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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 시장 ‘큰 손’ MBK파트너스] ‘조(兆) 단위’ 시중 매물 ‘싹쓸이’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마트·골프장·가스에 이어 가구 사업도 인수... 세계 300대 사모펀드 중 26위에 올라
일본의 아코디아골프, 대성산업가스, 이랜드그룹의 모던하우스.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사모펀드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올해 사들인 기업이다. 한미캐피탈, HK저축은행, ING생명 한국법인, 네파, 딜라이브(옛 씨앤엠), 코웨이, 홈플러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워프T&T(홍콩 인터넷기업) 인수 등 왕성한 식욕을 보여온 MBK파트너스의 기업 사들이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재매각·기업공개(IPO) 등 ‘수익률 실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몇년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네파, 홈플러스, 코웨이, 모던하우스(이랜드그룹) 모습(왼쪽부터).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 21일 이랜드리테일의 홈&리빙 사업부인 모던하우스를 사들이기로 이랜드그룹과 합의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100%를 임대료선급분 포함 약 7000억 원에 매입키로 하고 5월 안에 영업양수도 본계약을 한다는 내용이다. 막바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랜드와 유통사업에 입점시킬 유력 콘텐트를 찾는 MBK파트너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재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의 전국 142개 점포에 모던하우스를 입점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최대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사모펀드 운용사다. 글로벌 PEF업계 전문지인 프라이빗에쿼티인터내셔널(PEI)이 최근 선정한 ‘세계 300대 사모펀드(PEI 300)’에 26위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지역에선 가장 높은 순위다. PEI는 매년 ‘최근 5년간 펀드 조성 실적’을 바탕으로 ‘PEI 300’을 발표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5년간 총 109억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두 달 만에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4호 펀드를 조성해 아시아 사모펀드 역사상 최단 시간 내에 자금 모집을 완료하기도 했다.

투자 대비 280% 규모 수익률 기록


MBK파트너스는 현재 홈플러스(투자금액 7조2000억원), 딜라이브(2조750억원), ING생명(1조8000억원), 중국 워프T&T(1조4400억원),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1조3500억원) 등 조 단위 한·중·일 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1위 공작기계업체인 두산공작기계 경영권을 1조1300억원에 사들였고, 홍콩의 클라우드 및 보안 솔루션 서비스업체인 워프T&T 경영권을 글로벌 PEF 운용사인 TPG와 공동으로 1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들어 MBK파트너스는 골드만삭스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를 2조원 가까운 돈에 인수했다. 지분 100%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선 후 한국산업가스홀딩스로 사명을 고쳤다. 대성산업가스는 국내 최대의 산업용가스메이커다. MBK파트너스는 두 자리 수를 넘는 대성산업가스의 영업이익률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대성산업가스의 내실을 좀더 다진 후에 시장에 다시 내다팔거나 대성산업가스를 상장시켜 자금을 끌어 모으는 통로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월에는 일본 아코디아골프의 주식을 시장 공개 매수를 통해 인수했다. 지분 100%를 853억 엔(약 8600억원)에 인수했다. 골드만삭스가 설립한 아코디아는 일본 골프장이 경영난으로 도산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골프장을 인수해왔다. 현재 일본 내 골프장 43개를 소유하고 83개를 위탁 운영하는 일본 골프장 체인업계의 1위 기업이다. 골프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대규모 골프장을 바탕으로 골프 여행상품을 기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중·일 지역에서 조 단위 매각 건이 진행되면 MBK파트너스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세”라면서 “지난 연말 5조원에 가까운 추가 실탄을 확보했으니 MBK파트너스의 인수합병은 더욱 공격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보유 기업에 투자한 금액(공동인수 포함)은 총 18조26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HK저축은행, 일본 다사키, 중국 베이징보위공항관리 등을 매각했으며 일본 고메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9억50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회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투자금액 대비 280% 규모 수익률을 기록해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기준 25%의 수익을 달성했다. 올 3월에는 MBK파트너스-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의 잔여 지분 49%를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컴캐스트에 2548억 엔(약 2조5662억원)에 팔며 차익을 남겼다. 2009년 5월 컨소시엄이 투자할 당시에는 1350억 엔(약 1조3500억원)으로 평가됐던 기업 가치는 8년 만에 8400억 엔(약 8조47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번 전량 지분 매각으로 MBK파트너스와 골드만삭스는 막대한 투자 차익을 거두었다.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은 현재 베이징과 싱가포르에도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금 회수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코웨이 블록딜이 눈에 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 15일 장 마감 이후 코웨이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1.5% 중 5%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주당 9만8000원으로, 전체 거래 규모는 3704억8292만원이다.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약 1조1900억원에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두 차례의 자본재조정과 일부 지분 매각 작업으로 투자 원금 대비 1.8배를 회수한 바 있다.

