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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유치 팁] 사업계획서 이력서처럼 써라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예상매출, 누구와 일하는지 자세히 써야... 창업 대출보다 벤처캐피털 유치 노려야

▎사진:중앙포토
지난 2월 서울산업진흥원(SBA) 창업본부가 운영하는 SBA 엑셀러레이팅(집중 육성) 프로그램에 40여 개의 스타트업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SBA는 지난해부터 매월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월에는 40여 개 기업 중 1·2차의 서류평가와 3차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5개 기업이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들은 평균 2000만~3000만원의 바우처(쿠폰)를 제공받는다. SBA는 15개 기업 중 평가를 통해 2~3곳을 선정해 1억~2억원의 투자금도 지원한다.

음악 공연장을 중개해주는 벤처기업인 엔터크라우드도 이번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공연장과 행사장 대관을 연결해주는 ‘모두 스테이지(Modoo Stage)’ 서비스다. 정주황 엔터크라우드 대표는 “서울 홍대나 이태원 등에는 공연장이 많지만 가동률이 낮아 문을 닫는 곳이 많다”며 “빈 공연장을 중개해 공연자는 싼 가격에 임대하고 대관자는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인디밴드나 스쿨밴드 공연장 대관을 연결해주기 위한 아이템이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행사를 주최하는 기업이나, 연예인 팬클럽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 정 대표는 이어 “지난해 11월에 시작해 매월 50건 정도의 문의가 오는데 이 중 30% 정도가 매출로 이어진다”며 “잠재 수요가 많고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을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벤처 투자액 사상 최대


방진호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 선임은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서는 대부분 기업 가치를 파악할 수 있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원을 받으려면 회사 설립 기간이 짧아도 사업의 실행능력 여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엔터크라우드는 공연 중개 플랫폼이라는 아이템도 좋았지만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신규 투자액은 2조1503억원으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1998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민간 자본의 벤처펀드 금액도 2조18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지난해 벤처 투자액의 37%인 7909억원이 창업 3년 미만인 초기 기업에 투자됐다. 투자가 늘었다 해도 걸음마를 떼고 있는 초기 벤처들이 투자를 받기란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과거보다 우수해졌지만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당장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인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 스타트업인 ‘청년’의 박계환 대표는 “잘 만든 사업계획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내 돈을 투자해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알려줘야 한다”며 “사업계획서를 자신의 이력서처럼 써야 투자받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은 3월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와디즈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2100만원을 투자받았다. 박 대표는 청년의 투자설명서에 회사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와 예상 매출은 물론 앞으로 3년 치의 예상 손익계산서까지 제시했다.

투자유치 자문사인 엠플러스파트너스 김진상 대표는 “기업의 성장은 단순히 수익만 아니라 일·주·월 단위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고객 수가 한 명이라도 이 고객의 재구매율과 같은 사용빈도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것이 회사의 성장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받을 때는 초기 벤처일수록 정부의 창업대출보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나 벤처캐피털(VC)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의 청년 창업지원, 에인절(angel)투자, 벤처캐피털(VC)이다. 정부의 창업지원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담보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정부의 보증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증서 대출의 경우 연 3~4%의 이자를 내야 하고 2~3년이 지나면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만약 매출이 없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 원금을 갚지 못하면 대출자는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창업지원 과제사업이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회사의 아이템이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 때문에 사업 도중에 회사가 망해도 투자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 VC도 사업 아이템을 보고 일정 기간 동안 투자를 한다. 이들이 멘토링이나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단 VC는 투자 대가로 받은 지분을 대주주의 지분 전부 또는 일부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혼자보다 2~3명 구성원 있는 게 유리

투자를 받을 때 성장성만큼 중요한 게 회사 구성원이다. 벤처 CEO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정주황 대표는 “현재 구성원이 4명인데 이들과 함께 일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며 “사업계획서만큼 중요한 게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기 벤처일수록 투자자들은 사람에게 투자한다. 아이템이나 시장 전망이 좋아도 사업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구성원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경력과 경험을 쌓았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방진호 선임은 “옷을 파는 일인데 옷 가게에서 일해본 경력이 없다면 아무리 아이디어 좋아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만약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언제까지 충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상 대표는 “투자자들은 혼자 사업하는 것보다는 2~3명의 구성원과 협력하는 회사를 더 선호한다”며 “이들과 얼마 동안 함께 일했는지, 구성원과 지분은 어떻게 나누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1381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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