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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2)] 휴먼 네트워크 든든하면 노후가 행복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
은퇴 생활은 고독·외로움과의 싸움... 회비 내는 모임 만들어 소속감 높여야

“회비 납부는 바로 ‘소속감’과 직결이라고 ~^^.”

“모든 회원들 이달 중 완납하자고 분위기 띄우셔~~.”

어느 모임의 ‘단톡방’ 대화 내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거의 소식을 끊고 살았다. 취직하랴, 결혼하랴, 아이 키우랴, 회삿일 열중하랴, 열심히 사느라 정신없이 지내면서다. 그 사이 20여 년 세월이 눈 깜짝 할 사이 지나갔다. 이들의 카톡(카카오톡) 대화는 앞으로 오래 살게 될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암시해주고 있다. 퇴직자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가 고독과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퇴직하면 남는 게 시간이다. 그 많던 동료도 퇴직과 동시에 거의 만나는 일이 없게 된다. 90세까지 거뜬히, 100세까지도 바라보는 시대가 되면서 노후에 만날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재무적 준비가 잘 돼 있어도 인생이 쓸쓸해진다.

나이 들어선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기로 어렵다.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적 네트워크가 저절로 구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적 관계도 평소 가꾸고 투자해야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거나 인품이 좋다고, 돈이 많다고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 시대다.

이런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정성껏 가꿔나가야 한다. 일단 주기적으로 모임을 해라. 3개월에 한 번도 좋고 1년에 한 번도 좋다. 평소 연락이 없으면 멀어지기 마련인 것이 인간 관계다. 자주 만날 시간도, 필요도 없겠지만 주기적으로 만나면 하나의 돈독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둘째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미를 부여해 모임을 만들어라. 최소 4명에서 10명 사이라면 좋고 동년배도 좋지만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조화되면 더욱 좋다. 이때는 모임 명칭을 만드는 것이 고려할 만하다. 딱히 작명이 어려우면 적당히 엮어도 된다. 예컨대 용인 출신 친구들이라면 ‘용식회’라고 짓는 식이다. 모임 가운데 연장자나 좌장이 있다면 그를 예우해도 좋다. 홍길동이라면 ‘홍사모’라고 하면 된다.

이름을 붙이면 소속감이 생기고 기억하기도 쉽다. 이름이 없으면 서로 바쁘게 지내다 소원해지고 멀어져 모임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연(緣)을 만들어도 될만한 모임을 많이 만들어 둘수록 노후는 행복해진다. 환갑 이후 본격화하는 30년 노후를 보내려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노후의 허전함을 채울 수 있다. 모임의 규모와 성격에 달려 있지만 앞서 카톡방 대화처럼 회비를 내는 것도 좋다. 회원 가운데 돈 많은 사람이 있더라도 늘 의존할 수는 없다. 대등한 관계에서 인적 관계가 형성돼야 서로 부담이 없는 것이 상식이다. 회비 납부는 소속감을 고취시켜 모임을 활성화한다. 그럴만한 규모가 아니라면 만날 때마다 더치페이도 좋다.

은퇴 후 여행을 갈 때도 인적 네트워크의 위력은 크다. 혼자보다 함께 뭉치면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여행은 서로 마음이 맞아야 즐겁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평소 노후를 함께할 사람들과의 교감이 필요하다. 이때를 대비해 만날 때마다 조금씩 회비를 걷어두면 모임의 활동 폭이 훨씬 커진다.

물론 모든 만남을 노후의 인적 네트워크를 전제할 필요는 없다. 모임이 아니더라도 평소 두루 인적 네트워크를 가꾸어두면 노후의 동반자로 큰 힘이 된다.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면 등산·자전거·악기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각종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인적 네트워크를 급속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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