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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생태계 키우는 최태원 SK 회장] 착한 일 비례해 금전적 지원 ‘성공적’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사회 성과 인센티브’ 사회적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 채용·투자 등 ‘착한 가치’ 큰 폭 증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월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사회 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해 ‘사회 성과 인센티브의 발자취와 미래상’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우연히 참석해 ‘사회적 기업’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당시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듣고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이 바로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4월 20일 최 회장은 연세대 교정을 다시 찾았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제안한 ‘사회 성과 인센티브’가 실제로 사회적 기업계에서 통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사회적 기업가들과 자축하기 위해서다.

사회 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한 ‘착한 일’에 비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무적 부담을 덜어준다면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데 매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사회적 기업 관련 저서인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비롯한 사회적 기업 분야 이해관계자들은 2015년부터 사회 성과 인센티브를 도입했고, 2년 만에 사회적 기업계의 마중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가치 증가, 재무성과 개선, 사회적 기업 투자 확산 등 1석 3조의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셈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 성과 인센티브 추진단(공동단장 오광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박태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사회 성과 인센티브 어워드’를 열고 93개 사회적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을 전후해 사회 성과 인센티브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토크 콘서트’와 학술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적 기업 잠재력에 주목


추진단은 2015년부터 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할 사회적 기업을 모집, 1년 단위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후 생산한 사회적 가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3년간 지급된다.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3년 후에는 졸업하도록 했다.

사회 성과 인센티브 도입의 또 다른 의의는 그동안 ‘착한 기업’으로만 알려진 사회적 기업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화폐 단위로 계량화했다는 데 있다. 사회 성과 인센티브가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증가시키고 재무 성과를 실제로 개선시켰다는 지표와 사례도 제시됐다. 우선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2015년 44개에서 2016년 93개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103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 모집한 1기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는 평균 2억2000만원에서 3억 원으로 늘어났다. 사회적 기업이 착한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보상을 해줬더니 사회적 가치 창출에 더 매진해 더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추진단은 사회적 가치를 ▶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 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60억4000만 원(1117명)에서 2016년 84억1000만원(1368명)으로 증가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 케어’가 지난해 이 회사의 전체 인력(161명)보다 더 많은 19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 것이 좋은 예다. 사회 서비스(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교육 등 복지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9억원에서 72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두꺼비 하우징’이 최대 70% 저렴한 임대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환경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억3000만 원에서 2016년 10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심원테크’는 버려진 토너를 재생하는 서비스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다. 생태계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2억원에서 2016년 3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사회적 기업에 지급된 인센티브는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 동력원을 창출하는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재무적 가치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동반됐다. 1기 사회적 기업을 상대로 인센티브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 기존 사업 재투자와 신규 사업 투자(42%)가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인건비(20%)와 복리후생(12%), 부채상환(9%), 시설환경 개선(8%) 등에 사용됐다. 또한 비즈니스 측면에서 서비스와 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 자본과 수익구조 개선 및 재무 건전성 확보, 고용 안정성 등이 확보되면서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졌다고 답변했다. 특히 1기 사회적 기업의 매출액이 2015년 740억원에서 2016년 900억원으로 증가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사회적 기업 지원할 ‘착한 투자자’도 늘어

사회 성과 인센티브의 취지에 공감해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착한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사회 성과 인센티브에 사용된 재원은 SK가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이익금으로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민간 금융사인 신협중앙회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 사회적 기업에 ‘혁신추구상’을 수여하고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특히 연세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인센티브 제공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회적 기업의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리기업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착한 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토크 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성장을 지원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영리기업 등이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공동체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건설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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