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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포트폴리오 확 바꾼 최신원 회장] “그룹의 모태 다시 반석에 올리겠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카라이프·생활가전 등 종합 렌털기업으로 사업 재편 … 상사·정보통신과도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해 4월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명동사옥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SK네트웍스
지난해 4월 7일 서울 명동 SK네트웍스 본사. SK네트웍스를 다시 맡은 최신원 회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SK그룹의 모태이자 선친이 세운 회사의 대표로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까닭에 감회가 남달라서였다. SK네트웍스는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주가 1953년 선경직물이라는 이름으로 세웠다. 최신원 회장은 1997년까지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선경의 부사장을 지냈다. 이날 최신원 회장은 건물 1층으로 옮겨온 최종건 창업주의 동상에 큰절을 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큰절을 마치고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1층부터 18층까지 회사의 모든 층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룹의 모태를 다시 반석에 올리겠다”

신고식을 마친 최 회장은 회사의 상태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국내외 경기가 어렵다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SK네트웍스의 실적은 지난 5년간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2012년 매출 27조 9355억원, 영업이익 2516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8조4574억원, 영업이익 1673억원으로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SK네트웍스를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고사하고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최 회장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 사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지 원점에서 다시 따져봤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있는지,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잣대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최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생활가전 렌털업체인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해 SK매직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 동양매직의 노하우와 SK의 브랜드, 마케팅 역량을 더한 시너지 효과로 생활가전 렌털 분야에서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었다. 인수 금액이 다소 비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하이마트나 KT렌탈 등 대규모 인수전에서 경쟁자에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점과 대조적인 조치였다.

이와 달리 수익성이 떨어지는 패션부문은 지난 2월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기업인 한섬에 3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맞섰지만 패션 부문을 키우고 있는 정지선 회장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 3월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사업과 충전소 유형자산을 SK가스에 3102억원에 넘겼다. 재승인에 실패한 면세점 사업에서는 철수했다. SK가스는 최신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1977년부터 ‘쉐라톤’ 브랜드를 써온 워커힐호텔은 지난해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워커힐 브랜드로 독립 경영을 선언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은 ‘그랜드 워커힐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W호텔은 ‘비스타 워커힐호텔’로 전면 리뉴얼을 진행했다. 50년 이상 축적한 호텔 운영 노하우가 있고 워커힐 브랜드 인지도 역시 높아 자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워커힐은 최신원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선친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이라 최 회장 역시 워커힐호텔에 애정이 깊다.

최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자동차 렌털 부문인 SK렌터카는 고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2009년 3800대로 시작한 SK렌터카는 연평균 50%씩 성장하면서, 렌터카 보유대수 7만 5000대를 기록해 AJ렌터카(7만4000대)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매각 소문이 끊이지 않은 AJ렌터카를 인수하면 SK렌터카는 단숨에 1위인 롯데렌터카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일련의 인수·합병(M&A)과 리뉴얼로 SK네트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 바꿔놨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회사의 주력이 유통(상사·정보통신)과 에너지마케팅에서 SK렌터카·스피드메이트 기반의 카라이프(Car-life)와 SK매직(옛 동양매직) 기반의 생활가전 렌털사업 중심으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재편하면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렸다. 예컨대 기존 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를 운영하면서 카라이프 사업 역량을 갖췄는데 여기에 렌터카 사업을 곁들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 동양매직 인수는 자동차 중심의 렌털사업 영역을 생활가전으로 넓히는 차원에서 추진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많이 머무는 장소인 집과 자동차 관련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상사 부문도 양대 축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SK매직의 해외 진출과 중고 렌터카 해외 수출 등을 담당하는 식이다.

그룹의 딥 체인지 원칙 따라 큰 그림 그려

최 회장의 사업 재편은 사촌동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쓸데없는 것은 하지 말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딥 체인지’를 통한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주문했다. 최신원 회장의 조치는 최태원 회장이 그린 큰 그림에 어긋나지 않는다.

SK네트웍스의 변신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SK네트웍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220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렌털사업과 가전사업이 반등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투자는 5월 19일 SK네트웍스에 대해 2분기 일회성 비용 발생에 따른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500원을 유지했다. 특히 새로운 주력인 자동차·가전 렌털사업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270억원, 27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5월 24일 SK네트웍스의 주가(종가 기준)는 7260원이었다. HMC투자증권도 분석 리포트에서 “적자를 봤던 패션과 면세점 부문이 없어지고 지난해 인수한 SK매직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 추가된다”며 “기존 정보통신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휴대전화 판매와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사업구조개편 행보

2016년 11월: 생활가전 제조·렌털업체 동양매직 인수
2017년 1월: ‘워커힐’ 브랜드로 호텔 독립 경영 선언
2017년 2월: 패션사업부문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
2017년 3월: LPG 충전사업·충전소 유형자산 SK가스에 매각 SK렌터카, 업계 2위 도약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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