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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침체 극복한 일본의 성장 기업] 코스모스약품·조조타운 … 불황이 뭔데?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일본 기업 매출 증가 추세 속 군계일학...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 경신 유력

▎코스모스약품은 드럭스토어라기보다 슈퍼에 가깝다.핑크색 외관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2017년 3월기(2016년 4분기) 일본 상장기업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엔화 상승이 멈춘 게 순풍 역할을 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114엔 정도다. 많은 기업이 걱정하는 110엔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전체 매출이 늘지 않는데도 이익이 증가했다는 건 기업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동양경제가 발간한 [회사사계보 2017년 2집 봄호]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이 과거 최고치를 경신한 기업은 900곳 이상이었다. 이들 기업 중 이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소프트뱅크다. 순이익이 1조 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회사 슈퍼셀 매각 이익이 더해져 전년 동기 6683억 엔(약 6조7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일본전신전화(NTT)·혼다·닛산 자동차 등 일본을 대표하는 우량 종목이 뒤를 이었다.

이번 분기 결산의 특징은 ‘감수증익(減收增益)’이다. 비제조업의 매출은 0.4%, 제조업은 2.8% 감소했다. 매출이 늘어난 업종은 부동산업이나 정보·통신, 소매, 고무, 식료품 등 일부였다.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6.6%로 전년 동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비제조업은 6.5%로 0.5%포인트 개선됐다. 엔화 상승에 따라 수익이 감소한 제조업체가 많은 반면, 내수를 중심으로 한 비제조업은 전체 이익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2017년에도 이런 기세가 이어질까. [회사사계보] 최신 예상에 따르면 그렇다. 올해 매출은 제조업이 5.2%. 비제조업이 3.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은 전체적으로 두 자릿수 증가를 예상한다. 제조업은 환율 정상화에 따라 수출 채산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나 경영 합리화도 어느 정도 기여한다. 비제조업에선 특색 있는 서비스나 판매 방식을 가진 기업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분기 최고 순이익 경신이 예상되는 곳은 약 1000개에 달한다. 이번 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최고 순이익을 기록할 기업도 약 8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실적 회복을 지탱하는 것은 일본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다. 0%대의 저성장이긴 해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경기 회복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신흥국의 경제 감속이 누그러지고 수출·생산 회복이 이어지는 것도 반갑다. 개인 소비가 다소 주춤하지만 이전의 침체에 비하면 훨씬 낫다. 제조업 실적과 직결되는 실질 수출은 2012년 바닥을 치고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점차 우상향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 활동도 지속적으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설비 투자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제조업 이익 회복을 크게 뒷받침할 것이다.

물론 우려도 남아있다. 첫째는 트럼프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경제정책 방향을 밝힌 적이 없다. 의회 연설이나 기자 회견, 트위터를 통해 짤막한 정보가 나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로 다우지수가 많이 오른 상황이지만 공화당을 포함한 의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재원 확보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변수가 적지 않다. 환율의 움직임도 신경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된 2016년 11월 이후 엔·달러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4월 중 미국이 환율조작 보고서를 발표한다. 급격한 환율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 동양경제는 올해 최고 순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 기업을 밀착 취재했다. 우선 소비 침체를 이겨낸 기업을 살펴본다.

코스모스약품 | 좁은 상권 파고들어 저가로 승부


코스모스약품의 기세가 매섭다. 본사(후쿠오카)가 있는 규슈를 기점으로 츄고쿠·시코쿠·간사이로 진출하더니 지금은 츄부 지방(일본 중심)까지 퍼져나간다. 점포망은 791개(2월 말 기준)에 달한다. 코스모스는 매장 면적 2000㎡ 규모의 초대형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한다. 통상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알려진 1만 명 규모의 소규모 상권에 경쟁을 개의치 않고 대형 점포를 내는 게 특징이다. 핑크·에메랄드 등 화려한 컬러로 꾸민 매장 외관은 규슈 지방 간선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규슈는 할인매장의 천국이다. 소득 수준이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아 고객의 저가격 지향이 강한데다가 대형점을 세울 때 발목을 잡는 토지 가격도 낮다. 때문에 트라이얼, 미스터맥스 등 유력 할인점이 이곳에 진출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스모스는 규슈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자랑하는 업체다.

