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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비욘 뢰르트베이트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시장분석 전문가] “한국은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 성장 잠재력도 풍부”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연어에 여권 지급하고 국가 통합 브랜드로 마케팅... 수산물 어획부터 유통까지 48시간 이내에 처리

한국이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발표한 ‘한국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 행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 1명의 수산물 섭취량은 연평균 58.4㎏으로 세계 1위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20.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노르웨이(53.3㎏)와 일본(50.2㎏) 국민의 섭취량보다 많다.

한편 수산물을 주 2회 이상 먹는 비율은 3국 중 가장 낮았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수산물을 섭취한다는 답변은 노르웨이(68%)가 가장 높았고, 이어 일본(63%)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52%에 그쳤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해외시장 분석 전문가인 아스비욘 뢰르트베이트 이사는 “한국 소비자는 수산물을 가정에서 먹기도 하지만 해산물 레스토랑이나 초밥·연어 전문점 등에서 외식 메뉴로 택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자주 먹기보다는 외식 메뉴로 한번 먹을 때 많이 섭취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수산물 수출 대국인 노르웨이는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보고 2012년부터 매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방문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축적한 결과를 6월 7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17 한국-노르웨이 공동 수산물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7일 만난 뢰르트베이트 이사에게 노르웨이 정부가 한국 소비자의 수산물 소비 행태를 분석한 이유를 물었다.

한국 소비자의 수산물 소비 행태에 대해 조사한 배경은.

“지난해 노르웨이가 한국에 수출한 수산물 양은 약 6만t이다. 수출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73% 늘어난 규모로,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한국 시장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많을 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도 크다. 이에 노르웨이 수산물위원회는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꼽자면.

“한국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음식을 고를 때 건강과 맛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 소비자가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산물 유통에 있어서는 온라인 판매가 발달한데다 판매 채널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다양해 시장이 역동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 층의 수산물 섭취량이 줄어들거나 정체된 상황인데 한국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민 생선’은 고등어였다. 응답자의 42%가 고등어를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로 꼽았고, 이어 갈치(13%), 오징어(8%), 조기(7%) 순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인 연어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5위의 선호도를 보였다. 최근 구이·조림용으로 먹기 좋은 350g 이상의 국산 고등어 어획량이 줄어든 데 반해 노르웨이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증가세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고등어 10마리 중 3마리는 노르웨이산이다.


▎노르웨이 정부가 수산물 이력제의 일환으로 발행하는 ‘연어 여권’. / 사진 :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노르웨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산대국이다. 주요 수출 어종이 무엇인가.

“지난해 기준 전세계 150개국에 66개 종을 수출한다. 겨울철 노르웨이 연안에서 잡는 대구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원양어종 가운데는 고등어와 청어가 유명하다. 한국에는 고등어를 주로 수출하지만 러시아와 영국, 동유럽 국가로는 청어가 1순위 수출 어종이다. 연어와 송어도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어획뿐 아니라 연어 양식도 발달했다.

“전세계 연어 수확량의 60%가 노르웨이에서 나온다. 세계 1위다. 2위는 칠레다. 노르웨이 수산 기업이 칠레나 스코틀랜드 등지의 연어 양식업에 투자하는 비중도 크다. 수산물을 잡는 것 만큼이나 우수한 품질의 수산물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노르웨이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연안국과 협상해 쿼터제를 실시하고, 수년간의 조사를 통해 매년 수확해야 할 어획량을 결정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해양연구소 역시 어종을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영양 분석, 수산기업 관리 등으로 세분화돼 전문성을 더한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노르웨이 수산부 산하의 마케팅 조직이다. 노르웨이 내 450여 개 수산물 관련 기업이 내는 수출세로 운영한다. 연간 예산은 약 3억50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470억원)다. 수출세 비율은 어종별로 다르며 전체 수출액의 0.3~0.75% 수준이다. 실제로 수출량의 90%은 상위 100대 기업에서 발생한다.

노르웨이산 수산물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덕분에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더불어 수산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노르웨이는 ‘노르게’라는 국가 통합 수산물 브랜드로 세계 각국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이번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의 82%가 수산물 구매시 원산지를 중시했고, 80%의 소비자가 노르웨이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노르웨이에 대한 국가적 이미지는 긍정적이나 지리적 거리가 멀어 신선도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르웨이 바이킹은 약 800년 전부터 수산물 교역을 했다. 먼 나라에 가서 팔아야했기 때문에 일찍이 염장 기술을 비롯해 가공 기술이 발달했다. 예를 들어 고등어를 잡은 배가 연안에 정박하면 펌프를 이용해 저장소로 옮긴다. 그 즉시 급속냉각해 유통한다. 연어의 경우 생연어를 얼음과 함께 포장해 항공편으로 한국에 보낸다. 최신 물류시스템을 이용해 어획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이 최대 48시간을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소비자가 구매 시 유통기한은 약 10일이다.”

연어에 ‘여권’이 있다고 들었다.

“연어 한 마리에 대한 정보를 담은 일종의 ‘수산물 이력제’다. 언제 알에서 부화했고, 어디서 자랐으며, 언제 성어가 됐는지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중량과 품질 등급 등 말 그대로 연어의 추적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B2B 파트너를 대상으로 제공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 역시 원산지와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필수로 여겨진다.”

앞으로 한국 수산물 시장에 대해 전망하자면.

“2025년 경 한국 국민의 수산물 섭취량이 지금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수출을 견인한 고등어와 연어 판매량이 계속 증가할 뿐 아니라 킹크랩과 대게 같은 새로운 시장도 성장세다. 다만 가정에서 접하는 수산물과 달리 외식으로 주로 섭취하는 연어와 갑각류는 손질이 까다롭고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다양한 수산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고등어처럼 한국 가정의 밥상에서 친숙한 재료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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