길지 않아 해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20만원이 절약된다. 종신보험도 불필요한 특약을 해지하고 주계약을 감액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10만원 줄이기로 했다.

대출금 원리금 상환과 보험료 지출에서 115만원의 새는 구멍을 찾아냈다. 여전히 월 저축액 149만원을 만들기 위해선 34만 원을 더 짜내야 한다. A씨는 고정지출 항목에서 추가로 감축할 만한 것이 있는지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봤다. 가족들의 통신비가 과다하게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요금할인제 적용, 듣지 않는 음원 사이트 정리 등을 하면 통신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생활비 중 식료품비도 줄일 여지가 많았다. 변동지출 중엔 외식비가 감축 대상이다. 지금까지 주 1회 이상 식구들이 외식을 즐겼지만 앞으론 보름에 한번 꼴로 외식 횟수를 줄일 생각이다. 의료비나 문화비는 삶의 질을 헤치지 않은 선에서 약간만 줄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고정·변동 지출 내역을 하나하나 뜯어 메스를 대니 매달 149만원을 절약하는 것이 가능했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돈의 상대성에 속지 않으려면 - 작은 돈부터 먼저 써야 낭비 막아

물건을 살 때 ‘얼마 되지도 않는데’라는 생각이야말로 최악의 생활비 파괴자다. 그것은 큰 돈을 쓸 때 어김없이 나타나 고생해서 번 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린다. 돈을 쓰는 데엔 상대성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심리가 큰 돈을 쓰고 나면 작은 돈 소비에 대범해지기 마련이다. 큰 총액의 그림자 안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건 그래서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할 때 외식비가 의외로 많이 나와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항공비와 숙박비 같은 비중이 큰 경비를 치르고 나면 먹는 비용은 자질구레해 보여 카드를 마구 긁는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면 돈 소비의 상대성에 속지 말아야 한다. 수 백만원을 가지고 있어도 1000원은 언제나 1000원이다. 100만원을 소비해도 1만원은 1만원일뿐이다. 돈의 상대성이 일으키는 착각을 피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작은 돈과 큰 돈을 쓰는 상황일 때는 작은 돈부터 먼저 쓰는 게 낭비벽을 막는 길이다.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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