비결은 할인매장 천국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낮은 가격과 집객력에 있다. 식품 매장이 상징적이다. 다른 동종업체 매장은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30% 정도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55%나 차지한다. 야채나 생선·정육 등 신선식품 외에 과자와 가공·냉동 식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의 드러그스토어에서 식품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이른바 ‘미끼 상품’인 경우가 많다. 대개는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팔아 수익을 낸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좁은 상권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식품을 중심으로 저가격 전략을 취한다. 이런 판매 능력은 식품 도매업체와의 교섭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간을 구분해 실시하는 특가 판매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포인트 5배 데이’나 ‘특가 판매’ 등을 한다면 진정한 ‘EDLP(매일 저가격)’라 할 수 없다. (가격의) 파동이나 세일 없이 언제든 코스모스에서 사는 것이 가장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시바타 후토시 경영기획부장)

이온 계열의 웰시아홀딩스가 CFS와의 합병을 통해 현재 업계 1위인 마쓰모토키요시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근 업계에서는 재편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수·합병(M&A)보다는 자력으로 매장을 확장시키는 것을 고집한다. 향후 과제는 경합이 심한 동일본 시장 진출이다. 2020년에는 1000개 점포를 돌파할 계획인데 기타간토(북관동) 지방에 대량 출점을 검토 중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에 진출한다면 회사 인지도가 높아져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인재 채용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뒤늦게 꽃 핀 코스모스는 드러그스토어 전국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스타트 투데이 | ‘의류업 불황은 남 얘기’ 온라인 1위의 위엄


▎조조타운에서 주문한 제품은 치바현의 물류창고 ‘조조 베이스’에서 발송된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업계에서 스타트 투데이의 ‘조조타운(ZOZOTOWN)’이 독주 중이다. 사이트에는 다양한 의류 브랜드가 한데 모여있다. ‘인터넷에서는 옷을 입어볼 수 없으니 사지 않을 것’라는 인식을 뒤엎고 200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일본 최대 규모의 패션 쇼핑몰 사이트로 성장했다.

조조타운의 강점은 풍부한 상품 구성이다. 41만 점 이상의 상시 상품에 매일 평균 2700점이 추가된다. 조조타운에서 취급하는 업체는 934개, 브랜드 수는 3821개에 달한다. 의류 제조업체로서는 조조타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지 않으면 신규 고객을 모집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이 엄청난 집객력에 의류업체도 넙죽 엎드릴 수밖에 없다. 2016년 연간 구입자 수는 578만 명이고 이 중 여성이 60% 이상이다.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구매자 전체의 3분의 2가 두 번 이상 구매했다.


사이트 기능이 우수한 것도 집객 및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 상품 사진이 알아보기 쉬운데다 개인의 구입 이력을 분석해 화면에 표시한다. 방문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게 되는 구조다. 사이트에 표시되는 쿠폰도 판매 증가를 돕는다. ‘브랜드 쿠폰’이라 불리는 이 쿠폰 제도는 매일 특정 브랜드를 대상으로 할인을 실시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전략이다.

단기 실적에 큰 불안 요소는 없다. 2016년 상품 취급액은 1950억 엔(전년 대비 22% 증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230억 엔(약 2300억원)으로 사상 최대가 확실해 보인다. 혁신적인 면에서도 앞서간다. 지난해 11월부터 업계 최초로 중고상품 보상 판매도 시작했다. 조조타운에서 구입한 상품을 사이트에 다시 팔면 신규 구입 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5만4000엔(세금 포함)을 한도로 비용 지불을 2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외상 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젊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자사 패션 브랜드도 출시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판매력을 자랑하는 만큼 경쟁 의류업체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야마자키 제빵 | ‘선택과 집중’의 승리 … 잘 만들면 팔린다


▎야마자키제빵의 주력 상품인 ‘로열브레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품질 덕에 인기가 많다.
‘야마자키 봄 빵 축제’는 상품에 붙어있는 스티커로 이벤트에 응모하면 100% 당첨되는 행사다. 이 이벤트는 일본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야마자키가 1981년부터 줄곧 실시해왔다.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빵 코너가 붐빌 정도로 유명하다.

