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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와 아이디어 도적들] 짝퉁 제품으로 오리지널 제품·서비스 사장시켜 

 

뉴욕 = 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미국 창업시장 알리바바에 의한 피해 사례 급증 … 중국 자본, 미 기술 스타트업 ‘묻지마 인수’

▎사진:중앙포토
지난달 말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받았다. 손 회장은 설립 7년 된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그중 일부를 완납했다. 2010년 2월 이스라엘 해군 장교 출신의 애덤 노이만이 경제위기 이후 1인 창업이 늘어나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금 30만 달러로 창업한 위워크의 현재 가치는 2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위워크는 현재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36개 도시, 120여 개 지점에서 사무실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만 16개의 지점을 낼 정도로 번창하는 중이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위워크 사무실에 입주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이처럼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거리낌없이 창업을 할 수 있고, 그 보상을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캐피털 등이 모세혈관처럼 퍼져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특허와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도 확실하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독점을 너그럽게 용인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깔려있다.

5000달러에 팔던 테이블 알리바바에선 24달러


그런데 미국의 창업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불량배’가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다. 마윈 회장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있는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아와 쇼핑몰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로부터 “매우 훌륭한 사업가이다. 세계 최고”라는 칭송까지 들었다. 그러나 미국 창업 현장에서는 알리바바처럼 치사한 불한당이 따로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뉴저지주에서 ‘벨 스레즈’라는 아동복 업체를 운영하는 타냐 오스피나(32)는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를 보면 속이 답답해진다. 2014년 집에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사이트를 차려놓고 인어공주 의상을 58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중국 사업자가 똑같은 디자인 제품을 4~8달러에 팔고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입힌 사진까지 그대로 베껴가 실을 정도로 뻔뻔함을 드러냈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e메일을 띄워 불만을 표시했지만 차일피일 반응을 미뤘고 결국 자신의 매출은 뚝 떨어졌다.

레깅스를 손수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아온 제니퍼 더햄도 비슷한 피해자다. 지난해 5월 독특한 디자인을 보태 26∼32달러에 팔아온 레깅스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디자인으로 7달러에 파는 것을 보고 분개했다. 알리바바 측에 따졌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중국업자의 비즈니스는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중국제품은 암세포와 같아서, 한번 중국에서 퍼지면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류뿐만이 아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가구업체 ‘빈티지 인더스트리얼’을 설립한 그렉 핸커슨은 알리바바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핸커슨은 손수 디자인한 테이블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수작업으로 제작해 공급한다.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디자인 제품이라는 점에 긍지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품 디자인을 띄워놓은 지 얼마 안 돼 알리바바에서 똑같은 제품을 봤다는 지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실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자신의 홈페이지에 있던 사진을 그대로 긁어 올려놓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수가공으로 5295달러이던 제품이 알리바바에서는 대량생산하면서 단돈 24달러에 팔고 있었다.

이처럼 의류와 보석, 가구 등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올 만한 아이디어 제품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알리바바의 수많은 사업자 가운데 한 명이 베껴서 저가에 내놓는다. 그러면 다른 경쟁업자도 똑같은 제품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오리지널 제품은 설 땅이 사라진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먹잇감 사냥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또한 이 같은 ‘짝퉁’ 상품이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타오바오는 지난해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으로 분류됐다. 타오바오는 2011년에도 악덕시장 리스트에 올랐다가 짝퉁 퇴출운동을 하겠다는 알리바바의 약속에 따라 이듬해 블랙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었다. 마윈 회장은 “짝퉁 판매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음주운전처럼 최대 종신형까지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가 중국발인지 좀더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사업자의 이익보호에 적극 나설 리도 없고, 마윈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USTR의 노력에도 1인 창업가 보호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루이뷔통과 버버리 등 럭셔리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고용한 변호사들을 통해 권리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고, 마윈 회장도 이들의 요구를 저버리기 힘들다. 그러나 1인 창업가들은 알리바바라는 거인과의 싸움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법적 투쟁을 벌이더라도 자신의 비즈니스는 한동안 중단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록산 엘링스 변호사는 “럭셔리 글로벌 기업과 달리 중소창업가에게는 또 다른 전쟁”이라며 “스몰 비즈니스에는 무척 혹독한 일”이라고 말했다. 엘링스 변호사는 1인 창업가들의 의뢰를 받아 중국 내 인터넷 사이트 4500개를 셧다운시켰다.

중국의 아이디어 빼가기는 미국에서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중국 자본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내 첨단 스타트업에 앞뒤 안 가리고 투자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대부분은 국영 기업이어서 중국 정부의 지시하에 움직인다. 2015년에만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을 정도다. 미국 내 기술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중국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업체가 주로 로켓엔진ㆍ자동 운항센서, 휘는 스크린을 만드는 프린트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들이다. 미 공군이나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꽤 있다. 보스톤의 인공지능 딥러닝 분야 스타트업인 뉴랄라가 그런 경우다. 최고경영자인 맥스 베르사체는 “공군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최고의 기술이라는 찬사를 들었는데, 지분 투자와 관련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서 “할 수 없이 중국 자본으로부터 1400만 달러 투자를 받기로 했는데 그제야 공군이 개입하면서 120만 달러 투자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기관 세 곳으로부터 투자 가능한 스타트업 소개를 의뢰받은 실리콘밸리 뱅크의 켄 윌콕스는 “세 업체 모두 베이징으로부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얘기했다”면서 “그들 모두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기술 스타트업이면 불문하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국의 미국 내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뉴욕 월가에서도 중국 자본이 상도의와 상관없이 먹잇감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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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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