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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가 만난 사람(7)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산자부 산업정책 중기부로 가져와야” 

 

대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정리=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여전 … 제조업 아닌 서비스·신산업으로 옮겨가야

▎사진 : 우상조 기자
새 정부는 지난 6월 5일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정책까지 총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약속했다. 박성택(60)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설치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정책이나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 정책에 관한 업무는 중소벤처기업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 2년째를 맞은 박 회장은 그동안 중소기업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가장 큰 성과는 청년 일자리 창출 독려를 위한 ‘청년 1+ 채용운동’과 대규모 채용박람회 등이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 2015년 6월부터 현재까지 총 3만 9456개 중소기업에 16만7864명의 청년이 채용됐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모임인 ‘KBIZ 혁신포럼’도 개설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제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스마트공장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시설·운영자금만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다”며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중소기업 자체의 경쟁력 높여 사회적 기업으로 자긍심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성장과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이 아니라 신산업과 서비스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을 지난 6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났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하 박성택):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저도 처음 뵙네요. 제가 기업은행장 시절 때 중소기업 지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쪽에 관심이 많아요. 새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 육성 방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더라고요. 제가 이런 걸(윤용로가 만난 사람) 한다고 하니까 현병택 캐리어에어컨 회장(전 기업은행 부행장)이 회장님을 소개해주더라고요. 만나뵙고 여러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현병택 회장은 박 회장의 고등학교 1년 후배다).

박성택: 그러셨군요(웃음). 행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중소기업들이 참 어렵습니다. 여전히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중 47%가 대기업 하청기업으로 있어요. 대기업 매출액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사 매출은 0.43%, 2차는 0.05%, 3차 협력업체는 0.0004% 늘어나요. 그러니까 영업이익 격차는 갈수록 커지죠. 이뿐인가요.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도 여전해요. 지난해 중소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위반 같은 불공정행위로 대기업을 신고한 건수는 4000건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씩 발생하는 거죠. 대기업 위주의 시장 논리에 중소기업이 어떻게 성장하겠어요? 다행스러운 건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대한 정책을 많이 내걸으셨어요. 가장 큰 게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다는 점이죠.

윤용로: 업계에서는 기대가 클 것 같아요.

박성택: 이번에 부로 승격되면서 중소기업 정책을 일원화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 거죠. 앞으로 중소기업의 일자리나 고용 등의 환경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창업이나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려면 각 부처에 산재돼 있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통합해서 한 부처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정책이나 연구·개발(R&D) 등을 속도감 있게 지원해야 하는데 부처가 분산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어요.

윤용로: 회장에 취임하신 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으신지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6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박 회장 접견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 사진 : 우상조 기자
박성택: 저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취업을 안 하잖아요. 이유는 중소기업의 기업 환경은 열악하고 취업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에요. 국내 전체 사업체 중 99.9%가 중소기업이지만 기업들 중에 우량한 곳도 많아요. 청년 실업률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2015년 6월부터 청년 일자리 캠페인을 시작했죠. 중소기업계가 모두 동참해서 기업 스스로 청년 1명을 더 고용하자는 게 골자인 ‘청년 1+ 채용운동’이에요. 저도 중소기업을 운영하지만 성장성 높은 기업들이 청년들을 고용하면서 인식도 많이 좋아졌어요. 사실 채용운동을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정부가 청년 실업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저희가 공론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거죠.

박 회장은 지난 1984년 LG그룹에 입사해 근무하다 90년 건자재와 골재 유통사인 산하물산을 설립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레미콘과 아스콘 제조사인 산하와 위업개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위업인베스트먼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윤용로: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창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기업 수가 많이 늘었나요?

박성택: 올 1분기 신설법인 수는 2만5000여 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어요(국내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354만2000개다). 제조업종이 많이 늘었어요. 근데 문제는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에요(한국경제 연구원이 국내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가운데 7곳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함).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내수시장을 벗어나 자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스마트공장(제조 전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생산성·에너지효율 강화, 제품 불량률 감소 등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맞춤형 공장)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마트공장은 기업들의 매출도 늘어날 수 있고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거든요. 올해 1월부터 전국적으로 스마트공장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두 달 만에 참여의향서 1882개를 받았어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 예산을 늘려달라고 건의했어요. 2020년 1만 개에서 2025년 3만 개로 늘릴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고 답변을 들었어요.

윤용로: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보면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더라고요. 이들의 자금사정이나 상황은 좀 어떤가요.

박성택: 중소기업 가운데 대기업 협력사가 47.3%, 대기업과 관련 없는 중소기업이 53%에요. 전체 80%가 내수기업이고 20%가 독자 수출기업이에요. 대기업 협력사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가절감 요구를 받다 보니까 계속 어려워요. 대기업 협력사 수익률은 1%가 안됩니다. 금융위기 전까지는 3%까지 갔어요. 수출만 하는 기업 상황은 그나마 나아요. 올해 중소기업 육성사업 전체예산의 16조6000억원 중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조5000억원(51.2%)에요.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거죠. 중소기업 대출 중 70% 이상은 담보대출인데 최근에는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나빠지면서 담보 없이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졌죠.

윤용로: 외환위기 때를 보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에 대출을 무리하게 해줬잖아요. 결국 외환위기로 기업이 무너지고 금융기관도 부실해졌어요. 최근에도 정부 지원에 따른 한계 기업들도 많이 생기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택: 금융당국에서 매년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기업을 선별해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대기업은 대마불사(大馬不死)에요. 이를테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 7조원을 투입했어요. 300만 명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예산인 소상공인진흥기금은 2조원 수준입니다. 수조원을 들여서 지원하는데 회생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질까요. 차라리 그 돈이 서비스 산업이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거에요. 예컨대 적자 내는 제조업 회사지만 여전히 입사 경쟁률이 높아요. 제조업은 이미 사양산업인데 정부가 살려놓으니까 안전할 줄 알고 그쪽으로 가는 거에요.

윤용로: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박성택: 금융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합니다. 가령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한번 오면 다시 안 와요. 다시 올만한 매력이 없거든요. 관광이나 서비스 인프라를 개발해야해요. 3차 산업 비중을 보면 한국은 59.7%에요. 반면 미국은 78%, 프랑스는 78.8%, 일본은 72%에 달해요. 가령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보세요. 일부에선 설악산 환경보호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어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부가가치도 생각해야 돼요. 케이블카 설치로 내수경기는 물론 관광문화 상품개발,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자영업자 비율도 지금처럼 높아지지 않았을 거에요. 일자리를 못 구하는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근로자의 27%가 자영업자에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근접하는 수준이에요. 그야말로 시장 실패작이죠. 핵심을 해결하지 않고 결과로만 보는데 무슨 발전이 있겠어요?

윤용로: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해소방안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성택: 중소기업의 지난 5년간 고용증가인원과 부족인원을 감안할 경우 매년 50만 개씩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상황이에요.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과 구직자 간의 인력부조화라는 애로가 있죠. 가장 큰 게 임금수준 때문이에요.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대기업의 62.9% 수준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말하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주장들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한 거죠. 직무중심 임금체계, 유연 근무제 확대 같은 중소기업 노동 환경과 질에 대한 개선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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