최근 일본의 빵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총무성의 가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가구당 월 평균 빵 소비액은 2484엔으로 2006년보다 13% 증가했다. 쌀 소비량이 월 1870엔으로 같은 기간 2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정상의 위치에서 시장 확대를 이끄는 야마자키는 지난해 3분기 과거 최고 분기 순이익을 경신했다. 4분기엔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개선의 계기는 2014년 2월 간토·고신에츠(야마나시·나가노·니가타현) 지방을 뒤덮은 기록적인 대설이었다. 당시 생산과 물류가 마비돼 야마자키도 큰 타격을 입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야마자키는 당시 1400가지였던 상품 수를 축소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엄선 100품’이라 불리는 주력 상품에 생산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이익률이 높은 ‘런치팩’이나 ‘카레빵’ 등이 잘 팔리면서 식빵 외 빵 매출이 2012년부터 4년 동안 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6%에서 3.3%로 향상됐다.

식빵은 고급 전략을 쓴다. 기존 상품보다 40엔 정도 비싼 ‘로얄 브레드 프리미엄’을 3월 1일 발매하는 등 단가가 높은 식빵에 주력하고 있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면 품질 또한 높아져야 한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데일리 야마자키’를 비롯한 편의점 사업도 순항 중이다. 빵 회사의 특징을 살려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구워내는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했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면서 적자폭이 점점 줄어, 2018년쯤엔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도토루 니치레스 홀딩스 | 명확한 ‘고급’ 전략, 호시노커피의 성장

“굽는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세요?”

‘호시노커피’의 명물인 가마에서 구운 수플레 팬케이크를 주문하자 점원이 손님에게 확인을 한다. 폭신폭신한 식감의 팬케이크를 즐기러 온 손님이 줄을 잇는다. 호시노커피는 ‘도토루커피’와 일본풍 파스타 전문점인 ‘요멘야 고에몬’을 운영하는 도토루 니치레스가 2011년 설립한 브랜드다. 커피는 한 잔씩 정성껏 내리는 핸드 드립을 고집한다. 가격은 400엔대(지점에 따라 다름)부터다. 평균 객단가는 도토루커피가 400엔에 못 미치는 데 반해, 점원이 직접 자리에서 주문을 받는 풀 서비스 형태의 호시노커피는 800~900엔이다.

문을 연 지 약 5년 만에 매장 수는 179개(2016년 말)로 빠르게 늘었다. 여전히 회사 내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도토루커피가 1113개 매장으로 단연 앞서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정체 상태다. 호시노커피는 그 다음으로 많은 고에몬의 점포 수를 올해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시노커피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엔 새로운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고가의 ‘팩토리&라보 칸노 커피’가 그것이다. 매장 내에 거대한 배전기(로스팅 기계)를 설치해 커피를 볶는 모습을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500엔 이상부터다. 도토루의 블렌드 커피(M사이즈)의 2배 수준이다. 매장에서 볶은 커피를 일류 레스토랑에 공급하거나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도토루 니치레스가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는 건 커피 사업만이 아니다. 고에몬은 2016년 11월 메뉴를 전면 개편했다. 유바(두부껍질) 등을 사용한 일본 풍미의 파스타를 늘리고, 성게나 연어알 등을 사용한 고가의 파스타도 투입했다. 2016년 순이익은 56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객단가가 높은 호시노커피와 규탄(소혀) 전문점 등이 선전한 덕분이다. 2017년 순이익은 59억 엔 정도로 예상한다.

1380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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