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탄(彈)’에 대한 단상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원장

▎김경원 / 세종대 경영대학원장
‘구두선(口頭禪)’이란 단어는 ‘실행이 따르지 않는 실속 없는 말’을 이른다. 오래전 한 정치인이 이를 한자가 비슷한 ‘구두탄(口頭彈)’으로 읽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나중에 갈수록 널리 쓰이게 되면서 ‘입으로 쏘는 포탄’, 즉 ‘엄포’를 뜻하는 속어로 정착하게 됐다. 국어사전에는 안 나오나 이제는 기자들도 대놓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언젠가는 정말 사전에도 실릴지도 모르겠다.

이 ‘탄(彈)’이라는 한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뜻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탄알’ 외에도 ‘활’ ‘열매’ ‘튕기다’ 등이 나온다. ‘꾸짖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한자는 여러 낱말에 다른 뜻으로 들어가 있다.

요즘 우리는 주위에서 이 ‘탄’을 자주 접하고 있다. 먼저 대통령의 ‘탄핵(彈劾)’이 확정됐다. ‘잘못을 캐물어 벌을 준다’는 말 뜻이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옳고 그름은 후세의 역사가가 판단할 일이지만, 그 자체로는 불행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작년 하반기에 ‘최순실 스캔들’이 불거져 나오고, 얼마 있다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한 이후 이 나라의 정국은 깊은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면서 국론은 갈수록 분열되고 있다. 경제도 영향을 받아 불황의 바닥은 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북쪽에서는 ‘핵폭탄(核爆彈)’을 개발하겠다고 아우성이며, 미국 본토까지 겨냥한 대륙간 ‘탄도탄(彈道彈)’실험도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위협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고 한미 양국의 협의 하에 고고도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유도탄(誘導彈)’인 사드 배치가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나왔다.

중국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모두 억지로 보이나, 소인배적 보복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대기업이 중국 내에서 노골적인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그 일부일 뿐이다. 중국 당국이 자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사실상 불허함에 따라 여행, 숙박, 그리고 화장품 업계까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최순실 스캔들에 이어 기업계는 다시 한번 ‘유탄(流彈)’을 맞아 허덕이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 한자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절실한 경우도 있다. 탄핵과 사드 배치 이전에도 기업계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낮아진 수익성 때문에 이미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물론 이는 기업들 자체의 오판과 잘못 때문이지만,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 등 정부의 잘못된 거시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 조선업체처럼 정부의 통 큰 지원을 받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결국 자체적으로 이 고통을 이겨내는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이에 필요한 것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능력’을 뜻하는 ‘탄성(彈性: resilience)’이다.

오늘도 필자의 연구실 밖에는 미세먼지로 뿌연 잿빛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한자는 다르지만 이도 상당부분 중국에서 ‘유연탄(有煙炭)’을 많이 때서 그렇다니 더욱 우울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실없는 감상일까.

1380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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