실적 저조한데 고배당 … 모럴 해저드 지적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넷째 사위다. 골드만삭스를 거쳐 1999년 당시 최고의 사모펀드 운용사로 명성을 날리던 칼라일그룹에 입사하면서 차입매수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 극대화 방식을 배웠다는 게 시장의 전언이다. 그는 2005년 3월 자신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Micheal Byungju Kim)’에서 앞 글자를 따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홍콩·대만 등에 사무소를 두고 동북아시아 지역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저조한데 고배당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김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특히 코웨이의 고배당은 논란거리다. 코웨이의 2016년 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매출은 2.6%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9%, 29.1% 급감했다. 니켈 검출로 인해 해당 정수기 제품이 폐기되고 구매자에 대한 보상 등의 각종 조치가 손익으로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코웨이는 지난해보다 14.3% 증가한 주당 3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현금배당 총액은 2347억원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순익 2436억 원의 96.3%에 달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인수 당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고배당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사들였던 기업들을 되파는 데 어려움도 겪고 있다. 코웨이와 딜라이브 매각이 중단됐다. 지난해 ING생명을 매각하려다 실패하고 기업공개로 전략을 바꿨지만 “사모펀드가 빼먹을 만큼 다 빼먹었다”는 시장 내 인식 때문에 흥행엔 실패했다. 네파 역시 실적 부진으로 매각을 검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업계에선 “네파는 MBK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흑자 전환한 홈플러스도 전년의 메르스 사태 여파, 매각 당시 격려금 지급 등이 반영된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스기사] 이랜드 ‘돈맥경화’ 풀리나 - 7월 중 부채비율 200% 이하로


“재무구조 개선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월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약8800억원)를 중국 브이그라스 회사에 매각한 데 이어 모던하우스(7000억원)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키로 한 이랜드그룹의 자평이다. 그룹 관계자는 “모던하우스 매각을 통해 그룹이 벌어들이는 1년 치 영업이익을 한 방에 확보하게 됐다”며 “단 2개 브랜드 매각만으로 1조6000억원을 거둬들여 막강한 콘텐트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이번 매각 자금이 들어오는 7월 중에는 부채비율을 200% 안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으로 지난 연말 3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올해 1분기 240%로 끌어내렸고 모던하우스 매각으로 20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이랜드리테일 유통점에 입점해 있는 모던하우스를 향후 10년 동안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입장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상당한 임차료 수입을 얻게 된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외식사업부 매각 계획은 철회했다. 외식사업부까지 떼어내면 향후 기업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두 브랜드 매각을 통해 어느 정도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확보한 만큼 외식 사업부를 유지해 그룹 내 주력사업인 패션과 유통 사업에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랜드는 부동산 매각도 활발하게 진행하며 재무구조 개선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 1분기에 평촌 NC백화점, 의정부 민락지구, 곤지암 물류센터 등 총 5개의 부동산을 매각해 1900억원을 확보했고 1분기 실적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말까지 추가적인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랜드는 동부증권과 준비 중인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역시 일부 구조를 바꿔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자회사인 이랜드파크의 부채 규모가 커지자 이랜드리테일 상장으로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문제 등이 터지면서 상장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상장과 지주사 체계 완성 등 기업 구조 선진화 방안도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면서 “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387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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