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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49)] 자영업자는 은퇴가 없다고?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
자영업 성공 확률은 30% 미만, 퇴직플랜 세워야 … 체력고갈, 사업환경 변화 등으로 퇴직 불가피

▎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자영업자 김모(56)씨는 퇴직 플랜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일하고 사업을 접으려고 한다. 제조업체에서 퇴직한 뒤 작은 회사를 차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무역업으로 그동안 상당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경쟁자가 많이 생기면서 사업이 갈수록 부진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 출근시간에만 일하는 회사원과 달리 사실상 하루 24시간 일을 챙겨야 하니 퇴직을 생각할 때가 됐다.

이같이 자영업도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30년 가까이 달려 60세를 넘기면 슬슬 몸에서 그만 하라는 신호가 온다. 평생 일했으니 몸이 쉬어야 할 때가 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자영업을 해도 마찬가지다. 자영업과 같은 의미로도 쓰이는 개인사업도 다를 바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사장이 모두 챙겨야 하는 자영업은 나이가 들면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은퇴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퇴직자의 무덤이 되가는 자영업

산업환경이 바뀌는 것도 자영업자의 퇴직을 불가피하게 하다. 자영업은 산업의 부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카메라가 핵심적인 기본 기능으로 포함되면서 카메라 수리업자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결국 카메라 수리를 하는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자취를 거의 감췄다. 물론 카메라 수리공은 스마트폰 수리업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이나 같은 기계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기계적 수리는 조금만 배우면 금세 숙련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가보자. 당시 신사와 숙녀는 제화점과 양복점, 양장점에서 구두를 맞춰 신고 정장을 맞춰 입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수많은 제화점과 테일러숍이 문을 닫아야 했다. 제화점 종사자는 그 후 슈샤인 박스 운영자로 전업하고 양장을 하던 재단사는 옷 수선 가게를 차렸다.

이런 장기적인 변화가 아니라도 세월이 20~30년 흐르면 피할 수 없는 변화가 ‘관계의 변화’다. 자영업은 혼자서 수많은 거래처를 상대한다. 원자재를 공급받고, 주문받은 제품을 납품하는 상위 거래자를 상대한다. 세월이 흐르면 이들 거래처의 거래 대상자들도 퇴직하고 없어진다. ‘카운터파트’가 바뀌면 활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바뀌면 관계 마케팅도 끝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영업은 리스크가 많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어 개인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 생활이 순탄치 않아 자영업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일반적으로 빚을 얻어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성공 확률은 30%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영업의 법칙이라고 한다.

자영업을 힘들게 하는 것은 높은 임대료, 대출 금리, 원가 상승이다. 특히 음식업은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게 건물주라고 한다. 장사가 될 만 하면 귀신처럼 알고 나타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한다. 불황이 계속돼도 매출 감소보다 더 무서운 게 임대료 인상이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도 임대료를 내다보면 사실상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살아남은 자영업자 조차도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이나 재계약 거부 등으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 강남구 가로수길, 마포구 연남동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자 이 지역 상권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기존 자영업자들이 과다한 임대료 인상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출까지 얻었다면 퇴직 플랜에는 더욱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정보가 집계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의 대출 총액은 520조1419억원으로 1년 만에 약 57조원(12.2%)이나 늘어났다. 원가상승도 멈출 줄 모른다. 이러니 자영업자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퇴직도 못하고 그저 생계유지 차원에서 자영업을 계속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일반적으로 자영업의 수익률은 높지 않다.

통계청의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2015년 평균 소득증가율은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0.7%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거의 제자리인 셈이다. 더구나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7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21.2%는 월 매출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5명 중 1명 월 매출 100만 안돼

그러다 보니 사장님이 되겠다고 부푼 꿈을 안고 창업에 도전한 자영업자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새로 도전하기를 반복하면서 은퇴시기를 잡기 어려워진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3000명(연간 106만8000명)의 자영업자가 창업하고 2000여 명(연간 73만9000명)의 사업자가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시작한 자영업은 퇴직자의 무덤이 되기도 한다. 자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주로 뛰어드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 2015년 폐업한 사업자 수가 1만3000명으로 하루 평균 거의 36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나름 안정된 상황에서 출발하는 프랜차이즈도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주점은 더욱 심각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1월 전국 일반주점 사업자는 5만5761명으로 전 년(5만9361명)의 6.1%에 달하는 약 36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루 평균 약 10개의 주점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퇴직해도 뾰족하게 할 일이 없고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재산도 충분하지 않다면 퇴직을 늦출 수밖에 없다. 서울과 지방 건설현장을 오가며 아파트 건설현장에 소모품을 공급하는 박모(51)씨는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몸이 건강한 동안에는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자영업”이라며 “최소한의 인건비가 나온다면 퇴직 없이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고객의 수요”라며 “고객이 계속 찾을 수 있도록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자영업도 천차만별이다. 노후준비가 돼 있으면 퇴직해도 좋지만 노후준비가 부족하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자영업도 체력 고갈, 사업환경 변화, 거래처의 변화 등으로 무한정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계속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점이 오므로 퇴직 플랜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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