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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스마트 빌딩 시장] 보안, 안전, 에너지 효율 빌딩이 알아서 척척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9년 시장 규모 84조원 전망 … 건설·공조·IT·통신 업체 속속 뛰어들어

▎현대건설은 2014년 11월 경기 용인시에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GSIC, Green Smart Innovation Center)라는 이름의 스마트 빌딩을 짓고 상용화 가능성을 점검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 몰은 냉방을 위해 원심식·흡수식 냉동기 총 6대를 가동한다. 원심식 냉동기는 빙축열 시스템을 사용하는 냉동기고, 흡수식 냉동기는 전기가 아닌 가스를 사용하는 냉동기다. 빙축열 시스템은 전기 수요가 적은 밤에 에너지를 얼음의 형태로 저장하고, 낮에 그 얼음을 사용해 냉방을 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냉동기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 기기를 포함해 다양한 기기들이 IFC 몰의 냉방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각각의 기기가 유기적으로 원활히 운영되어야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IFC 몰의 냉방 시스템은 자동으로 운영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운영 사무실에 알람이 울리고, 모니터에 문제 상황이 표시된다. 운영자는 그것을 보고 대처를 하면 된다. IFC 몰 냉방 시스템 솔루션은 캐리어에어컨의 ‘어드반텍’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이다. IFC 몰의 내·외부 상황, 전날의 기후 상태, 빌딩의 냉방 상태, 사용자 수 등 냉방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지난해 6월부터 어드반텍을 적용한 결과 운영 6개월 만에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50% 이상 줄였다. 기자에게 IFC 몰의 냉방 시스템을 설명해준 캐리어에이컨 기술연구소 임승철 연구소장은 “스마트 빌딩은 시시각각 변하는 각종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맞게 냉방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ICT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결합해 에너지도 절약하고 빌딩의 가치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BEMS 시장에 집중


▎IFC 몰의 냉방 시스템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사진.
스마트 빌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티 빌딩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건물에 적용하는 것이다. 건물의 보안과 안전부터 사용자의 쾌적함, 관리의 편리성, 에너지 절약까지 빌딩의 모든 것을 제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건물을 말한다. 하니웰, 지멘스, 존슨 컨트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마켓스앤드마켓스는 2014년 589억 달러(약 66조3508억원)였던 스마트 빌딩 시장 규모가 2019년 748억 달러(약 84조262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스마트 빌딩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2010년대 초반부터 캐리어에어컨 같은 공조기기 전문 기업을 포함해 포스코 ICT, LG CNS 같은 대기업 IT 계열사 그리고 SK텔레콤·KT 같은 통신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포스코 ICT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빌딩에 적용되는 통신과 전기, 기계 등의 인프라 공급 사업을 ICT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빌딩 사업으로 특화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면서 “2015년 스마트 빌딩 부분에서 900억원 대 수주를 했는데, 지난해에는 1300억원을 상회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라는 이름의 스마트 빌딩 사업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2016년 말까지 1500억원 정도의 매출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빌딩에는 빌딩 자동화를 목적으로 하는 BAS(Building Automation System), 지능화된 건물 내 시스템 통합관리가 목적인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 빌딩 관리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BMS(Building Management Systmem), 빌딩 에너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에너지 관리 목적의 BEMS다.

국내 빌딩 중 70%가 리모델링 대상

1980년대부터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은 에너지부의 주도로 건설 산업을 6대 국가전략산업 중 하나로 지원하면서 건설과 ICT 융합을 진행 중이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 빌딩이나 휴스턴시에 있는 펜조일 플레이스 빌딩은 ICT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스마트 빌딩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도 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지난해 11월 공식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때문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안으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빌딩은 각 국의 에너지 소비량의 25~40%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도 빌딩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에 에너지 저장장치와 BEMS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민간 신축 건물도 단계적으로 의무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에너지 절감 빌딩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된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인증하고 있다. 2014년 10월 국토부는 ‘제로 에너지 빌딩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BEMS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금 감면 등의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면서 스마트 빌딩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물이 많다는 점도 기업들의 진출을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면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물은 국내 총 건축물 680만 동 중 70%가 넘는다고 한다. 임승철 연구소장은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스마트 빌딩 시장을 두고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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