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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은] 수소차에 집중하다 투 트랙(수소차+전기차)으로 선회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2018년까지 친환경 스마트카 분야에 13조원 투자 ... 2020년 전기차 포함한 28개 친환경차 라인업 갖출 계획

▎현대차 연구원들이 커넥티드카 운영체제를 테스트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임박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연일 새로 개발한 전기차를 소개하고, 자동차 관련 연구 기관도 속속 장밋빛 시장 전망 자료를 내놓고 있다. 자동차를 가전제품으로 부를 정도로 전장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로닉을 선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현대차의 전기차 사업 진출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있다. 경쟁업체에 비해 전기차 기술 개발을 늦게 시작한 탓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지켜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소차 기술은 현대차가 앞서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보자. 당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차세대 자동차 연료 모델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요타가 밀고 있는 하이브리드, 유럽이 중시하는 클린 디젤, 궁극의 친환경 모델 수소연료 전지차, 그리고 기술 개발이 수월한 전기차가 후보군이었다. 과도기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모델은 하이브리드다. 하지만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폴크스바겐과 르노·시트로앵 등 유럽 브랜드는 고효율 디젤 엔진에 주목했다. 연비를 L당 30㎞까지 뽑아내며 내연기관의 효율을 최대한 높인 다음, 수소연료 전지차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수소 전지차를 선택했다. 궁극의 친환경 모델이기에 먼저 시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동안 현대차가 친환경 차량을 이야기할 때 수소연료차를 제일 앞줄에 세워 놓은 배경이다.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2005년 한국에서 첫 번째 수소차를 선보였다. 청와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시승행사도 벌였다. 운전을 정몽구 회장이 직접 했을 정도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지나가는 바람이고, 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연료전지차”라며 “현대차가 수소차 시대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개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09년 서울에서 열린 자동차공학회에서 현대차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정부가 전기차 개발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충전소 확보나 새로운 규정 마련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며 “202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에 못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ix FCEV’를 개발했다. 당시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기차 개발 드라이브를 걸던 시점이다. 2009년 디젤 명가 르노에선 전기차 팀을 대폭 강화했고, 2011년 순수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다. ‘2011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모델이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우리가 전기차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시기 미쓰비시, 폴크스바겐과 BMW도 전기차를 출시했다. 연비에 관심이 없던 미국 GM도 전기차 투자를 늘리고 볼트를 선보였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전기차 전시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고위 임원은 기자들에게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현재의 자동차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시장이 변했다. 도요타는 현대차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점쳐온 기업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의 뒤를 이을 친환경차로 전기차를 택했다. 도요타의 전기차 사업은 회사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이끌고 있다. 2015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 개발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수소 생산·수송 인프라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가 개발될 시점에는 전기차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므로 수소차는 미래의 차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리서치회사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6년 전기차는 58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이지만, 수소차 판매 전망치는 22만 대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 “수소차 개발은 어리석은 일”

지금 시장에선 자율주행과 인포메이션 시스템, 커넥티드로 이어지는 거대한 전기차 시장군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10여 년간 수소차를 이야기해온 현대차에 ‘전기차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개발에 아무 문제없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수소차 개발에 힘을 기울여 왔지만, 전기차를 소홀히 여기지 않고 기술력을 쌓아왔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연구를 시작했고, 실제 전기차를 생산한 시점도 글로벌 메이커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현대차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했고, 2011년엔 양산형 고속 전기차 레이를 선보였다. 2014년 3월 기아차 쏘울EV, 2016년 3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수소차에 집중했기에 나온 오해일 뿐, 전기차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왔고, 전기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지자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를 살펴보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있다. 수소차보다 전기차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전기차 관련 투자도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4조원을 투입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와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2018년까지 R&D에 3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부문에만 27조1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 중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부문에 13조3000억원이 사용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현대차의 친환경차, 스마트카 개발 등 신사업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정성을 쏟고 있는 신사업으로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인 ‘프로젝트 아이오닉’이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 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차 특유의 속도 경영 체제로 들어선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과 파워트레인(동력계통)에 활발한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28개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은 분야라는 점도 서두르는 현대차엔 좋은 소식이다. 전기차는 생산 공정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단순하다. 전기차 핵심 부품으로 모터와 배터리가 있다. 자동차 연비처럼 전기차엔 ‘전비’라는 개념이 있다. kw당 주행거리다. 주행거리를 늘리는 쉬운 방법은 배터리를 더 많이 넣는 것이다. 단점은 거리가 느는 만큼 차가 무거워지며 전비가 낮아진다. 테슬라는 국내 출시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전비를 가진 모델이다. 국내 출시 모델 가운데에선 아이오닉의 전비가 가장 높다. 가장 적은 전기를 사용해서 300㎞를 달릴 수 있다. 현대차가 배터리 기술 분야에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2018년까지 보급형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이후엔 고급형 장거리 전기차 개발과 출시에 집중하는 단계별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1380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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