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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안건 임원 반대 사유 보니] 이사회 참석률 0%인데 또 임원 추천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52개사 주총 안건 분석 …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관련 인물 주총 선임 제동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은 올 들어 개최된 지난해 연말(12월 기준) 결산법인 252개사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찬·반 권고를 담은 의안 분석 보고서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했다. 사진은 과거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주총에 참석한 모습. / 사진. 중앙포토
“논란이 된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에 대한 회사의 출연과 관련된 인물이 후보로 상정된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 그러나 관련 조사가 진행중임을 고려해 해당 사실을 적시하되 직접적인 반대 사유로 삼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올 들어 개최된 지난해 연말(12월 기준) 결산 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중 하나다. CGS는 이를 바탕으로 찬·반 권고를 담은 의안 분석 보고서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했다. CGS는 ‘CGS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안 분석 자문과 함께 해당 기관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른 의안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252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사는 202곳, 코스닥(KOSDAQ) 상장사는 50곳이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92개, 금융사는 27개로 나타났다. 252개사는 정기 주총에 총 1826건의 안건을 상정했는데, CGS는 이 중 328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키워드는 ‘임원 반대 사유’와 ‘출석률 저조’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임원 반대 사유’와 ‘출석률 저조’다. CGS는 과거 회사 가치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에 대한 책임, 행정적·사법적 제재 이력, 주요 정보 왜곡·미공개에 책임이 있는 이사·감사 후보와 관련해 권고 문구를 넣었다. 바로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에 대한 회사의 출연과 관련된 인물이 후보로 상정된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다만 앞선 설명처럼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해 직접적인 반대 사유로는 삼지 않았다.

CGS가 분석한 252개사 중 235개사는 1045건의 임원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그중 26.8%에 해당하는 후보 280명에 대해 반대했다. 임원은 사내·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과 감사위원·상근감사 등 감사기구 구성원으로 구분됐다. 그런데 사내 이사(기타비상무이사 포함) 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경우는 4% 수준이었다. 반면, 사외이사·감사위원·감사 후보에 대한 반대 권고율은 각각 39.4%, 39.8%, 38.5%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금융회사 27곳 중 19곳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 선임 안건을 20건 상정했는데 CGS는 그중 6명의 후보에 반대를 권고했다. CGS가 반대투표를 권고한 사외이사·감사위원·감사 후보 대부분은 장기간 연임하거나 해당 회사와 직· 간접적 이해관계 등으로 독립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낮은 이사회 및 위원회 출석률 등 충실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윤진수 CGS ESG 분석2팀장은 “사외이사는 경영진이나 회사와 독립적인 위치에서 견제·감독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장기 연임이나 여러 이해관계 등으로 독립성에 의구심이 있는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이사로서 충실한 직무 수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가 출석률임에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 대한 반대 권고 사유 중 ‘낮은 이사회·위원회 출석률’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빈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CGS는 이사회나 이사회 내 위원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사업 연도가 있는 경우 충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51건에 대해 해당 사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이사회·위원회 출석률이 50% 미만인 기록이 있는 후보가 추천된 경우가 51건 중 21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후보가 이사회나 감사기구에서 충실한 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 상당한 의심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중 특정 사업연도에 개최된 이사회·위원회 참석률이 0%인 후보를 추천한 경우도 8건이 발견됐다. 또 과도한 비감사 용역비를 지출한 이력이 있는 감사위원·감사 후보 22명에 대해서도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회사가 외부감사인에게 지급한 비감사 용역 보수 중 특정 사유(기업공개, 도산, 구조조정, 세무조정 등)로 발생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보수가 감사 용역 보수를 넘는 경우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이 저해되고, 회계감사의 신뢰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당 관련 주주 제안이 더욱 합리적인 곳도

정관 변경 안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발견됐다. 109개 회사가 상정한 정관 변경 안건 116건 중 9건에서 회사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의 여지가 나타났다. 주주권 희석과 관련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와 일반 공모 증자 방식을 통한 신주 발행 한도를 과도하게 확대한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증가시키는 정관 변경 안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CGS는 반대를 권고했다. 기존 주총의 승인 사항을 합리적인 사유나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바꾸려는 안에 대해서도 주주 권익 침해의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 이사·감사의 보수 한도를 정관에 명시하거나 퇴직금 지급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 보수 산정과 관련한 절차에서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부적절한 이사 보수 지급으로 회사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정관 변경 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익 배당 안건도 일부 문제가 나타났다. CGS는 252개사의 재무제표·이익배당 안건 중 6개사의 이익 배당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배당 수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회사의 순이익지표, 재무구조, 향후 투자계획 및 투자규모, 자본·이익잉여금 규모, 동종업계 배당성향 수준 등을 분석한 결과, 6개사에서 배당 수준이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주주환원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배당 관련 주주 제안이 합리적으로 나타난 곳도 있다. 의안 분석 대상 회사 중 2개사에서는 회사의 배당안보다 배당 수준을 높이는 주주 제안이 상정됐는데 CGS는 주주 제안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주주 제안이 상정된 회사들 모두 산업 특성상 투자 필요성이 낮았고, 자본총계에서 이익잉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으로 현금이 과도하게 축적됐다는 특성이 있었다.

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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